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09년 제91회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맞붙은 양용은과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양용은의 2009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우승은 지난해 9월 미국프로골프(PGA)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 PGA 투어는 깜짝 놀랄 만한 예상 밖 이변이 나타났던 9개 대회를 추렸는데, 그 중 3위가 양용은의 PGA챔피언십 우승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이뤄낸 성취였기 때문이다.

54홀까지 타이거 우즈는 공동 2위인 양용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을 2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우즈는 3라운드에서 선두를 잡았던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을 넘겨주지 않는 불패신화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양용은은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여나가며 끝내 우즈를 3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바 있다.

벌써 9년이 지나버린 과거 사건이 됐다. 하지만 비록 당시에 타이거 우즈가 패했지만, 우즈가 이렇게 오랫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1승도 추가하지 못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우즈의 가장 최근 메이저 우승은 2008년 US오픈이다. 즉 우즈는 양용은과 패한 뒤 메이저 무대 정상에 서지 못한 셈이다.

타이거 우즈는 이번 주 개최되는 제100회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1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1라운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8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우즈는 '9년 전 역전패를 당한 일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우즈는 "그때는 내가 전성기 때였지만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해 Y.E(양용은의 영문 이니셜)에게 졌다"며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또 하나의 PGA챔피언십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즈는 "올해 다시 우승권에 진입해서 이 대회 다섯 번째 우승을 기록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다음 메이저는 2019년 4월 마스터스로 넘어간다. 우즈의 나이가 43세 4개월이 된다는 얘기다. 43세 4개월이 지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최근 사례는 28년 전인 1990년 US오픈 헤일 어윈으로 당시 그의 나이 45세였다. 40대 중반을 향하는 우즈로서는 점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세계랭킹 1,200위권에서 시작해 50위권으로 올라선 우즈에게 이번 시즌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축복 받은 시즌'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디오픈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선두에 나서기까지 했던 우즈는 "다시 이런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행운이 깃든 한 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다시 투어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꿈이 이뤄진 것"이라며 "복귀해서 우승 경쟁까지 하게 됐는데 이번 주에는 우승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우즈는 "신체적인 부분이 (정신적인 부분보다) 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10년, 15년 전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어려워진 부분이 많다"면서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경기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오픈 공동 6위로 가능성을 보여준 우즈는 하지만 6일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3, 4라운드에서 주춤하면서 공동 31위로 마쳤다.


타이거 우즈는 17년 전 9.11 테러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우즈가 갑자기 예전 일을 떠올린 것은 그가 9.11 테러 당시 머물던 곳이 바로 올해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WGC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대회 장소인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에서 연습 중이었던 것.

당시 테러로 인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빌딩이 무너진 상황에서 대회가 취소됐다. 우즈는 그로 인해 1996년 자신과 그의 부친 얼 우즈가 설립한 타이거우즈 재단의 성격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전까지는 골프에 한정된 역할을 하는 단체였으나 테러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 더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재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회 자선 활동과 교육 등의 역할을 재단 활동에 추가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타이거 우즈는 "2001년 이후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에 와볼 기회가 없었다"며 "5개 홀 정도를 돌아봤고 내일 또 코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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