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투어 통산 3승에 빛나는 스타플레이어 최진호가 돌아왔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2015 시즌부터 본격적 으로 투어 무대에 복귀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 준비에 한창인 최진호를 만나 군 생활 이야기, 가족과 골프, 포기하지 않은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남자프로골프투어의 흥행 부진이 언급될 때마다 '스타플레이어 부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올 시즌 역시 주요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흥행 부분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메말라가는 투어 흥행에 단비를 뿌려줄 스타플레이어 최진호(31, 현대하이스코)가 돌아온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3, 2014 두 시즌 동안 필드를 떠났던 그가 2015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투어에 복귀하는 것.

통산 3승의 실력파가 복귀함으로써 선수들의 경쟁에 불을 지피고, 이는 곧 투어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진호는 두 시즌의 공백을 거치고 이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꽤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그가 가족과 골프, 포기하지 않은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근 예비역으로 지내다가 지난해 9월에 군 복무를 마쳤다. 주로 어떤 근무를 했나.
사단에서 간부 목욕탕 관리병을 했다. 사단장도 종종 찾는 중요한 곳이었다. 거기서 수건 빨래와 목욕탕 청소를 했다.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서 나중에는 동네에서 통지서 관련 업무를 하는 동대 상근으로 배정받았다. 오히려 목욕탕에서 근무할 때가 편했다. 예비군들을 상대하는 건 정신적으로 참 힘들다(웃음).

출퇴근 군 복무로 연습은 꾸준히 했겠다.
전혀. 군 복무 첫 해에는 골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연습장에 단한 번도 가지 못했다.

감 떨어지는 게 두렵지 않던가.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입대 전까지 10년 동안 쉬지 않고 골프와 씨름하다보니 지쳤던 것 같다. 주말에 가끔 지인들과 라운드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고 바로 플레이하면 스코어가 어떤가. 아마추어들은 연습을 소홀히 하면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
훨씬 더 좋다(웃음). 코스 매니지먼트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타깃 근처가 뭐가 있는지 생각도 안한다. 그냥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면서 잡생각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습을 꾸준히 하면 몸에 배니까 좋긴 하다. 그러나 생각이 많아지면 스코어가 저조해지는 듯하다.

출퇴근 덕분에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냈겠다.
그렇다. 그동안 투어 생활 한답시고 항상 집 밖에서 지냈었다. 지금은 두 아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후배 선수의 말을 빌리면, 가정이 있는 선배들은 대회장에서 눈빛부터 다르다고 하더라. 정말 그런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부담감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오히려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확실한 건 책임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책임감을 떠나서 행동과 태도 자체가 많이 변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시합 때 쉽게 포기하고, 성의 없이 샷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과거 결혼 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
아내와 선수 생활에 대한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예전에는 부모님이나 동료 선수들에게 고민이나 문제점을 이야기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 동료 선수들에게는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플레이에서의 변화는 한 타, 한 타에 신중하고 책임감이 생겼다. 아직 아이들은 어려서 모르지만 주니어 때 골프를 했던 아내는 내가 포기하고 대충 플레이하면 딱 안다. 그런 힘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더욱 신중해진다.

지난해 전역한 직후 한국오픈과 몇몇 외국 대회에 출전했다. 2년 만에 경쟁 무대에 들어온 느낌은.
모두 원아시아 투어 시드로 한국오픈, 난산 차이나, 호주오픈, 호주 PGA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보니 대회 참가 자체가 즐거웠다. 물론 출퇴근 복무이긴 했지만 군대에서 나오기만 해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웃음). 또 골프를 오랫동안 쉬다가 하니까 굉장히 재미있더라. 호주에서 참가했던 시합은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인데다가, 큰 대회였기 때문에 마음껏 경기를 즐겼다.

2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국내 투어에 많은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 TV를 통해 쭉 봐왔을 텐데 누가 가장 임팩트있던가.
박상현. (박)상현이형과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골프를 했고, 어머니들끼리도 친분이 두터울 정도로 절친한 형이다. 항상 상위권에서 경쟁했지만 운 나쁘게 우승을 많이 못했던 형이 지난해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 아마추어 때부터 굉장히 잘했던 (김)승혁이의 활약도 강렬했다.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기대가 클 것이다. 시즌 준비는 부족함 없이 했나.
겨울부터 체력 운동을 많이 했고, 공백기에도 웨이트를 꾸준히 했다. 스윙 코치가 따로 없어서 혼자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스타일이고, 라운드 감을 많이 끌어올리기 위해서 하와이에도 갔다 왔다. 올 시즌의 관건은 퍼팅이다. 나는 샷의 기복은 많지 않은데 퍼팅 기복이 꽤 심한 게 문제다. 그래서 퍼팅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올 시즌 꼭 이루고픈 목표는.
우승하고 입대하긴 했는데, 무엇보다 우승 맛을 다시 보고 싶다.

