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에서 유독 ‘노련한’ 선수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유

2009년에 턴베리에서 톰 왓슨은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전략상의 우위를 과시했다.
2008년 대회에서 54홀까지 선두를 달렸던 그렉 노먼은 당시 쉰셋이었다. 이듬해에는 쉰아홉의 톰 왓슨이 한 번의 퍼팅 실수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 그런가 하면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에도 40대의 대런 클라크, 어니 엘스, 필 미켈슨이 우승을 차지했다. 노장들은 브리티시오픈을 사랑한다. 왜 그런 걸까?

“코스가 평평해서 걷기에 더 쉬우니까!” 닉 팔도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부는 거친 코스에서 완력보다는 머리를 써서 옛날 스타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팔도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메이저 코스는 로켓을 발사하는 수준의 볼스트라이킹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브리티시오픈은 평등한 경쟁을 보장하는 테스트 무대인 셈이다. 올드 코스도 거리에 가산점을 주기는 하지만 브리티시오픈에서는 풀이 우거진 코스에서 개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고, 거리의 압박을 받는 샷은 드물다. 톰 왓슨이 6년 전 턴베리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을 때에도 그는 젊은 경쟁자들에 비해 페어웨이의 마운드나 그린 주변의 바운스를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코스를 난타해서 굴복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했다. 지금은 날렵한 모습이지만, 로열세인트조지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의 클라크는 당당한 풍채에 시가를 물고 유쾌함을 뽐내는 선수였다. 평평한 코스가 걷기에 수월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엘스는 2012년 당시 대회를 3주 앞두고 로열리덤&세인트앤스를 미리 찾았고 자신이 그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떠올렸다. 평평하고 느린 그린 때문이었다. 종종 고전하곤 했던 투어의 매끄러운 그린들보다 훨씬 느렸다.

운용 경험, 거리를 압박하는 샷이 적고 걷기 편한 코스, 차분한 그린이 뒷받침됐으니 노장들이 골프계에서 가장 오래된 메이저대회를 사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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