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의 대스타를 만났다. ‘야구의 신’으로 불린 이종범(45, MBC스포츠 플러스 야구해설위원)과 미국 메이저리그 직행으로 성공 신화를 쓴 김선우(38, MBC스포츠 플러스 야구해설위원)다. 우리나라 야구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들은 올해 야구해설위원으로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이들과 야구, 그리고 골프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범과 김선우는 최고의 야구 선수였다. 그런데 골프에도 일가견 있다고 한다. 지난 6월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골프’라는 단어에 봇물 터지듯 얘기를 쏟아냈다. 게다가 새롭게 장착한 테일러메이드 글로리를 탐구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종범 위원은 현역시절 공수주 3박자를 완벽히 갖춘 선수로 평가됐습니다. ‘바람의 아들’,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입니다.
이종범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 더욱 영광입니다. 사실 부족함이 많은데 좋게 평가해주시니 너무 고맙죠. 팬들의 좋은 시선에 걸맞게 처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좋게 평가해주셨는데, 해설위원이 된 후에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솔직히 자신과 같은 선수가 또 등장할 것 같나요.
이종범 야구역사는 계속되고, 기록은 깨지게 마련입니다. 분명히 저 같은 선수가 나오리라 믿습니다. 아니, 무조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팬들이 좋아하니까요. 지금은 눈에 띄는 선수가 안 보이는데 언젠가는 나올 겁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했습니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김선우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일단 신기했던 것 같아요. 텔레비전으로 보던 유명한 선수들을 직접 보니 신기했죠. 그리고 스무 살에 미국에 갔는데 그 나이에 뭘 알겠어요. 주위의 도움 없이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외롭기도 했고요.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다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직행했죠. 당시 국내 구단들의 러브콜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선우 메이저리그 직행은 (박)찬호 형 다음이었죠. 보스턴 레드삭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오퍼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어서 시간을 미루다가 1994년에 가게 됐죠.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미국에서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실패했을 때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이 쉽지도 않았으니까요. 그저 야구 선수로서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좇았던 것 같아요.

이종범 해설위원은 한국, 일본 무대에서 활약했는데 메이저리그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요. 최근 강정호 선수의 활약상과 비교해보면 분명 좋은 기록을 남겼을 것 같습니다.
이종범 해외무대에 대한 동경은 그 당시에도 있었어요. 선수들은 일단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 했죠. 그런데 눈높이가 일본에 맞춰졌지 미국은 아니었어요. 당시 분위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만약 미국에 갔다면 정~말 잘 했을 것 같아요(너털웃음). 그때 제 스피드가 어마어마했거든요. 정호보다는 훨씬 잘 했을 거예요. (김선우를 쳐다보며) 근데 야~ 니 참 대단하다. 이제 너나 (추)신수 같은 선수는 안 나올 거야. 어떻게 마이너리그부터 치고 올라가는지. 완전 악바리구만(웃음).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상당히 인기 있는 스포츠죠. 스포트라이트는 화려하지만 이면에는 힘들었던 과거가 존재할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시절은 어땠나요.
이종범 멋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선배들도 무서웠지만 감독, 코치 다 무서웠어요. 그러다보니 야구를 잘 해야만 했고, 노력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엄청 힘든 시간이었죠.
김선우 저도 종범이 형이랑 똑같아요. 매일 혼나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아요. 꿈도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후 달라졌어요. 미국을 가야겠다. 그때부터 명확해진 것 같아요.


야구해설위원으로 진로를 바꿨는데 어떤가요. 할 만한가요.
이종범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어요. 몸과 가슴으로는 아는 걸 입으로 꺼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시간이 약이라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군요. 하지만 지금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방송에서 실수담이나 당황했던 때는 없나요.
이종범 특별한 실수는 없는데 당황스러울 때는 가끔 있죠. 중계를 앞두고 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정리해요. 그런데 가끔 정보가 없는 선수가 있어요. 2군에서 갑자기 올라온 선수가 대표적이죠. 아나운서가 “저 선수는 어떤 선수죠?”라고 물으면 대략 난감입니다. 그때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해요(웃음). 모르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선수 검색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선우 저도 특별한 실수는 없어요. 당황할 때는 종범이 형과 마찬가지로 정보 부족이죠. 저는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미국 대회 중계도 해요. 미국은 선수가 워낙 많고, 자주 바뀌거든요. 매번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그걸 수집하는 게 쉽지 않아요. 틈만 나면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요. 그러다보면 시간이 부족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죠.

