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전인지. ‘플라잉 덤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초반은 전인지(오른쪽)와 고진영의 양강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인지는 해외 투어를 병행하면서도 매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전인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LPGA 투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더니 피곤한 몸으로 건진 천운의 우승컵으로 KLPGA 투어 통산 5승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건너간 일본에서 메이저 우승컵까지 가지고 돌아왔다. 이미 국내 간판스타지만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전인지와 이 놀라운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5 KLPGA 투어는 다수의 톱랭커들이 해외 무대로 진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남은 강자들은 새로운 여왕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시즌 초반부터 불꽃 튀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투어의 열기가 점차 무르익던 지난 5월10일, 현해탄 너머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전인지(21, 하이트진로)가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의 유력한 상금왕 후보였던 전인지는 일찌감치 해외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더 큰 세상으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국내 무대에 집중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전인지는 올해에만 벌써 네 번의 LPGA 투어와 한 번의 JLPGA 투어 대회에 참가했다. 시즌 초반부터 소화하고 있는 고된 스케줄은 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KLPGA 투어 여왕 자리에 집중하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선택한 전인지는 “내가 목표한 방향으로 열심히 걷다보면 타이틀은 따라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당시 오른손목 통증으로 아이싱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고통 또한 좋은 경험이고 약이란다. 항상 순수하고 귀여운 미소를 잃지 않는 소녀지만 이미 실력과 의젓한 마인드만큼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인 기자와 팬들이 직접 국내 대회장에 찾아온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성장하고 있는 ‘덤보’의 글로벌 경쟁력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한미일 3개국을 오가느라 시즌 초반부터 강행군이다.
강행군이고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 대회(ANA 인스피레이션)와 일본 메이저 대회(살롱파스컵)에 참가한 것은 내 골프 인생에서 소중하고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어깨 통증이 있었고 넥센-세인트나인 대회 때는 감기 몸살로 기권도 했다. 게다가 지금 손목에 아이싱을 하고 있는데.

골프를 하면서 처음으로 손목에 통증을 느꼈다. 일본 대회 직후 아프기 시작했는데 당시 코스의 페어웨이가 단단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나에게 좋은 경험이고 약이 될 것이다. 조금 심했던 어깨 부상은 거의 다 회복된 상태다.


그래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컨디션이 꽤 좋아 보인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웃음).


험난한 일정 속에서도 벌써 국내에서 우승과 준우승 각각 1회, 일본 투어 우승까지 했다. 강행군의 보람이 있나.
몸이 고된 만큼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결과가 잘 따라와 줘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살롱파스컵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 현지 반응이 꽤 뜨거웠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알아보고 응원하는 팬들이 있어서 고마우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우승 기원 부적 같은 것도 선물로 받았다. 일본 갤러리들이 ‘덤보짱’이라고 부르면서 응원을 해줬던 게 인상적이었다.


생애 첫 JLPGA 투어 대회였다. 게다가 일본의 메이저 대회이기도 했다. 많이 낯설었을 텐데.
일본에서 플레이한 건 지난해 한일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이후 처음이었다. 살롱파스컵은 메이저 대회라 갤러리가 엄청 많았는데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요했다. 대회장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달랐는데 낯설다기보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페어웨이 잔디가 짧고 흙이 많은 편인데다가 단단했다.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송화가루와 흙먼지가 많이 날려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플레이하는 선수도 있었다. 또 러프가 길었고, 그린이 메이저 대회답게 굉장히 빠르고 관리가 잘 돼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처음 경험한 대회, 어려운 코스를 극복하고 JLPGA 투어의 1년 시드를 너무 쉽게 획득했다.
처음 일본 투어에 출전하는 만큼 즐겁게 플레이하자고 생각했는데 대회 기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좀 더 여유 있게 즐기려고 노력한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큰 자산이 되고 있다.


함평골프고 선배 신지애가 특별히 조언해 준 부분은 없었나.
투어 경험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라커룸에서도 격려와 응원을 해줬다.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퍼팅 통계가 좋아졌더라. 살롱파스컵 때도 퍼팅이 주효했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KLPGA 투어에서 평균 퍼팅 수 1위다.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스트로크를 교정하거나 기술적인 부분에 변화를 준 것은 딱히 없다. 글쎄… 단지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퍼팅했다. 스승인 박원 프로에게도 항상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정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도받고 있다.




