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PGA 챌린지투어 8회대회 우승자

KPGA 챌린지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강상윤(26). 사진제공=KPGA
[골프한국] 올 들어 한국프로골프(KPGA) 챌린지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강상윤(26)은 요즘 식사와 취침시간을 제외하고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골프에 푹 빠져있다. 골프선수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탁구 유망주에서 골프 선수로

강상윤은 14살에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촉망 받는 탁구 유망주였다. 6살 때 처음 탁구대에 선 강상윤은 8살에 전국종별 남녀탁구선수권대회(초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서울 광장초등학교 탁구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며 각종 전국 대회에서 열 차례나 우승을 휩쓸었다.

사실 탁구를 좋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강상윤에게 탁구가 삶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어린 학창시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더 좋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골프가 다가왔다. 강상윤의 탁구 스승이었던 김택수(46) 감독의 권유였다. 타고난 공간 지각 능력에 동체 시력과 손목의 유연성이 뛰어난 강상윤을 알아본 김 감독은 골프로 전향을 추천했고, 이는 강상윤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강상윤은 “탁구에 대한 흥미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을 때였어요.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도 크게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감독님께서 골프를 추천해 주시니까 ‘그래,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골프를 시작했어요”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만만하지 않은 골프의 길

강상윤은 그렇게 골프채를 손에 잡았지만, 골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7년 KPGA 프로(준회원), 2009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통과했다. 하지만 탁구 선수로 활약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골프에 대한 열정과 목표의식도 사그라들었다. 심지어 골프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마저 밀려왔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2010년 4월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강상윤은 “살아 움직이는 탁구공도 자유자재로 잘 다뤘잖아요. 1초에 수백 번 회전하는 탁구공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것을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는 데 익숙했던 저로서는 죽어있는 골프공을 목표 지점으로 보내는 거야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했습니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큰 실수였어요.”

 
골프를 대하는 자세의 변화와 피나는 노력

강화도 최전방 포병 부대에서 근무하며 강한 근성과 끈기를 키운 강상윤은 2012년 2월 전역한 이후 골프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그는 투어 활동 재개를 목표로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스승인 김응진(36) 투어프로와 함께 하루도 쉬지 않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체력 훈련을 감행했다. 몸무게는 2kg밖에 빠지지 않았지만, 체질량 지수가 22%에서 13%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 260야드의 비거리에 대한 아쉬움도 채웠다. 비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샷을 면밀히 분석했고, 부족했던 근력을 보완해 스윙에 힘을 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최대 290야드까지 비거리가 늘었다.

노력은 결실로 나타났다. 강상윤은 2013년 5월 KPGA 아카데미투어 3회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 첫 승을 달성했고, 그해 상금순위 6위를 기록하며 2014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욕심이 불러온 대참사, 최고의 한 해를 날려

그러나 정규투어 8개 대회에 참가해 단 한 개 대회에서만 컷을 통과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강상윤은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 KPGA 코리안투어 첫 데뷔 무대였어요. 2007년부터 기다려온 순간이라 가슴이 벅차올랐죠. 이름만 듣던 실력 있는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도 컸고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대회 셋째 날부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어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강상윤은 쉽게 샷을 할 수 없었다. 볼이 코스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첫 KPGA 코리안투어의 데뷔를 앞두고 전지훈련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였고,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상황이라 그는 그 현실이 버거웠다.

집중력이 떨어진 강상윤은 경기 페이스를 잃고 그날 9오버파 81타를 치는 등 최종 공동 56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강상윤은 7개의 KPGA 코리안투어에 출전했지만 모두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2014년 내내 그랬어요. 샷을 앞두고 볼이 페어웨이 밖으로 빠지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됐습니다. 심지어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에서는 볼 앞에 서서 내가 뭘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렀어요”라고 털어놓으며 “그런 상황에 어떻게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있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기다려온 만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것 같습니다. 너무 큰 욕심이 화가 된 것이었어요. 그야말로 최고의 기회를 잡았던 해였는데 최악의 한 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시련을 뚫고 차지한 값진 우승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상윤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2015년에도 KPGA 코리안투어 무대를 밟았지만 본인이 직접 돈을 벌지 않으면 골프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집안 환경이 어려워졌다. 투어 활동비를 벌기 위해 레슨 프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좋지 않은 성적과 경제적 압박감이 동시에 그를 짓눌렀다.

강상윤은 “가족 모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투어 생활을 계속하는 건 부모님께 정말 죄송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싫었어요. 골프로 무언가를 이뤄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운동에만 전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KPGA 챌린지투어 8회대회에서 우승하며 부모님의 믿음에 보답했다. 우승 직후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강상윤은 “그 동안 어느 대회를 나가든 저보다 체격, 파워 등 다양한 면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 지고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 스스로 위축됐던 적이 많았지만, 우승을 하면서 ‘나 역시도 그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구나.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우승의 기쁨에 취할 새도 없이 다시 자신을 향해 채찍을 들어간 그는 “무엇보다 퍼트가 너무 잘돼 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사실 드라이버 샷은 불만이었어요. 비거리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샷의 방향도 불안정해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껴 드라이버 샷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라며 근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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