방송에 출연하시니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습니다.
김선우 안 써요. 결혼도 했고 이제 외모에 신경 쓸 때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옷에는 신경을 많이 써요. 평소에 잘 안 입던 양복을 입으니 어색하거든요. 그래서 잘 어울리는지 자꾸 살피게 되더라고요.

선수 경험을 해설에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종범 야구는 하다보면 예상되는 대목이 있어요. 가끔 반전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예상이 맞아요. 저는 타자, 선우는 투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죠. 서로의 경험을 토대로 분석하고, 예상하면 거의 맞아요. 그러다보니 팬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두 분이 MBC스포츠 플러스 야구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데 팀원으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 어떤가요.
이종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 선우를 만났어요. 조용한 성격에 내성적인 느낌이었죠.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아니었어요. 경기장에서 상대하면 볼을 어찌나 사납게 던지고, 장난을 치는지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특히 악바리 근성이 보였어요. 이렇게 하니까 미국에서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계를 같이 해보면 투수로서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고 느껴져요. 배울 게 많은 후배예요.
김선우 종범이 형은 후배들이 좋아하는 형이에요. 진짜 리더 스타일이죠. 후배들이 다 따라가요. 이런 선배가 되고 싶은데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선수 시절에는 경쟁 상대였는데, 서로 어떤 선수로 기억하나요.
김선우 투수는 선발경기를 앞두고 일정한 리듬, 패턴대로 움직이죠. 골프에서 선수들의 프리샷 루틴처럼요. 저는 경기 전날 전화도 안 받고, 영화를 보곤 했어요. 그런데 종범이 형이 자꾸 전화를 해요. 하늘같은 선배라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으면 밥 먹자고 나오라고 하죠. “형님, 저 내일 선발인데요.” 이러면 “야~ 니가 무슨 집중이냐. 빨리 나와”라고 해요. 결국 다음날 경기에서 꼭 2안타 이상 맞아요. 절대 못이기는 형이에요.
이종범 (김선우를 바라보며) 서른 넘어서 대결한 게 그 정도야. 이전에 만났으면 너는 죽었어. 더 독살스럽게 달려들었을 거야(웃음). (기자를 바라보며) 선우는 훌륭한 선수죠(웃음). 그런데 유독 저한테만 약하더라고요.
김선우 이 형이 참 그래요. 타석에 들어서서는 저를 보고 자꾸 웃어요. 저는 엄청 진지한데 웃으니까 힘이 쭉 빠지죠. 그러니깐 자꾸 안타 맞았나 봐요.

두 분이 골프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압니다. 골프는 언제 시작했나요.
이종범 1999년, 일본에 있을 때 입문했어요. 고우순 프로님, 선동열 선배님, 이상훈과 함께 골프를 했어요. 우리나라는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일본은 아니었어요. 골프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죠. 만약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골프는 한참 뒤에 배웠을 거예요.
김선우 메이저리그에서는 골프를 하라고 권해요. 선수들이 클럽을 가지고 다닐 정도거든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뉴저지 한인회에서 불우이웃돕기 골프대회를 했어요. 거기에 초대 받았는데 처음으로 골프를 했어요. 아마 130타는 친 것 같아요. 2년 뒤 너무 심심해서 골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독학으로 했는데 하면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골프 실력은 어떤가요. 베스트 스코어가 궁금합니다.
이종범 평균 80타 정도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선우와 치면 74타 정도로 잘 쳐요. 그래서 내기에서 많이 이깁니다(웃음)
김선우 종범이 형은 솔직히 80타라 그러면 안 되죠. 그렇게 얘기하고는 이븐파 치고, 돈 다 가져가고. 정말 저하고 치면 볼이 더 잘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섭섭합니다. 형님. 처음에는 이기려고 달려들었는데 이제는 안 달려들어요. 저는 딱 보기플레이어예요. 그런데 종범이 형은 정말 신기하게 볼이 똑바로 가요. 게다가 샷거리도 길어요. 저는 자꾸 휘어지거든요.

샷거리가 굉장히 길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이종범 우드는 드라이버 하나만 있는데 290미터 정도 칩니다. 3번 아이언으로 240미터를 치고요. 7번 아이언은 175미터 정도예요. 지난 5월4일에 김형성 프로와 라운드를 했는데 “야구선수 스피드를 못 이기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야구배트를 휘두른 탓에 손목 힘이 아주 강해요. 그래서 샷거리만큼은 프로 골퍼에게도 안 뒤지죠.
김선우 똑바로 날아가면 종범이 형이랑 비슷해요. 휘어지니까 문제지만(웃음). 저는 다른 건 몰라도 드라이버샷 욕심이 강해요. 드라이버샷을 멀리 똑바로 때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요. 7번 아이언샷은 160미터 정도 칩니다.


