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과 최혜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해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는 3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우승상금 10억원의 잭팟을 터트린 박성현, 국가대표 아마추어 최혜진, 그리고 경기가 진행된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을 소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2라운드부터 15번홀(파5) 그린 옆에 위치한 전용 관람석 유리창 안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마지막 날 박성현, 최혜진, 펑샨샨(중국)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된 우승 경쟁의 하이라이트는 공교롭게도 15번홀 그린에서 펼쳐졌다.

먼저 박성현이 친 7m 버디 퍼팅이 그대로 홀로 사라지면서 단독 선두에 나섰고, 바로 뒷조에서 경기한 최혜진도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 박성현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혜진은 16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고, 박성현은 가장 어렵게 세팅된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난 뒤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는데도 까다로운 어프로치 샷을 범프앤드런(그린 앞의 둔덕에 공을 떨어뜨려 속도를 줄여 홀 주변에 멈추게 하는 어프로치 샷)으로 홀 옆 50cm에 붙여 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챔피언조의 펑샨샨은 끝까지 역전을 노렸지만, 마지막 홀에서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오히려 순위가 추락했다.

결국 박성현이 2017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의 아홉 번째 우승을 만들었고, 최혜진은 단독 2위, 유소연과 허미정은 나란히 공동 3위, 초청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멤버 이정은6는 공동 5위, 양희영과 김세영, 이미림이 나란히 공동 8위에 올랐다. 리더보드 톱10에 입상한 10명 중 무려 8명이 태극낭자였을 정도로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US오픈이 아니라 한국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컵을 최고의 메이저 대회에서 들어올리면서 이름값을 한 박성현은 첫날 1오버파 공동 58위로 시작해 2라운드에서 공동 21위로 올라섰고, 3라운드 후반에 몰아치기로 선두에 3타 뒤진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4라운드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당시 우승 인터뷰에서 외신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박성현의 '닥공' 스타일 골프였다.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최혜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데 무척 흥미롭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다.
지난해 아마추어 선수로 KLPGA 투어 대회에서 2승을 따낸 최혜진은 8월 프로로 전향, 이후 국내 무대에서 한 차례 더 우승하는 등 '무서운 10대'로 맹활약 중이다.

다만, 박성현과 최혜진은 최근 잘 나가던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박성현은 5월 초 LPGA 투어 텍사스 클래식에서 올해 첫 우승을 일궈냈지만 지난주 볼빅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LPGA 투어 대회에서 한 번도 컷 탈락이 없었던 박성현은 올해만 세 차례 컷 탈락했다. 최혜진도 KLPGA 투어에서 상금 및 대상 포인트 2위, 신인상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지난주 E1 채리티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US여자오픈의 두 스타였던 박성현과 최혜진이 이번 대회에서 반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