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이미림(30)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사에 잊히지 않을 명장면을 연출하며 2020시즌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호수의 여왕' 여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두 명의 공동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를 달렸던 이미림은 최종라운드만을 남겨놓고 가진 인터뷰에서 "퍼팅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3라운드에서 많이 놓쳐서 그 부분이 아쉽긴 한데, 최종일 퍼팅만 잘 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림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이미림은 18홀을 돌면서 페어웨이 적중 14개 중 8개, 그린 적중은 11개, 그리고 퍼트 수는 24개를 적었다. 단순히 기록만 보면, 샷이 흔들려 퍼팅으로 막아낸 것 같다. 

실상은 티샷이 다소 흔들렸고, 롱아이언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이미림은 퍼트를 잡을 기회가 없었다. 웨지샷이 기가 막히게 홀을 찾아들어가는 광경이 한두 번도 아닌 세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5언더파 67타의 준수한 성적은 1개의 샷 이글과 2개의 칩인 버디가 큰 몫을 한 결과다.

다만, 선두였던 넬리 코다(미국)를 1타 차로 추격하던 과정에서 나온 17번홀(파3)에서의 퍼트 실수 보기는 연장전에서 챔피언 우승 퍼트를 성공시켜 만회했다. 

6번홀(파4)에서 그린 주위에서 오르막 칩샷으로 가볍게 버디를 낚은 이미림은 16번홀(파4)에서 좀 더 긴 거리의 까다로운 칩인 버디를 집어넣었다. 클럽을 벗어난 공은 언듈레이션이 있는 그린을 오르내린 끝에 홀컵에 빠졌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 프로가 캐디 맷 글치스와 호수에서 하이파이브 세리머니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s

특히, 2타 차 단독 3위로 출발한 18번홀(파5)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을 잡아냈다. 세컨샷이 그린을 넘겨 펜스 근처까지 가는 바람에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내리막 칩샷은 두 번 정도 튀긴 후 굴러가다가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가 선두 코다와 동률이 됐다. 

투어 대표적인 장타자가 아닌 이미림이 2019시즌 이글 부문에서 12위(9개)에 오른 것을 보면, 이날 이글이 행운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림이 최종라운드 챔피언조가 아니라, 바로 앞조에서 추격하는 입장이었던 것도 조금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전날 3라운드 마지막 조에서는 모처럼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1타를 줄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미림은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 넬리 코다,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공동 1위로 연장에 돌입했다. 

정규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놓친 코다는 이미 짙은 패색이 뚜렷했다. 코다의 약 6m 버디 퍼트가 빗나간 후 헨더슨의 2m 남짓한 버디 퍼트가 홀 왼쪽으로 빗나갔다. 이를 지켜본 이미림은 약 1.5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떨어뜨렸다. 

미국 무대 진출 첫 해였던 2014년 마이어 클래식과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2승을 거두었던 이미림은 2017년 3월 기아 클래식 제패 이후 3년 6개월 만에 LPGA 투어 4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ANA 인스피레이션 전통에 따라 이미림은 캐디와 함께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앞서 출전한 올해 두 대회에서 컷 탈락했던 이미림은 이 대회 우승상금 46만5,000달러(약 5억5,000만원)에 힘입어 단숨에 시즌 상금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인지(26)는 합계 6언더파 282타를 쳐 공동 18위에 올랐고, 올 시즌 처음 LPGA 투어에 출격한 박성현(27)은 이븐파 288타로 공동 4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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