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골퍼, 패셔니스타, 디자이너, 스타일, 열애… 언젠가부터 이런 단어들이 양수진(24, 파리게이츠)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녀의 대표 수식어였던 ‘국가대표, 장타자, 승부욕, 우승 후보’라는 말이 차츰 사라지면서부터다. 얼핏 보면 골프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건 그녀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과연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2009년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 아마추어 시절부터 양수진은 늘 주목 받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로 손꼽혔고, 늘 우승권에서 경쟁했으며,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항상 상위권 다툼을 해오면서 쌓은 승수는 어느덧 ‘5’. 그녀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넘버 1’, 상금왕 타이틀도 금방 이룰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해마다 쌓아오던 승수를 지난해에는 잃어버렸다. 상금랭킹 26위로 준수한 수준이었지만, 챔피언을 향해 달려가던 그녀에게는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떠들썩했던 디자이너로의 변신, 패션과 외모, 여기에 열애까지… 골프 선수보다는 이런 이야기가 더 큰 이슈 거리였다. 골프에서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집중력이 흐려졌다는 의견도 분분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은 플레이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번에 못박아 버렸다. 그리고 “골프 1인자와 디자이너는 나의 꿈일 뿐 꿈을 향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올 시즌 그녀가 다시 재도약을 노릴 수 있는 이유는 그런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속 회사인 파리게이츠의 의류를 디자인하며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대략 얼마나 많은 옷을 디자인했나.
티셔츠, 니트, 바지 등 약 12개 제품을 선보였다. 주로 가을 시즌 상품이었는데 디자인과 소재, 컬러까지 모두 직접 고르는 등 정성을 다했다.

재작년부터 디자인을 구상했고, 전지훈련 중에도 틈나는 대로 회사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올해는 여름 시즌 상품을 디자인했는데 마찬가지로 약 12개에서 15개 정도다.


본인만의 디자인 콘셉트가 있나.
특별히 선호하는 콘셉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품 시즌이나 시기에 따라 적절히 어울리는 것을 주제로 선택한다. 지난해에는 가을 상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내 자신과 관련된 것을 콘셉트로 삼았다. 그래서 신체 일부인 입술 모양을 넣었다. 올해의 경우 여름 상품이었다. 그래서 여름과 관련된 과일을 주제로 디자인했다.


자신과 관련된 수많은 것 중 입술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내 신체 중 입술이 가장 자신 있어서다. 다른 건 몰라도 입술은 마음에 든다.


독특한 생각이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찾는가.
평소 보고 듣고 생각해왔던 것들, 그리고 표현해보고 싶었던 것 등을 메모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디자인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회사와 상의한다. 아무래도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내 생각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보다 전문적인 것까지 배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디자인을 할 때 좋아하는 색깔이나 패턴이 따로 있나.
디자인 패턴은 두 가지를 추구하는 편이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깔끔하고 멋스러운 심플한 디자인, 혹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화려함이다. 좋아하는 색상은 레드와 핑크다.


완성된 옷들은 직접 입고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디자인한 웨어를 입고 플레이하는 기분은 어떤가.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역시 내가 디자인한 의류가 출시될 때마다 성적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플레이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만큼 집중이 더 잘됐다고 할까. 특히 옷이 예쁘다는 얘기를 들으면 굉항한 자부심이 생긴다. 부끄럽지 않도록 성적으로 보답하는 길밖에 없다.


출시한 옷들이 모두 완판됐다고 하던데.
생각지 못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 한편으로는 회사에 누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회를 주신 파리게이츠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실제 패션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대회에 나가거나 연습을 하지 않을 때면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외출할 때도 구경을 많이 하고, 집에서도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 최근의 유행이나 흐름도 파악한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는데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따로 공부를 하지는 않나.
지금은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그때 하려고 한다. 학교를 다니거나 좀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선수 생활이 끝나게 되면 골프와 관련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골프가 더 중요하다. 골프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투어의 패션 리더 중 1명인데, 옷 잘입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자신감이 중요하다. 내가 이 옷을 잘 소화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랄까. 그리고 컬러 매치를 잘해야 한다. 상의와 하의, 여기에 모자와 신발까지 조화를 이루면 더 좋다. 그런 감각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선택해야 한다. 체형을 잘 파악해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매치해야 한다.


예전에 성형수술 후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했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단순히 코만 성형했는데 예뻐졌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당당하게 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고, 그런 자신감이 플레이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렇게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도 플레이에 좋은 처방인 것 같다.


