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대스타 차범근(62)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그의 아들이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차두리(35, FC서울) 선수를 만났다. 축구로 국민에게 희열을 선사한 국가대표 축구 부자의 축구, 그리고 골프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 7월12일, 우리나라 전역에 비가 내렸다. 아쉽게도 차범근 전감독과 일행은 모처럼 잡은 라운드 계획을 접어야했다. 차 전감독의 라운드 동반자는 아들 차두리, 차세찌(29), 사위 정병훈(40) 씨였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이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축구와 골프를 주제로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차두리 선수, 어제(11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넣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차두리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골은 넣었는데… 팀이 져서…
차범근 집에서 텔레비전 중계로 경기를 봤습니다. 골 넣는 장면을 보니 그냥 하나 줍던데요. (너털웃음을 터뜨린 차두리를 바라보며) 이삭줍기 수준이었어요. -차두리의 K리그 데뷔골은 문전 혼전 중 상대팀 신화용 골키퍼가 쳐낸 볼을 밀어 넣은 것이다. FC서울은 차두리의 골에도 불구, 3대1로 패배했다.


차 전감독께서는 아들의 경기를 챙겨보나요.
차범근 항상 봅니다. 경기장에 못가면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봅니다. 다른 경기도 보는데 그래도 아들이 출전하니까 더 챙겨보게 되더군요.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좀 더 욕심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어제 골을 넣은 것도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없으면 골에 대한 집착도 없고, 도전도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골을 넣을 가능성이 적죠.


차 전감독은 푸근하고 온화한 이미지입니다. 차두리 선수에게는 어떤 아버지인가요.
차두리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집에서도 가족을 먼저 챙기시는, 항상 모범적인 아버지죠. 그런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차세찌 아버지는 꾸밈이 없는 분이세요. 대중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좋게 포장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죠. 그냥 여러분들이 보는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축구스타 아버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차두리 어려서는 아버지의 존재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아버지의 경력을 뛰어넘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누구나 꿈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을 깨달았죠. 안 되는구나(웃음). 그때서야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었는지 깨달았어요. 저렇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도 생각했고요. 존경스러웠어요.


그래도 월드컵 4강의 주역입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할 아들일 겁니다.
차범근 월드컵 4강은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겁니다. 아버지로서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모든 아버지가 자식이 더 잘 되길 바라죠. 항상 저보다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를 바랐어요. 물론 바란다고 다 뜻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두리는 저보다 뛰어난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그것을 꺼내놓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근래 들어 두 분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가 자주 보입니다. 섭외 과정에서 누구의 인기가 한몫했다고 생각하나요.
차범근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예전에는 제가 주인공이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분위기를 보면 제가 두리에게 원플러스원으로 껴 갑니다. 계약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아요. 저보다 비싸게 받는 것 같아요(웃음). 두리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니까 아버지로서 흐뭇합니다.


차붐,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각각 갖고 계신데요. 어떤 별명이 더 멋진 것 같나요.
차범근 제 별명은 이름에서 따라왔죠. 독일인들이 발음하기 편하니까 차붐이라고 불렀고, 별명이 됐어요. 두리 별명은 멋있지 않나요. 로봇 같잖아요. 차미네이터. 꼬마들이 로봇을 좋아하니까, 왠지 더 멋지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차두리 선수는 로봇처럼 강인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해보입니다. 경기 후 오열하는 모습이 화제였습니다.
차두리 그때는 몰랐는데 제가 많이 울었더라고요(웃음). 월드컵 때 선수로, 해설위원으로 가서 경기 후 울었고요. 3월31일 국가대표팀 은퇴식 때도 울었어요. 그래서 너무 자주 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꾸밈이 없어요. 솔직한 게 좋아요. 좋으면 웃고, 싫으면 인상 쓰고, 슬프면 울죠.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감정 표현을 잘 안하다보니까 저의 솔직한 표현이 색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차두리 선수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한다는 계획이죠. 그런데 팬들은 은퇴를 늦추길 바랍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나요.
차두리 계획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새로운 진로를 정할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지도자, 해설위원 등 다양한 일이 많아요. 일단 감독, 축구행정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요.
차범근 아직 두리와 구체적인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어요.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되지는 않아요. 알아서 잘 할 것 같아요. 그저 우리나라 축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병훈 씨는 유명인 집안에 사위가 되셨는데 불편한 부분은 없었나요.
정병훈 솔직히 불편합니다(웃음). 일반인으로 살아왔는데, 결혼과 함께 상상하지 못했던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어요. 장인어른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자꾸 쳐다봐요. 그런 시선이 아직도 어색해요. 그래서 가족 외식은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차범근 (사위를 바라보며) 그래서 밥 먹자고 해도 자꾸 피했던 거구나. 난 지금까지 그걸 몰랐네(웃음).


