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현(32·골든블루)이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 드라마였다.

10대와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름잡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싱글맘 안시현(32·골든블루)이 12년 만에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국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정연주(24·SBI저축은행)에 4타 차 1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안시현은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3타 차 이내에 무려 10명의 선수가 포진한데다 ‘대세’ 박성현(23·넵스), 장수연(22·롯데), 배선우(22·삼천리), 김해림(27·롯데) 등 올해 우승 경력자만 4명에 이르렀다.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답게 보기나 더블보기가 속출하는 난코스에서 안시현은 5번(파3), 6번홀(파5) 연속 버디로 선두에 1타 차로 따라 붙더니 10번홀(파5)에서도 1타를 더 줄여 공동 선두에 합류,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안시현은 우승을 다투던 선두권 경쟁자들이 줄줄이 주저앉을 때 타수를 꿋꿋하게 지켜냈다. 단독 선두였던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를 잠깐 허용했지만, 곧바로 16번홀(파4)에서 15m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1타 차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남은 2개 홀에서 파로 잘 막아내고서 우승을 예감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을 확정한 뒤 안시현은 16번홀에 대해 "파만 하자는 마음으로 친 퍼트가 홀에 들어가서 버디가 되자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경기를 마치고 40분 넘게 딸 그레이스와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에 대비하던 안시현은 추격자 박성현이 18번홀(파4)에서 때린 버디 퍼트가 빗나가 우승이 확정되자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안시현은 2011년 말 결혼했지만 2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혼자서 딸을 키우면서 선수로 뛰고 있다. 공식 연습일, 프로암, 그리고 대회로 이어지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딸은 친정 부모님이 맡아 보살핀다.

월요일과 화요일이면 안시현은 그레이스에게 아침을 먹이고 손수 유치원까지 데려다 준다. 연습하러 갔다가도 딸이 유치원을 마칠 오후 다섯 시 반이면 귀가한다. 딸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대회에 출전할 때 안시현은 딸에게 "엄마, 굿샷하러 가도 돼?"라고 물어본다. 딸은 "응, 그런데 일찍 와야 돼"라고 대답한다고 엄마의 짠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안시현은 "우승했다고 해서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미안하고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안시현은 "투어에 복귀한 2014년에는 자신이 있었다. 컨디션도 좋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몸이 안 따라주었"고 털어놨다.

투어 복귀 첫해 상금랭킹 32위, 작년 상금랭킹 42위에 머문 안시현은 "작년부터 목표를 수정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그만 둘 때 후회없이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번 우승 이전 9차례 대회에 출전해 하위권을 맴돌았고 공동 17위가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안시현은 "3주 전에 대회를 마치고 더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둬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딸 얼굴 보노라니까 여기서 그만 두면 안되지 라는 마음이 들었고 다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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