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빠른 그린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진정한 그린스피드란 페어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스피드의 균일성을 갖고, 플레이어의 선호도에 잘 맞추는 것이다.

웹스터 사전(Webster Dictionary)에는 그린스피드(Green Speed) 라는 용어 정의가 없다. 그러나 그린(Green)이라는 단어와 스피드(Speed)라는 단어는 20세기 동안 잔디와 관련된 기사에서 분리할 수 없는 중요한 단어가 됐다. 그린스피드는 퍼팅을 했을 때 볼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멀리 굴러가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속도 개념은 단위 시간당 이동한 거리를 말한다. 그린스피드는 용어적으로 속도의 의미를 가지지만 스팀프미터(Stimpmeter)는 굴러 내려온 볼이 퍼팅 그린의 표면에서 굴러간 거리 단위를 의미한다.

골퍼들에게 있어 그린의 빠르기란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골퍼가 아주 좋은 임팩트로 볼을 쳤는데도 볼이 홀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면 그린스피드가 상당히 느리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볼이 컵의 테두리를 맞고 홀에 떨어지지 않고 살짝 지나서 홀인에 실패했다면 상당히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1937년 에디 스팀슨(Eddie Stimpson)은 퍼팅그린이 얼마나 빠른지를 측정할 수 있는 스팀프미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1970년경 프랭크 마스(Frank Thomas, USDA)가 스팀슨이 개발한 스팀프미터를 교정해 제작한 것이 오늘날 사용하는 스팀프미터다. 스팀프미터는 V자 홈이 파인 경사로가 달린 91.4cm의 알루미늄 막대기로 끝부분의 홈에 볼을 올려놓고 20° 각도로 올렸을 때 볼이 굴러 내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1970년 중반에 미국골프협회(USGA)는 36개주 1,500개 골프장의 그린스피드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그린의 빠르기를 일반 코스와 토너먼트 코스로 구분해 5단계로 분류, 그린스피드의 활용기준을 마련했다. 이때 조사결과의 평균이 6.6피트(2m)였다.

그래서 6.6피트 이상이면 빠름, 6.6피트 이하면 느림으로 분류했다. 일반코스의 경우 2m 정도면 보통, 2.6m 이상이면 빠름, 토너먼트코스 경우 2.4m 정도면 보통, 3.2m이상이면 빠른 그린으로 평가한다. 참고로 미국골프협회에서는 US오픈에서의 그린스피드를 10.5피트(3.2m) 이상으로 정했고, 유리알 그린으로 유명한 마스터스를 유치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는 13피트(3.9m)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스팀프미터가 소개된 이후 그린의 스피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과연 그린이 빠르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미국골프협회는 스팀프미터는 골프장 간 코스를 비교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그린스피드를 표준화하는 것도 미국골프협회의 의도가 아니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골퍼들은 이웃 골프장과 동등한 그린스피드를 원하기도 하고, 또는 주말에 PGA 투어에서 보았던 대회장과 같은 그린스피드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린스피드를 측정하는 진정한 의미는 언듈레이션이 있는 그린의 스피드 한계를 정해서 골퍼들이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홀의 위치를 설정하는 데 있다. 그린스피드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린스피드의 균일성, 그린스피드에 대한 플레이어의 선호도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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