과거에 우승했던 장면들도 생생히 기억나는지.
어떤 홀에서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까지 다 기억난다. 그리고 예전에는 꾸준히 상위권에 드는 게 좋았다. 하지만 선두권에서 경쟁해야 실질저인 우승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이제는 선두권에 오르려고 노력하겠다. 사실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톱 10은 많이 해봤다. 그런데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한 건 딱 네 번 뿐이다. 그중 세 번을 우승한 것이다. 확실히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해야 긴장감이 있고, 경쟁심이 더 생긴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해외 투어 진출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전히 해외 투어 진출에 도전할 마음이 있는지.
골프를 하면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던 아버지와 아내는 항상 더 큰 무대를 향해 도전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외국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사명이다. 지난해 유러피언 투어 퀄리파잉스쿨에도 응시했고, 웹닷컴 투어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중국에도 다녀왔다.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유러피언 투어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기 때문에 조금 힘들 수도 있지 않나.
스케줄을 유심히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남아공에서 2~3개 대회를 하고, 스페인으로 옮겨가서 2~3개 대회를 하고, 또 프랑스로 가고. 각 나라끼리 이동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나름 효율적으로 일정이 구성돼 있다. 나중에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동하게 되더라도 가족들과 다 함께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과거 미국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본다면.
2009년은 시드를 잃어서 입대를 고민했던 시기다. 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고 입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왠지 제대 후에도 슬럼프가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그래서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났다. 웹닷컴 투어에서 1년 동안 먼데이 퀄리파잉에 참가하며 지냈다. 먼데이 퀄리파잉은 예선 통과 스코어가 6~7언더파 정도다. 살벌하다. 한 홀에서 더블보기라도 하는 순간 그 대회는 거의 접어야 한다(웃음). 투어 경비가 많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분명 약이 된 좋은 경험이었다.

가까운 일본에 갈 생각은 없나. 충분히 가고도 남을 실력인데.
일본과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의 문화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등을 무시할 수 없겠더라. 그리고 행여나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더라도 투어 환경이 매우 좋다보니 거기서 안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깝고 한국 시합이 적다보니 가능성을 따질 수는 있겠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KPGA 투어의 침체를 선수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선수 입장에서는 보면, 여자 대회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여자골프의 수준이 세계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LPGA 투어를 접하는 팬들은 국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대회를 보는 것이다.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이 생기고 인기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나부터 분발해서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30대, 투어 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의 선수 생활에 점수를 매긴다면.
많이 주고 싶진 않다.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아직 하고 싶은 것에 근처도 못 가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그것에 대한 점수다.

후배들에게 체력적으로 밀릴 것 같진 않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있을 때 현지 스윙 코치를 만났는데, 먼저 몸부터 만들고 오라고 하더라. 그때까지는 스윙에 최적화된 근력과 몸의 밸런스를 만드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그런데 몸을 만들면서 1주일 연습했을 뿐인데, 그 이후 먼데이 퀄리파잉에 바로 붙었다. 그 이후로는 골프는 안 해도 웨이트는 할 정도로 몸 만들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잔부상에 시달린 적도 없다.

선수 생활 오래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꾸준히 우승하면서 오래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웃음).

앞으로의 현역 생활 중 반드시 이루고픈 목표가 있나.
어느 투어가 됐든 대회 우승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선수로서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우승했을 때다. 톱10? 준우승? 그때 잠깐 좋지 잘 기억도 안 난다(웃음). 그리고 국내에서 한국오픈 등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PGA 투어에 진출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국내 무대에 최진호가 돌아온다. 팬들에게 한마디.
오랜만에 복귀라 무척 설렌다. 조바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승 소식을 전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골프에 대해서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졌었는데, 공백 기간 동안 많이 좋아졌다. '중고 신인'의 느낌이니까 신인 때 느꼈던 설렘과 흥미를 안고 뛰겠다.


[최진호 Profile]
생년월일: 1984년 5월27일
신장: 182cm
프로데뷔: 2005년
주요기록
2012 KPGA 투어 메리츠 솔모로오픈 우승
2008 KPGA 투어 레이크힐스오픈 우승
2006 KPGA 투어 SBS 비발디파크오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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