평소 골프를 자주 즐기시나요. 어느 정도 실력이신지 궁금합니다.
차범근 독일에서 축구선수 은퇴할 때쯤 골프를 배웠어요. 그리고 귀국해서는 잠시 쉬었다가 2000년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핸디캡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연습을 하면 싱글, 안하면 8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합니다. 사위와 세찌랑은 가끔 골프를 같이 합니다. 두리는 이제 시작이고요.


우리나라에 와서 골프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범근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었어요.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귀족 스포츠라고 하잖아요. 독일은 아니었거든요. 거의 모든 선수가 골프를 했어요. 그냥 스포츠였으니까요. 그래서 당시 분위기에 맞춰 골프를 잠시 쉬었죠. 2000년 들어서는 골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죠.
차두리 지금 축구선수들도 골프를 많이 해요. 회복프로그램으로 골프를 권하거든요. 골프는 많이 걷는데 그 자체가 축구선수에게는 회복이에요. 열심히 뛴 후에 걷는 거죠. 저는 이제야 골프에 입문하는데 배울 게 많아요. 앞으로 은퇴 후 시간이 많아질텐데 아버지와 동생, 자형과 골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차세찌 아버지도 항상 걸으세요. 카트를 안 타고 계속 걸으면서 골프를 하시죠. 그 모습을 보면 축구선수들의 회복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골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차범근 골프는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아요. 축구도 마찬가지인데요. 하루를 시작하기 전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죠. 물론 계획한 것이 그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고, 또 그것을 극복해나가면서 하루가 흐르죠. 매 순간 집중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죠. 골프는 홀마다 계획한 대로 게임을 풀어가야 하는데 볼이 휘어지기도 하고, 때론 잘 쳤는데 벙커에 빠지기도 하죠. 그런 상황을 극복하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좋은 스코어를 기록합니다. 정말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차 전감독께서는 테일러메이드만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차범근 제가 어렸을 때에는 아디다스가 최고의 스포츠브랜드였어요.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을 차는 게 꿈이었죠.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그 꿈을 이뤘는데 어찌나 멋지던지 지금도 그 기분이 잊히지 않아요. 또 제가 독일에서 축구선수를 했는데, 그곳이 아디다스의 본토예요. 당연히 아디다스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죠. 나중 일이지만 아디다스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고, 그 덕분에 테일러메이드만 쓰게 된 거예요.


테일러메이드만 사용했으면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할 기회도 없었겠군요.
차범근 당연히 모르죠. 다른 걸 써봤어야 이게 좋은지, 나쁜지 아는데 그게 안 되네요. 그래도 테일러메이드 제품이 훌륭하다는 것은 알아요. 지금까지 사용한 클럽을 보면 성능이 발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드라이버 평균 샷거리가 240~250야드예요. 그런데 새롭게 출시된 글로리를 사용해보니 270야드나 날아가더군요.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드라이버샷을 그렇게 멀리 쳐보지 못했어요.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정병훈 저도 테일러메이드를 오래 사용해서 장인어른과 비슷한 생각을 해요. 테일러메이드의 우수한 성능은 이미 투어에서 검증됐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죠. 글로리는 우수한 성능과 함께 중후한 디자인도 자랑거리예요. 처음 글로리를 봤을 때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축구와 골프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차두리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라는 점, 어딘가에 집어넣는다는 목표가 공통점이죠. 잔디위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점도요. 앞으로 골프를 하다보면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것 같아요(웃음).
차범근 모든 운동의 원리가 비슷해요. 축구의 슈팅과 골프의 임팩트가 그렇습니다. 체중을 반대로 옮기는 것, 정확한 임팩트 타이밍을 찾는 것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슛과 샷이 있습니다. 골프의 꽃은 드라이버샷이라고 하죠. 멀리 허공을 뚫고 날아가는 볼을 보면 가슴 속까지 뻥 뚤립니다(웃음). 축구에도 비슷한 슛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공중에 뜬 볼을 차서 골망을 흔드는 발리슛이 그 느낌과 비슷합니다.


앞으로 골프를 하면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차범근 운동은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과격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골프는 젊어서부터 늙어서까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이에요.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골프를 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차두리 가족의 소중함을 한시도 잊지 않았어요.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골프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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