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나올 수 없는 골프, 커피, 바이크의 매력”

‘자유로운 영혼.’ 환갑이 지난 나이에 바이크와 커피를 즐긴다는 그와의 만남 후 떠오른 문구다. 사실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과 손수 커피콩을 볶아 향긋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그리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는 그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석교상사 사무실의 무허가(?) 커피숍, ‘카페 드 맘보’에서 만났다. 바로 ㈜석교상사 이민기 회장이다.

골프계에 ‘최초’ 수식어가 여럿 붙은 회사가 있다. 골프용품수입회사로 가장 오래됐으니 최초, 투어 선수들을 위해 투어밴을 만든 것도 최초, 골프클럽을 골퍼에게 맞춰주는 피팅을 도입한 것도 최초다. 바로 일본 브리지스톤 골프용품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석교상사다. 지난 10월1일로 이 회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골프용품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있는 ㈜석교상사의 수장 이민기 회장을 만나 옛 추억을 끄집어낸 배경이다. 때는 지난 11월20일, 장소는 ㈜석교상사 사옥 4층에 자리한 카페 드 맘보(Cafe de Mambo)다.


이 공간은 마치 커피숍 같다.
분위기가 그런가? 예전에는 회의실이었는데, 지금은 응접실겸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커피콩을 볶고, 드립커피를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직원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테이블에 앉은 이민기 회장은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어니 앤드류스의 I want to be loved였다).


며칠 간 외부 일정으로 바빴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지리산을 다녀오고, 회사 워크숍도 있었다. 이틀간 진행된 워크숍은 전 직원 대상은 아니고, 28명으로 구성된 골프동호회 2015년 납회다. 우리 회사에는 골프학과 출신이 많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회사생활에 활력이 되는 모임이라고 판단해서 그린피 절반을 제외한 나머지를 회사가 지원해주고 있다.


직원들의 모임을 지원해주니 일하기 좋은 회사인 것 같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일만 하는 곳이면 힘들고, 지치게 된다. 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놀고, 유대관계를 맺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운 곳이 된다. 그 과정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능률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직원들의 모임을 장려하고 있다. 이 공간도 비슷한 의미로 만들어졌다.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이 아닌 커피숍 같이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사무실을 카페 겸용으로 만든 회사는 처음 봤다. 벤치마킹한 것인가.
어디서 보고 따라 만든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해서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 만들었다. 사교에 도움이 되는 와인을 배우고 싶었는데 술을 전혀 못하니 배울 수가 없었다. 커피가 와인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대신 배우게 됐다. 커피를 공부한 후 회사에 이 공간을 만들었다. 로스팅(커피콩을 볶는 일)은 과정이 까다로워서 혼자 하고, 드립(분쇄한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일)은 직원 7명 정도가 한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직접 내리나.
직접 한다. 예전에는 손님이 오면 직원에게 커피를 타 달라고 했다. 그냥 커피 한잔일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커피를 내려 한잔 내어주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정성들여 커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나보다. 손님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그만큼 관계가 가까워진다.


커피와 함께 바이크를 타는 게 취미라고 들었다.
미국에 있을 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었다. 할리데이비스를 탄 사람들이 주유소에 몰려왔다. 그 모습이 두렵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다. 언젠가 바이크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00년에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결여되던 시기였는데 바이크를 타니 젊어진 것 같았다. 자신감도 샘솟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타고 있다.


올해로 석교상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사실 10주년, 20주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30주년을 계기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40주년을 맞기 전에 은퇴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 아닐까. 그래서인지 30주년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하나의 일을 30년 동안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아닌가.