LPGA 투어에 올해에만 네 번 출전했다. 미국 무대 출전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샷과 코스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플레이는 물론이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오랜만에 (김)효주를 만나고 선배 언니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언니들이 대회장 근처에 있는 맛집에 데려가서 밥도 사주고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오랜만에 산드라 갈, 모리야 주타누가른 등 친분 있는 외국 선수들을 만나서 좋았다. 모리야와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 때 함께 식사를 같이 하며 친분을 쌓았다. 나와 동갑내기인 좋은 친구다.


전현직 LPGA 투어 선수들이 말하길, 선수들 간의 실력 차는 크지 않다던데. 직접 느껴본 미국 투어 수준은 어떻던가.
일반 대회와 메이저 대회 모두 참가해봤는데, 아무나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보니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때문에 너무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서 솔직히 누구와 함께 플레이했는지 바로 기억이 매년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전인지. ‘플라잉 덤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안 날 정도다. 워낙 잘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확실히 수준이 높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만큼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투어를 리드하고 있고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등 데뷔 첫 해부터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물론 선수마다 가야할 길과 목표가 다르다. 나는 나의 길을 가지만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배우기도 한다. 워낙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목표한 방향대로 열심히, 묵묵히 갈 생각이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있나. 해외 무대 활약을 위해 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TV로 지난 경기를 모니터링 하면서 내 모습을 보면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욕심 같아서는 그냥 전체적으로 다 향상시키고 싶다(웃음). 특히 부상 이후 샷거리가 많이 줄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스폰서 초청, 세계랭킹 등으로 LPGA 투어 참가 자격을 얻고 있는데, 특히 올해 LPGA 5개 메이저 대회에 전부 참가 자격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좋은 기회인데, 전부 출전할 생각인가.
최대한 출전하고 싶은데 모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난해 US여자오픈은 한국여자오픈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결국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한국여자오픈에 참가했었다. 올해에도 지난해 우승했던 S-OIL 인비테이셔널과 LPGA 챔피언십이 일정이 겹친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국내 대회에 나가는 것과 세계 최고의 무대인 LPGA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것 모두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LPGA 챔피언십은 평소 플레이 해보고 싶던 코스인 뉴욕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열린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




해외에 너무 자주 나가면 국내 무대에서 흐름을 잃고 주춤할 수도 있지 않은가. KLPGA 상금왕 경쟁에 조금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궁극적인 목표가 상금왕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목표 달성 과정에 충실하다보면 상금왕과 같은 좋은 타이틀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점점 이름을 알리고 스타 선수가 되면서 주변의 시선, 기대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진 않는지.
아직까지는 아니다. 내게 쏟아지는 기대와 시선도 재미있다.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나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해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일이고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다.


KLPGA 대회장에는 많은 팬클럽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열정적인 ‘플라잉 덤보’ 회원들에게 하고픈 말.
매주, 자주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다 생생히 기억난다. 이제는 가족과 같은 존재다. 열정적인 팬들의 존재는 감사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내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정기 모임은 자주 하지 못하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팬클럽 회원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올 시즌 목표와 다짐.
기회가 있으면 큰 무대에서 많이 서고 싶다. 그리고 연말에는 세계랭킹 40위 안에 랭크돼서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2016년 LPGA 투어 카드를 손에 넣고 싶다.


각종 미디어에서 최종 목표를 물을 때마다 “비밀”이라고 답해왔다. 여전히 비밀인가. 혹시 지난번 이야기한 3개국 내셔널 타이틀 획득인가.
한미일 내셔널 타이틀 획득은 바람일 뿐이지 최종 목표는 아니다. 내 최종 목표는 여전히 비밀이다. 언젠가 이뤄지면 말할 생각이다. 현재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고 매 시즌 성장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전인지 Profile
생년월일: 1994년 8월10일
신장: 175cm
프로데뷔: 2013년
주요기록
2013 KLPGA 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2014 KLPGA 투어 S-OIL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4 KLPGA 투어 KDB 대우증권 클래식 우승
2014 KLPGA 투어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우승
2015 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오픈 우승
2015 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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