그럼 또 다른 곳을 성형할 생각이 있나.
없다.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선수들이 실력보다는 너무 외모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형이나 외모를 가꾸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 것들도 다 자기관리의 하나다. 나를 아끼고 꾸밀 줄 알아야 스스로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외모에만 치중하는 건 옳지 않다. 아마도 모든 선수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선수로서의 본분을 다하면서 자기개발과 관리 등 기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럼 지금 디자이너 활동이나 패션, 외모관리가 플레이를 망친다고 생각하지 않나.
절대! 그런 것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면 스스로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런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골프에 지장을 줄 정도로 치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가 없거나 휴식을 취할 때 주로 생각한다. 또한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은 시즌이 끝난 후에 하기 때문에 플레이와는 전혀 상관없다. 단지 성적이 기대 이상 좋지 않았을 때 플레이보다는 그런 것들이 더 부각돼 보일 뿐이다.


그럼 이성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떤가.
박인비 선수를 보라.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되지 않았나. 사실 선수들은 이성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거의 매주 대회에 출전하고 그 외에는 연습에 치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 또 시즌이 끝나면 해외로 전지훈련도 가야 하니 마찬가지다. 아마도 골프 선수와 만나려면 이해심이 많아야 할 것이다. 선수들의 생활이나 습관, 컨디션 조절 등을 이해해주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희생이 필요하다.


최근 플레이에 대해 얘기해보자. 해마다 우승을 추가하며 항상 상위권이었는데 작년 시즌부터 성적이 저조했다. 물론 우승도 없었다.
항상 시즌 초반에 우승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갔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조급함이 생겼다. 그런 조급함 때문에 무너졌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다. 언제나 내 플레이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안되면 다시 하면 된다. 언제나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양수진하면 장타자의 대명사였다. 지금도 샷거리 욕심이 많나.
물론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샷거리가 길었다. 때문에 긴 샷거리에 익숙해져 있고, 또 그걸 무기로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런데 작년에 샷거리가 줄면서 코스 공략에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지난 겨울 전지훈련 동안 스윙을 바로잡은 것이 효과를 보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다. 덕분에 올 시즌은 한결 플레이가 쉬워졌다. 장타는 내 운명인 것 같다. 여전히 욕심을 내는 부분이다.


지난 전지훈련 때 훈련량이 상당히 많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을 보면 톱5 두 번을 제외하면 예전의 기량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보다는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흐트러졌던 게 잡혀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지금은 플레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최근 들어 점점 성적도 좋아지고 있어서 하반기에는 우승도 가능할 것이다. 상반기에 시합이 많아서 좀 지치기도 했지만, 3주동안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주겠다.


골프 선수들이 성적이 안 나는 이유는 뭘까. 투어 5승한 경험자로서 우승 비결이 있나.
일단 성적이 안 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기량이 워낙 좋아져서 상향 평준화됐다. 그래서 작은 실수를 하거나 집중력이 흐려지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플레이에 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그랬다. 다행히 나는 최근 마음을 비웠더니 플레이가 훨씬 잘 풀리고 있다. 우승 비결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마지막날 선두권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욕심을 버리고 상대방 플레이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야말로 나만의 플레이가 필요하다.


목표를 얘기할 때면 항상 상금왕이었다. 올해도 여전히 상금왕인가.
그렇다. 상금왕, 그리고 1등이다. 이 목표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1등을 유지할 생각은 없다. 짧은 기간 동안 확실하게 잘해서 많은 골프팬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고 싶다. 그것이 선수로서의 꿈이다.


그럼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생각인가.
대략 30살 정도까지. 물론 투어에서 내 플레이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더 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꿈꾸진 않는다.


최근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다른 무대를 경험하고 싶고, 조금 더 넓게 보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일본 큐스쿨을 치른 후 일본 투어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럼 양수진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골프를 시작할 때 큰 꿈을 가졌었다. 명예의 전당. 아직 그 꿈은 변함없다. 그래서 내가 존재하는 것이고, 또 플레이할 때마다 되새긴다.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씩 발전하는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도전 중이다.

골프가 아닌 다른 인생을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다. 디자인을 하더라도 골프를 배제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제 2의 인생은 디자이너다. 지금은 그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양수진이 되겠다.


양수진의 패션제안
블랙과 화이트의 단순한 컬러 매치를 활용해도 심플하고 깔끔한 패드 패션이 완성된다.


양수진 Profile
생년월일: 1991년 8월9일
신장: 165 센티미터
프로데뷔: 2008년
계약: 파리게이츠, 혼마
주요기록
2007~2008년 국가대표
2013년 KLPGA 베스트드레서상
3~6대 KLPGA 투어 홍보모델
우승 통산 5승
2010년
태영배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 우승
하이마트 여자오픈 우승
2011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
2012년
S-OIL챔피언십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3년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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