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메이저 챔피언이 될 우승후보군의 목록은 대회가 열리는 코스만큼이나 길고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하기와 빼기를 조금 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ROUND 1
PGA 챔피언십에는 156명까지 참가한다. 하지만 PGA에서 상위권 100명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우리도 지금 시점에서 세계 랭킹 100위에 속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작해보겠다. 이런, 그랬더니 팬들이 첫손으로 꼽는 한 선수가 빠진다. PGA 챔피언십에서 4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다.


이제 남은 건 100명


ROUND 2
지난 15년 동안의 PGA 챔피언십에서 40세를 넘긴 챔피언은 단 1명뿐이었다(2004년의 비제이 싱). 우리는 시류를 따라 마스터스를 기준으로 마흔 살 이상인 선수는 모두 제외시키기로 했다. 필 미켈슨과 짐 퓨릭, 그리고 리 웨스트우드 같은 선수들과 작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랬더니 남은 건 89명


ROUND 3
대거 탈락의 시간. 지난 20년 동안 투어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챔피언은 단 2명에 불과했다(2003년의 숀 미킬과 2010년의 마틴 카이머). 남은 선수들 가운데 아직 투어 프로피를 챙기지 못한 사람은 빅터 드뷔송과 제이미 도널드슨, 그리고 저스틴 토머스를 포함해 모두 34명이다.


그러면 남은 건 55명


ROUND 4
지난 5년 동안 PGA 챔피언십 우승은 미국과 유럽이 번갈아 가져갔다(그게 라이더컵의 열기에 기름을 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 발할라에서는 로리 맥길로이가 우승했으니, 그와 그의 유럽 친구들은 일찌감치 오거스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양키의 차지가 될 테니까.


그러면 남은 건 35명


ROUND 5
이미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던 선수가 챔피언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11명의 챔피언 가운데 10명은 우승 시즌에 이미 톱10의 성적을 최소한 세 번 이상 기록한 상태였다. 성적이 저조하다는 건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왕년의 챔피언인 키건 브래들리와 제이슨 더프너를 포함해 총 7명이 내년을 기약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제 남은 건 28명


ROUND 6
비제이 싱과 마틴 카이머는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우승하기 전에도 PGA 챔피언십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싱은 1998년 대회 우승, 카이머는 2009년 대회 때 공동 6위를 했다). 이제 남은 12명 중에 PGA 투어 톱10의 성적을 거뒀던 사람은 J.B 홈즈와 더스틴 존슨, 헌터 메이헌, 케빈 나, 그리고 라이언 무어뿐이다.


그러면 남은 건 12명


ROUND 7
비제이 싱과 마틴 카이머는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우승하기 전에도 PGA 챔피언십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싱은 1998년 대회 우승, 카이머는 2009년 대회 때 공동 6위를 했다). 이제 남은 12명 중에 PGA 투어 톱10의 성적을 거뒀던 사람은 J.B 홈즈와 더스틴 존슨, 헌터 메이헌, 케빈 나, 그리고 라이언 무어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5명


ROUND 8
최종 5명 중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PGA 챔피언은… 링크스를 사랑하는 케빈 나다. 휘슬링 스트레이츠에는 1,000개가 넘는 벙커가 있고 케빈 나는 투어의 샌드세이브 부문에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즈와 존슨, 메이헌, 무어는 모두 75위권 밖이다. 큰소리로 외쳐보자, 우리는 케빈 나를 응원한다!


이제 남은 건 1명


우리가 선택한 PGA 챔피언십 우승 후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을 위해, 케빈 나와 조금 더 얘기를 나눠봤다.

케빈 나는 온몸으로 얘기를 했다. 몸을 구부리고 뒤틀고 비틀거리고 기울이고 빙빙 돌며, 자기가 한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예사였다. 재미교포로 올해 서른한 살인 그는 2011년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이 대회에서 그는 헛스윙을 날렸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 얘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기로 하자)에서 단 1승만 거뒀음에도 뜻밖의 우승 후보로 선정됐다.