야구 스윙과 투구가 골프스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나요.
이종범 비슷한 점이 많아요. 허리 회전과 손목의 움직임이 비슷하죠. 그런데 우리 야구선수들은 프로 골퍼를 따라하면 안 되는 게 있어요. 백스윙 때 왼팔을 펴는 거요. 그러면 이상하게 볼이 안 맞아요. 살짝 굽혔다가 펴면서 치는 게 더 낫더라고요.
김선우 골프스윙은 투수와 잘 맞아요. 골반을 회전하는 것, 체중이동이 서로 비슷합니다. 그래서 제가 종범이 형보다 골프스윙이 더 예뻐요(웃음).

골프를 하면서 에피소드는 없나요.
이종범 진중하게 플레이하다보니 에피소드가 많지는 않은데, 음… 며칠 전 스카이72CC에서 선우와 라운드를 했는데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어요. 제가 “선우야 이런 날은 바람을 이기려고 하면 안 돼”라고 얘기했더니 “아닙니다. 형님, 저는 이겨볼랍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샷을 했는데 볼이 바람을 타고 휘어져 OB가 났습니다(너털웃음).
김선우 언젠가 제가 79타를 쳤어요. 엄청 잘 쳤죠. 그런데 그날 종범이 형이 이븐파를 쳤어요. 생애 첫 이븐파에 제 싱글 플레이가 묻혔어요. 하필 돈도 10만원 밖에 없어서 돈 없다고 혼나고, 참 슬픈 날이었습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선우 에티켓이죠. 우리는 운동을 한 선수다보니 에티켓, 매너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볼을 잘 치는 것보다 정말 매너 있는 골퍼라고 불리길 원하죠. 아마 우리와 같이 골프를 한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야구, 골프 중 어느 것이 쉽나요. 만약 프로 골퍼가 됐다면 야구선수만큼 성공했을까요.
이종범 골프가 훨씬 어려워요. 야구는 제가 못해도 다른 팀원이 잘 하면 되거든요. 팀이 이기면 됩니다. 그런데 골프는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 잘 하지 못하면 절대 빛을 못 보죠. 골프에는 인내심이 상상 이상으로 필요해요. 아마 프로 골퍼가 됐다면 야구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테일러메이드 용품을 사용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선우 미국에 있을 때 테일러메이드 r5 드라이버가 출시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라서 마음이 갔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어요. 대부분 골퍼가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썼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뒤에 나온 r7도 대단했어요. 볼이 엄청나게 멀리 날아갔어요. 저는 그때부터 테일러메이드라는 브랜드에 꽂혔어요.
이종범 개인적으로 양용은 프로와 친분이 있어요. 미국에 가서 양 프로와 라운드를 했을 정도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테일러메이드 용품과 가까워졌어요. 제품의 성능은 말할 필요도 없죠. 솔직히 골퍼들 중에 테일러메이드 제품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나요. 믿을 수 있는 브랜드예요.

테일러메이드가 글로리 후속 모델을 출시했는데 어떤 모델처럼 보이나요.
이종범 테일러메이드는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브랜드죠. 참신한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글로리는 조금 더 중후한 느낌을 주네요. 헤드 디자인도 편안하면서 뭔가 강력함이 있고요. 아직 시타를 안 해봤는데, 당연히 멀리 똑바로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선우 일본 골프대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드라이버로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이유가 있죠. 그만큼 성능이 좋다는 뜻이니까요. 빨리 피팅 받고 필드에서 쳐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

앞으로 골프코스에서 팬들을 마주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종범 선수시절 골프장에 가면 사람들을 피해 다녔어요. 운동 안 하고 골프하러 다닌다고 수군댔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이라 좀 더 당당하게 갈 수 있습니다. 코스에서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사진도 찍고, 평소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셔도 됩니다. 성심성의껏 답하고, 사진도 같이 찍어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선우 골프장에 가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요. 반갑게 인사하는 분도 있고, 먼발치서 보기만 하는 분도 있죠. 반갑게 인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클럽, 볼을 쓰는지 흥미롭게 보시던데, 왜 (테일러메이드를) 쓰는지 물어보시면 정확히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코스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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