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ESIGN

벌링턴 노던 산타페 철로를 지나는 기차는 체임버스베이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는 체임버스베이를 설계할 때 한쪽 눈은 자갈 웅덩이에 집중하고, 한쪽 눈으로는 US오픈을 주시했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가 체임버스베이의 부지를 처음 본 건 2004년이었다. 그의 눈앞에는 ‘100년 동안 준설 작업을 하느라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갈 채굴장’이 펼쳐져 있었다. 존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흙먼지가 날려서 숨이 막혔다. 성가시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존스는 그 순간을 미켈란젤로가 채석장에서 대리석 원석을 찾는 것에 비유했다. “모래와 고도의 차이, 푸젯 해협과 산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재력이 느껴졌다.”

피어스 카운티의 군수인 존 레이든버그도 2003년에 워싱턴주 타코마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방치된 준설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US오픈 개최지 수준의 시립 코스를 짓겠다고 결심하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 계획을 추진하는 게 더 어려웠던 이유는 레이든버그가 처음부터 US오픈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가를 수배하는 것이었고, 결국 봅 존스(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있는 랭킹 상위권의 코스들처럼 27홀 규모로 나무가 늘어선 전형적인 코스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봅 존스의 회사에서 과감한 ‘플랜 B’를 제시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는 전형적인 18홀 링크스 코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부지의 모래 토양과 푸젯 해협을 앞둔 해양성 기후 때문이었다.” 존스는 말했다. “넓은 모래 부지와 옆으로 지나가는 철로까지, 링크스 코스로 조성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조금 더 우락부락한 아일랜드의 밸리부니온처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홀 챔피언십 링크스에 대한 존스의 비전이 레이든버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존스와 USGA의 친분, 그리고 그의 회사에서 제시한 야심만만한 계획이 레이든버그의 목표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링크스 코스라는 개념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링크스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페스큐 잔디를 코스 전체에 식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었다. 미국에서 결이 가는 페스큐를 사용한 코스는 그때까지 오리건의 밴돈 듄스 한 곳뿐이었다. 페스큐의 가장 큰 단점은 이용 빈도가 높으면 견디지 못하고, 골프카트로 부담을 줄 경우에도 쉽게 상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카트 도로를 설치할 경우 챔피언십 링크스의 설계를 조정해야 했다.

레이든버그와 카운티의 관계자들은 카트 수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2005년 1월 회의에서 레이든버그는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이곳을 체임버스베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걸어서 플레이하는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물결치는 지형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었던 밴돈 듄스와 달리 체임버스베이는 풍경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요소가 없었다. 존스는 지금도 이 코스가 예쁘다고 하기엔 너무 거칠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난관은 골프코스의 특징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망가진 부지를 골프코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챔피언십 수준에서 그라운드 게임의 트램펄린 효과를 위해 넓고 단단하고 빠른 페스큐 그린을 만들고자 부지를 새로 다듬었다. 우리는 푸젯 해협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 ‘날려온’ 것처럼 보이는 드넓은 모래밭을 활용했다. 체임버스베이는 나무와 워터해저드, 러프가 없는 상태로 설계됐다. 이곳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난관, 바람과 고도의 변화, 그리고 지형이다.”

코스가 진정한 링크스의 기능을 갖추려면 결이 가는 페스큐 잔디가 필요했다. 그 실험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악몽으로 변한 그린은 예외였다. 최근에 몇몇 그린의 스피드가 한없이 느려진데다 울퉁불퉁하고 일관성이 없어졌다. 2014~2015년 겨울을 맞아 라운드 횟수가 줄어들었을 때 그린의 정밀 점검에 돌입했다. 존스의 말이다. “체임버스베이의 인기가 높아지고 겨울 동면기에 건조한 상태에서 짓눌리다 보니 잔디가 많이 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성장기에 단단하고 빠른 페스큐 퍼팅 면을 조성할 수 있는지 관리직원 교육이 실시됐다.” 그리고 USGA의 마이크 데이비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린은 현재 대단히 좋은 상태다. 그린은 늘 겨울에 상태가 열악해졌지만, 지금은 도달해야 할 수준을 되찾았다.” 그런가하면 존스는 체임버스베이가 세인트 앤드루스와 파인밸리, 그리고 변덕스러운 바운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US오픈 코스는 지금껏 없었다.


설계가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는 체임버스베이의 웅장함과 위협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홀로 파4 14번홀을 꼽았다. 그곳에 ‘케이프 피어(Cape Fear)’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프로치샷은 모험을 거는 만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그린 왼쪽을 겨냥하는 것이다. 그 라인에서는 거리가 짧더라도 굴러서 그린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왼쪽을 겨냥한 샷이 너무 길 경우 그린 옆 모래 황무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어프로치샷이 오른쪽으로 너무 멀리 날아가면 인공 모래언덕의 비탈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어프로치샷은 모험을 거는 만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그린 왼쪽을 겨냥하는 것이다. 그 라인에서는 거리가 짧더라도 굴러서 그린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왼쪽을 겨냥한 샷이 너무 길 경우 그린 옆 모래 황무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어프로치샷이 오른쪽으로 너무 멀리 날아가면 인공 모래언덕의 비탈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페어웨이는 100야드 남짓할 정도로 넓지만, 정중앙에 보비의 벙커라는 별명이 붙은 작은 벙커가 있다. 깊지만 아주 깊지는 않다. 벙커에 빠지더라도 좋은 라이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라이가 좋더라도 거기서 그린에 볼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안전하지만, 어프로치샷의 거리가 50야드 늘어난다.”

“페어웨이 왼쪽으로 볼을 보내면 홀의 길이가 50~100야드까지 줄어든다.” 존스의 말이다. “그 지점으로 볼을 보내려면 넓은 황무지를 넘어가야 한다. 홀을 대각선으로 활용하는 전략과 넓은 벙커는 파인밸리 16번홀을 연상시킨다.”

“이 홀은 셋업에 따라 길이가 496~546야드에 달하는 긴 홀이다. 대단히 넓은 페어웨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푸젯 해협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을 그린다. 티박스가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옆바람을 향해 샷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존스는 “이곳은 티잉그라운드가 아니라 티리본”이라고 말했다. 독특하게도 체임버스베이의 티잉그라운드는 평평하지가 않다. 그는 “선수들은 스탠스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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