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위기 형성,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난 10월11일에 막을 내린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엄청난 갤러리를 동원하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프레지던츠컵은 분명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의 발전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함과 동시에 과제도 제시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은 대회 개막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 활동과 철저한 준비 작업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막식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대회 개막 선언과 화려한 갈라쇼가 기대감을 부풀게 했고, 세계 최고의 스타들은 명승부를 펼치며 골프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갤러리 수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연습 라운드 및 개막식이 있었던 10월6일 화요일에는 5,569명, 역시 연습 라운드가 있었던 10월7일 수요일은 7,841명. 본 대회가 시작된 10월8일 목요일 1만8,438명, 10월9일 금요일 2만2,349명, 인터내셔널팀이 반격을 시작했던 10월10일 토요일은 2만1,090명, 끝까지 명승부가 펼쳐졌던 대회 최종일 10월11일은 2만4,918명이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를 찾았다.

본 대회 기간 4일만 따져도 8만명이 훌쩍 넘는 수치이며, 6일 간의 갤러리 수 누적 합계는 10만205명이다. 단일 대회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가 모이는 코리안 투어의 한국오픈이나 매경오픈이 대회 기간 동안 약 3만여명, 많게는 4만여명의 갤러리를 동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많은 골프 관계자들은 이러한 프레지던츠컵의 열기가 한국 골프 발전은 물론 침체된 코리안 투어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투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스타플레이어, 성숙한 관람 문화
이번 프레지던츠컵에 대한 골프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스타플레이어들의 영향력에서 기인한다. 팬들은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 제이슨 데이, 아담 스콧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직접 보기 위해 골프장으로 잰걸음을 했다. 스타플레이어의 존재가 투어 흥행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셈이다. 비단 프레지던츠컵 뿐만이 아니다.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참가하는 국내 대회에는 평소보다 갤러리가 많이 몰리곤 한다.

선수들은 스타플레이어도 무대가 마련돼야 존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회가 있어야 스타도 생기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 한 투어 프로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 방송해설위원도 “여자 대회보다 남자 대회가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며 “호쾌하고 다이내믹한 플레이는 여자 대회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대회가 늘어나 선수들에게 기회만 많이 주어진다면 스타플레이어 탄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스타플레이어 양성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협회와 선수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가 합심해야 해결되는 이슈일 수밖에 없다. 협회는 대회 스폰서 유치를 위해, 선수들은 보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성숙한 갤러리 관전 문화가 대회의 품격을 높였다는 점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대회조직위원회의 적극적인 사전 홍보를 통해 대회장 반입금지 품목을 제시했다. 이로서 카메라 등 경기에 방해가 되는 품목의 반입이 크게 줄어들었고 선수들에 대한 사진촬영도 자제된 모습이었다. 최경주가 코리안 투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개최할 때도 관람 문화 개선을 위해 ‘휴대폰 없는 대회’ 등의 캠페인을 벌인 사례도 있다. 결국 이러한 관람 문화의 성숙도 대회의 질을 높여 투어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프레지던츠컵은 크게 스타플레이어 양성과 관람 문화 성숙 등의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협회의 지속적인 노력, 가능성 열려있다
올해에는 한국남자프로골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선수들이 발 벗고 나서 ‘함께하는 KPGA, 다이나믹 Korean Tour’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갤러리와 함께하는 해피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프로암 대회 참가 아마추어에게 KPGA 캐치프레이즈 배지를 직접 달아주고, KPGA 팔찌와 볼 마커 등을 선물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회 종료 후 대회 운영 본부에 모여 감사카드에 원 포인트 팁을 작성하고 직접 사인한 뒤 동반 아마추어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세이프 투게더(Safe Together)’ 캠페인을 진행하며 갤러리들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신경 썼다. 대회장을 방문하는 갤러리에게 안전 관리 안내책자와 코스 내에서 안전을 위한 KPGA 접이식 방석을 무상 증정했다. 이처럼 침체된 코리안 투어를 살리고자 협회와 선수들은 함께 투어 살리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리안 투어는 전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군산CC오픈 이후 두 달 동안 대회가 없었고, 지난 10월4일에 마무리된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에는 한 달여 동안 대회가 없는 상태다. 이 공백 기간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원아시아, 아시안 투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동남아와 피지 등지로 떠났다.

더 이상 선수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외 투어를 전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활용하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급급하면 투어의 침체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초 신임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KPGA 코리안 투어가 이번 프레지던츠컵을 거울삼아 한 단계 발전된 무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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