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조지아 홀과 한국의 유소연·박성현 프로.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올해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코스의 화두는 단연 벙커였다. 167개의 벙커가 산재한 난코스에서 박성현(25)과 이미향(25), 유소연(28)이 오프닝 라운드에서 선전했던 이유는 일단 벙커에 많이 빠지지 않았고, 빠졌더라도 파 세이브를 해냈기 때문이다.

이미향은 “정말 벙커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영리하게 쳐야 하는 골프장 같다”고 말했고, 유소연은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 좌우측에 모두 벙커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당연히 벙커는 선수들이 이 코스에서 플레이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로열 리덤 & 세인트 앤스 골프 링크스(파72)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6일(한국시간)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라운드는 단독 선두로 출발한 폰아농 펫람(태국), 1타차 2위 조지아 홀(잉글랜드), 2타차 3위 유소연, 3타차 공동 4위 박성현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경기는 예상 밖으로 4라운드 초반부터 우승의 향방이 갈렸다.

LPGA 투어는 마지막 날 경기에 대해 “박성현과 유소연이 메이저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에 뛰어든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일요일에 일찍 무너졌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이번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면 세계랭킹 1위 복귀에 다가설 수 있었던 박성현과 유소연은 같은 조에서 동반 경기하면서 나란히 벙커에 발목이 잡혔다. 유소연은 3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벙커로 향했고, 레이업한 뒤 날린 세 번째 샷도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네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겼고 결국 5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유소연은 두 차례 퍼트를 더하면서 결국 파4홀에서 ‘7’을 적었다.

좀처럼 잘 흔들리지 않는 유소연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로 4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했다. 2개 홀에서 4타를 잃었고, 초반부터 벙커를 피해 다니며 버디를 골라낸 폰아농 펫람, 조지아 홀과 멀어졌다. 당시 선두와는 7타 차이라 사실상 우승 도전이 쉽지 않아진 것.

3번홀을 무사히 통과한 박성현은 그러나 4번과 5번홀(파3)에서 연속으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유소연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4번 홀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고, 두 번이나 벙커샷을 한 공이 다시 벙커로 돌아오는 불운이 있었다.

그러나 링크스 코스에 익숙한 조지아 홀은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마치 벙커를 마스터한 모습을 보였다. 1~4라운드 72홀 가운데 페어웨이 벙커 1개와 그린 사이드 벙커 7개에 빠졌을 뿐이다. 특히 완벽한 100%(7/7) 샌드 세이브율 기록을 세웠다.

또한 조지아 홀은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도 28개로 막아냈을 정도로 퍼팅감이 좋았다. 4라운드 13번홀(파4) 버디로 처음 공동 선두가 된 조지아 홀은 15번홀(파5)에서 약 6m 이글 기회를 잡았으나 퍼트가 홀을 살짝 맞고 나간 바람에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홀에서 펫람도 버디를 잡아 여전히 공동 선두가 이어졌지만 16번홀(파4)에서 홀이 다시 6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단독 선두가 됐다. 이후 17번홀(파4)에서 펫람의 티샷이 벙커로 향한 여파로 더블보기로 무너지는 바람에 홀은 3타 차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조지아 홀은 우승을 확정한 뒤 LPGA와 인터뷰에서 "농담처럼 첫 우승은 메이저 대회에서 할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실제로 이뤄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퍼트가 잘 된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홀는 "9살 때부터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다"며 "사실 압박감을 느끼면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라면 나쁜 결과는 아니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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