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파울러가 2019 PGA 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이다. 저스틴 토머스가 박수를 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지난 2016년 메이저대회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이 벌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을 딛고 우승을 차지했던 장면,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날 렉시 톰슨(미국)이 TV 시청자 제보에 의해 3라운드 벌타를 소급적용 받으며 우승을 놓친 장면은 대회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2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10만달러, 우승상금 127만8,000달러) 마지막 날 경기에서 리키 파울러(31.미국)가 받은 벌타 역시 화젯거리다.

54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파울러는 4라운드에서 고행을 겪은 끝에 달콤한 우승의 열매를 따냈다.

파울러는 버디 3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의 성적을 거둬 2위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를 2타 차로 따돌렸다.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한 이후 3년간 무관의 시간을 보낸 파울러는 2015년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재평가 받았다. 이번 우승은 2017년 2월 혼다 클래식에 이어 2년 만에 나온 PGA 투어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이다.

더욱이 2010년과 2016년 피닉스오픈에서 두 차례 단독 2위를 기록했던 파울러는 대회 11번째 출전 만에 드디어 미뤄왔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0년에는 1타 차로 정상 문턱에서 돌아섰고, 3년 전에는 연장에서 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에게 트로피를 넘긴 바 있다.

흐린 날씨에 빗방울이 떨어진 최종라운드. 1, 2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으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릴 뻔했던(10cm로 빗나감) 파울러는 3번홀(파5)에서 첫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내러티브 에어리어에 떨어졌고, 벌타를 받고 카트 도로에서 드롭한 파울러는 그린에 올려와 9m가 넘는 파 퍼트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않은 5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를 면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플레이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린 주변을 전전하다 5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리면서 2타를 잃었다.

6~9번 홀에서 퍼트가 살짝살짝 비켜가면서 버디 기회를 놓친 파울러는 10번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낚았다. 정교한 세컨샷을 핀 옆에 1.8m에 붙여 잃은 타수 일부를 만회했다.

그러다 11번홀(파4)에서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페어웨이에서 친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타고 핀을 지나 물에 빠진 것. 벌타를 받고 드롭한 뒤 파울러가 그린을 살피기 위해 볼에서 떨어진 사이 공이 저절로 굴러서 다시 물에 들어갔다. 예상 못한 상황에 경기운영위원을 부른 파울러는 또 다시 벌타를 받았다. 결국 6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와 7번 만에 홀아웃하면서 이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적었다. 공이 움직인 것에 대해 벌타를 부과한 것이다.

주변의 동요와 달리, 벌타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은 파울러는 이어진 12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보기를 추가했지만, 다시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사이 챔피언조 바로 앞조의 브랜든 그레이스가 12번, 1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무섭게 치고 나오면서 한때 단독 선두로 나섰다. 12번홀에서는 1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고, 13번홀에선 핀 1m에 붙인 아이언샷을 뽐낸 것.

이후 파울러는 2온을 노린 15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고, 17번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우승이 가까워지자 긴장한 그레이스가 17번홀에서 샷 실수를 연발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티샷이 워터해저드로 향한 뒤 세 번째 샷은 벙커로 날리면서 보기를 써냈다. 반면 파울러는 같은 홀에서 클러치 버디로 승기를 굳혔다.

천신만고 끝에 18번홀에서 파울러가 2타차 우승을 확정하자, 챔피언조에서 동반 경기한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비롯해 그린 주변에 보인 갤러리들이 파울러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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