30년 전, 석교상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 가방회사 미국지사에서 일했다. 여러 종류의 가방을 만들어서 미국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골프 스탠드백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이 골프와의 첫 인연이다. 그때는 골프를 잘 몰랐다. 그러던 중 1985년 매형(프로골퍼 김승학)이 브리지스톤 골프용품을 수입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로골퍼 출신으로 브리지스톤 계약 선수였던 인연으로 사업을 하게 된 거다. 내가 무역업에 종사하다보니 매형과 누님이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런 이유로 석교상사에 합류한 게 1986년 3월이다. 당시 차장으로 근무했고, 1989년에 대표이사가 됐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할 정도였으면 석교상사의 미래를 밝게 봤다는 뜻인데.
그렇지 않다. 매형과 누님을 잠시 돕는다는 생각이었다. 근무하던 회사에서 수출 관련 업무를 일정 부분 분담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근무하던 회사의 체계적인 모습과 비교했을 때 석교상사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보니 어느 순간 발이 빠져버린 것이다. 회사를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골프가 부유층의 전유물로 평가되던 시기였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수입품원산지표시 제도가 시행된 시기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무역법이 대대적으로 변하던 때였고, 당시 일본에서 클럽을 수입할 수 없었다. 대신 대만에서 생산된 보급용 골프클럽을 수입해서 유통했다.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졌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1996년 이후 일본에서 좋은 제품을 가져오면서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IMF 외환위기, 리먼사태 등보다 더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투어스테이지로 오랜 시간 출시되다가 브리지스톤으로 브랜드가 통합됐다. 과정을 다시 한 번 소개해달라.
브리지스톤은 여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전략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앞서 월드스테이지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선수지향형 클럽을 조금 더 쉽게 만든 거였다. 그런데 실패했고 뒤이어 출시된 게 투어스테이지다. 1999년에 투어스테이지 론칭을 했는데 대성공이었다. 그 사이 아시아를 제외한 곳에서는 브리지스톤 골프로 브랜드가 출시됐다. 언젠가 브랜드 통합이 이뤄질 상황이었고, 결국 2014년 브리지스톤 골프로 통합이 됐다. 투어스테이지라는 브랜드를 없앤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브리지스톤 골프라는 브랜드를 다시 우리나라 골퍼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사업초기보다 나이가 많아 열정이 꺾인 탓에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도전욕구가 생겼다. 지난해 브리지스톤 볼이 출시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했고, 올해 클럽이 출시되면서 열정이 더욱 불탔다. 그랬더니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내가 달라졌다. 직원들도 일하는 게 즐거워보였다.


30년 동안 수많은 제품이 출시됐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엇인가.
프로 230 드라이버다. 230cc 체적에 딥페이스 디자인이었다. 샷거리가 길고, 임팩트 느낌이 좋은 드라이버였다. 이 드라이버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보내준 신문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프로 230을 쓴다는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광고였는지, 실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폭발적인 인기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브리지스톤 골프는 일본 브랜드로 아이언에서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우드 부문의 성과가 크다는 분위기다.
브리지스톤 골프 브랜드 론칭 때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그런데 우드 부문의 성공을 통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 올해 클럽이 아주 잘 나왔다. 특히 J815 드라이버가 대박이었다. 사실 우리는 아이언 브랜드로 우드 부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드라이버가 잘 팔렸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앞으로 우드 부문을 강화해서 이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째가 성능, 둘째가 가격, 셋째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품 성능이 좋아야 제품이 팔리는 게 기본이다.


우리나라 골프용품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위기다. 30년 연륜이 더해진 시각은 어떠한가.
골프용품시장의 성장세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골프장 내장객을 예로 든다. 골프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골프장 내장객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내장객 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골프용품시장, 나아가 골프산업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과 다른 조건이 있다. 바로 스크린골프다. 젊은 골프인구의 유입을 부르고, 골프 입문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 성장 동력이 된다는 뜻이다. 다만 골프용품의 유통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로드숍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올해 프레지던츠컵이 개최되면서 국내 골프시장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체감하는지.
개인적으로도 프레지던츠컵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의 유명한 선수들이 와서 시합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프레지던츠컵 개최가 단기적인 시장 활성화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사랑나눔 자선골프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16년 전이었다. 지각하는 직원들에게 벌금을 걷었다. 그리고 연말에 이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 고아원도 방문하고, 어르신들이 계신 곳도 방문했다. 이후 벌금에 회사의 성금을 더했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사랑나눔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한 배경이다. 처음에는 회사의 행사였고, 시간이 지나자 동호회와 사랑의 버디회, 연예인 골프단 이글이글 회원들까지 동참하게 됐다.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9회 대회를 했는데 1억1,00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유니세프, 안나의집, 선덕원, 장애인골프협회 등에 전달했는데 보람이 크다.


2015년이 끝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계획한 일들에 대한 성취감은 어떠한가.
올해 J815 성공이 가장 기쁘다. 덕분에 도전의식이 생겨서 좋다. 전통적인 아이언 부문에서도 V300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별히 컬처 클래스를 운영해 골퍼들이 다양한 골프문화를 접할 기회를 줄 계획이다. 올해 3회 운영했는데 홍두표 대한골프협회 경기부위원장, 고덕호 프로, 박시현 프로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줬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내용으로 확대할 것이다.


PROFILE
소속 주식회사 석교상사 회장 겸 대표이사
생년월일 1953년 6월21일
학력 인하대학교 졸업
취미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커피 로스팅
주요경력
1985년 10월 석교상사 창립
1989년 9월 주식회사 석교상사 법인 설립, 대표이사 취임
1999년 03월 투어스테이지 브랜드 론칭
1999년 04월 주식회사 석교상사 부산지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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