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VE LEARNED

콤튼이 확신하는 한 가지. 대회가 끝난 후에는 낚시를 즐긴다는 것.
지난해 US오픈의 트로피를 품에 안은 건 마틴 카이머였지만, 에릭 콤튼도 깜짝 2위를 차지하면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35년을 살고 두 번의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동안 삶의 지혜를 터득했다.


올해 서른다섯, 세 번째 심장을 이식한 지 7년째인 에릭 콤튼은 PGA 투어에서도 가장 희귀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일지 모르겠다. 아직 이력서에 투어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작년 US오픈에서 2위까지는 올라가봤다. 콤튼은 갤러리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18번홀에서 결정적인 업앤다운을 성공하며 리키 파울러와 공동 2위가 됐을 때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선두를 질주하던 마틴 카이머와는 8타 차이였다. “플레이가 잘 풀릴 때면 한없이 쉬워 보인다.” 콤튼은 말했다. “그런데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으면 모든 게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골프계의 진정한 ‘서바이버’인 그는 이번에 체임버스베이에 갈 때에도 이걸 비롯한 몇 가지 교훈(골프와 인생의 교훈)을 명심하려 한다.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에게 증명하자.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스스로에게 대단히 가혹하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가 이어진 대회에서 나쁜 성적을 거두면 오로지 나쁜 성적만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선수들은 전부 자신이 탁월한 플레이를 펼칠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단지 실행의 문제다. 메이저대회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일단 참가해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이런 마음이 든다. “이런 세상에, 최고의 성적을 거둘 기회를 잡았어.” 파인허스트에서 내가 그랬던 것 같은 플레이를 하고 나면 그 기억은 인생의 영원한 일부가 된다.


계획을 정하고, 그걸 고수하자.
PGA 투어의 정규 대회에서는 대체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코스를 세팅한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는 코스를 능가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내 스윙코치인 찰리 델루카는 메이저대회에 나와 동행하고, 함께 전략을 세우면 그걸 바꾸지 않는다. 작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스코어의 변동이 너무 심한 걸 보고 내가 전략을 바꿨다. 로리 맥길로이의 플레이를 보고 나도 더 공격적이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데, 그게 실패로 돌아갔다. 가끔은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도 있지만, 메이저에서는 대체로 파세이브만 해도 훌륭하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


소박한 목표에서 위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내 목표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나는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거나 “라이더컵 팀 합류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단순하다. 볼을 페어웨이에 올리는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장에 나갔을 때 내가 생각하는 건 “어떻게 해야 드라이버샷을 인플레이 상태로 유지하고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뿐이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와 비슷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걸 받고 싶어, 저걸 받고 싶어.” 뭐, 착한 아이라면 선물을 받겠지. 모든 건 볼을 페어웨이와 그린에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걸 못하면 우승을 꿈꿀 수 없다.


비관하지 말자.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멘탈이 대단히 강한 편이다. 뭘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 이만큼 날카롭지 못했을 것이다. 파인허스트의 일흔두 번째 홀에서 내가 성공한 업앤다운 샷은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허리에 두 번이나 문제가 있었고, 외출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US오픈에서 2위를 했다. 포기는 있을 수 없다.


잊어버리는 법을 배우자.
세상 모든 일에 신경을 쓸 수는 없다. 시즌은 길고, 그러다 보면 플레이를 잘하게 되는 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샷을 하고 싶다면 지난 일은 잊어버려야 한다. 마틴 카이머는 그걸 잘 표현했다. “플레이를 준비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그 샷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잊어버리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건 좋지 않다.


사랑을 느끼자.
작년 파인허스트에서 갤러리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그들의 사랑을 느꼈다. 코스에서 그런 기분, 응원 받는 기분, 내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 사람들과 자신에게, 극단적인 중압감과 까다로운 챔피언십 코스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감사하자.
과거에 있었던 일들 중에 바꾸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내게 새 삶을 준 기증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그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많은 행운을 누렸다. 세상에는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매일 매일매일이 너무나 행복하다.


믿자.
심장이식을 받고 1년이 지났을 때 성대한 파티를 열었고, 할 프레이저라는 가수가 “스스로를 믿어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마법사>라는 뮤지컬 영화에 나온 노래인데,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멋진 노래다. 감동적이었다. 장타대회건, 토너먼트건, 자선대회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어줬다. 그런 응원은 너무나 소중했다. 코스에서 내 차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동전을 던졌다면 99퍼센트는 내가 원하는 방향이 나왔을 것이다. 그게 운명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확신하는 게 뭐냐고? 내가 여기 있건 없건 내일은 온다는 것이다. 내가 행운아라는 사실은 100퍼센트 확신한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낚시를 하러 가리라는 것도 100퍼센트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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