케빈 나는 관심의 집중과 굴욕을 경험하고 견뎌냈다. 2011년 발레로 텍사스오픈 때 한 홀에서 무려 16타를 기록했고, 2012년에 소그래스에서는 수없이 왜글을 하며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프리샷 루틴으로 빈축을 샀으며(결국 이런 자책의 말을 외치며 루틴을 끝냈다, “방아쇠를 당겨, 케빈!”), 습관적인 늑장 플레이로 비난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2015년 중반까지 다섯 번의 톱10을 기록하면서 실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히는 건데, 당신은 우리가 뽑은 PGA 챔피언십의 다크호스다. 피트 다이의 작품인 TPC 소그래스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세 번이나 강렬한 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역시 다이가 설계한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플레이어스에서는 샷의 형태를 컨트롤해야 한다. 딱히 특정한 스타일의 골퍼에게 유리하지 않다.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장타자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저스틴 레너드나 크리스 디마르코처럼 샷거리가 짧은 선수들이 2004년에 거의 우승 문턱까지 갔었고, 2010년에는 스티브 엘킹턴도 경합을 벌였다.
맞다. 플레이를 잘하면 상관없다. 투어에서 샷거리가 짧은 축에 든다고 해도, 사실상 그렇게 짧은 건 아니다. 모두 상대적인 얘기다. 페어웨이 중앙을 가르며 280야드를 날아가는 샷을 한다면 어떤 코스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나도 샷이 잘 맞는다면 285야드는 문제없다.

2010년 PGA 챔피언십에서 58위를 했다. 그 후로 무슨 변화가 있었나.
훨씬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투어에 합류하고 처음 몇 년에 비해 본연의 모습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그때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걸린 사슴 같았다. 이곳은 자리 잡기 쉬운 세계가 아니다. 지금은 다들 잘 안다. 훨씬 재미있다. 그게 더 잘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당신은 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다.
늘 솔직했다. 너무 많이 거론돼서 얘기하기 싫지만, 테이크백을 하지 못했던 2012년 플레이어스에서조차 나는 솔직히 말했다. 감정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리고 2011년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헛스윙을 한 것처럼 보였을 때 그걸 숨기려 하지 않았다. 나는 헛스윙을 했던 게 아니다. 스윙을 하려다 멈췄을 뿐이다.

자동차 사고로 허리를 다쳤는데.
2012년 말의 일이다. 빨간불이었는데, 비번인 경찰차가, 경찰 말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하던데, 시속 70킬로미터로 내 차를 들이받았다.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았다.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지압을 받고 있다. 투어에서 최고의 지압사와 개인 트레이너를 지원해줬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투어 상금으로 2,000만 달러 가까이 벌었다. 요즘은 어떤 차를 몰고 있나.
노란색 람보르기니는 처분했다. 지금은 아우디 Q7 디젤을 타고 있는데, 연비가 뛰어나다. 그냥 흰색인데 끝내준다.

본인이 아직도 투어 1승이라는 사실이 놀라운가.
놀랍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실망스러우냐고? 그렇다. 하지만 내 선수생활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30대에 전성기를 누린다. 내 전성기는 지금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11년 발레로 텍사스오픈의 파4 9번홀에서 기록한 16타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숲속에 들어가서 한동안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나머지 열일곱 홀에서 4언더파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맞다(웃음).

1년 뒤에 ‘인사이드 PGA 투어’ 촬영을 위해 전기톱을 들고 그곳을 다시 찾았다. 전에도 그걸 사용해본 적이 있었나.
없었다. 재미있자고 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내가 편한 마음으로 대회에 다시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나무를 몇 그루 베어 넘기게 해줄게!” 이렇게 말하면서.

티샷의 입스를 95퍼센트 치료했다고 말했던데. 현재 자신의 플레이 속도는 빠른 편인가 느린 편인가, 아니면 평균인가.
솔직하게?

물론 솔직한 답변을 바란다.
평균 이하다. 가장 느린 편이 아닌 건 분명하다. 평균과 느린 편의 중간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지금도 노력 중이다. 이게 솔직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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