왕정훈(21)이 유럽프로골프투어 신인왕에 등극했다. 사진제공=아이에스엠아시아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앞으로 큰 무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24일(한국시간)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왕정훈(21)의 신인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선수로는 8번째로 유럽투어 정상에 오른 그는 불과 6개월 전까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비록 안병훈이나 노승열, 이수민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왕정훈은 중국프로골프 투어를 비롯해 아시아권을 무대로 꾸준하게 자신만의 골프 코스를 밟아왔고, 올해 그 첫 결실을 맺었다.

신인왕 수상 확정 소식을 접한 왕정훈은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에스엠아시아를 통해 "이번 시즌 2주 연속 우승도 하고, 정말 올해가 어떻게 지났는지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얼떨떨해 하면서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 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국내에서 개최된 용인대 총장배 등 아마추어 시절 2승을 거두었던 왕정훈은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다가 골프와 학업을 집중적으로 병행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이런 결단에는 티칭 프로 아버지(왕영조씨)의 도움이 컸다. 그는 "아버지가 골프를 잘 아신다. 한국에서는 경쟁이 심해서 필리핀 유학을 결정하셨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훈련 조건이 좋고 영어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6년간 지낸 필리핀에서도 16세 때인 2011년 필리핀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3승을 더했다.

2012년 중국프로골프 투어로 진출하며 프로로 전향한 왕정훈은 그해에 중국투어에서 상금 1위에 올랐고, 이듬해부터는 중국과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며 활약하고 있다.

왕정훈이 당시 중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중국투어에 나이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안투어 진출 첫해인 2013년에는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2014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두바이오픈 준우승, 필리핀오픈 8위, 마닐라 마스터스 9위 등 홈 코스나 다름없는 필리핀 대회에서 상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아시안투어 상금 랭킹 2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아시안투어에서 세 차례 톱10을 기록했고, 2015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3개 대회 참가 만에 상금순위 17위에 올랐다. 올해 1월 유라시아컵(유럽과의 대항전)에서는 김경태, 안병훈 등과 한국 대표팀으로 발탁이 돼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유럽투어에서 신인왕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퍼팅 그립을 바꾸는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 180㎝인 왕정훈은 아시안투어에서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98.95야드로 15위에 오르는 등 장타력과 쇼트게임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선수로 평가됐다. 그러나 본인은 퍼팅에서 늘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는 "드라이버샷 비거리도 290∼300야드 정도 나갔고, 샷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늘 퍼팅이 문제였는데 올 시즌 집게 그립으로 바꾸고 나서 매우 좋아졌다. 이 덕에 우승도 두 번이나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집게 그립은 손목 움직임이 적고 오른 손바닥과 퍼터페이스가 평행을 이뤄 방향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집게 그립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FBR오픈에서 우승해서 유명세를 탔다.

유럽투어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같이 경기한 것이 큰 경험이 됐다는 왕정훈은 "특히 지난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 클래식에서 애덤 스콧(호주)과 사흘 동안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샷도 훌륭했지만 잘 치든 못 치든 감정 기복이 없었다"면서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4대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하고 싶고, 최종적으로는 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시즌 브리티시오픈(디오픈)과 PGA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왕정훈이 올 연말까지 세계랭킹 50∼60위 안에 진입하면 4대 메이저대회 출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는 세계랭킹 62위다.

한국체육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눈앞의 시험과 수업을 걱정해야 하는 학생이지만, 저 멀리 PGA 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뛰는 모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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