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 주타누간이 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부모와 자식, 혹은 형제자매가 나란히 '골퍼의 길'을 걷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은 '자매의 힘'이 느껴지는 대회였다.

2013년 LPGA 투어에 데뷔해 횟수로 6년차인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24o태국)이 무려 156개 대회 출전 만에 LPGA 투어 첫 우승컵을 안았다. 감격적인 순간에 당사자인 모리야 주타누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린 이는 한 살 터울 동생인 아리야 주타누간(23)이었다.

공동 24위로 경기를 먼저 마친 동생 아리야 주타누간은 태국 선수들과 함께 언니가 속한 챔피언조를 따라다녔다. 특히 긴장한 듯 4라운드 후반 내내 크게 숨을 고르던 모리야 주타누간이 2타 차로 들어선 18번홀(파3)에서 티샷이 밀리면서 연장전 위기를 맞자, 아리야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추격자 고진영(23)의 버디 퍼팅이 홀을 지나갔고, 모리야 주타누간이 파 퍼팅에 성공하며 대회가 마무리됐다.

모리야 주타누간이 우승을 확정하자, 아리야는 그린 위로 올라가 언니를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모리야 주타누간은 LPGA 투어와 우승 인터뷰에서 "아리야가 나보다 더 울었다"며 동생이 더 기뻐해 줬다고 말했다.

모리야와 아리야 주타누간 자매는 태국 방콕에서 골프용품점 사장의 딸로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골프를 배웠다.

동생 아리야는 모리야 주타누간보다 2년 늦게 미국 무대에 발을 들였지만, 이미 LPGA 투어 7승을 쌓았다. 2013년 신인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한동안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모리야는, 그런 동생의 우승을 늘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동생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던 셈이다.

포기하지 않고 동생 옆에서 꾸준히 실력을 연마한 모리야는 지난해부터 부쩍 우승 경쟁에 합세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과 블루베이 LPGA를 포함해 2017시즌 11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2월 고향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며 준우승했고, 특히 이번 휴젤-JTBC LA오픈 직전의 두 대회에서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들면서 우승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모리야는 "지금 기분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며 감격스러워하면서 "많은 인내가 필요했고, 나는 내 플레이에 신경쓰려고 했는데 마침내 우승이 왔다"고 기뻐했다.

한편 자매가 나란히 LPGA 투어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스웨덴의 소렌스탐 자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지난 2000년 3월 '영원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당시 시즌 첫 대회(웰치스 서클 K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바로 다음주 여동생 샬롯타가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LPGA 투어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자매가 나란히 LPGA 투어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린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이후로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언니 안니카는 LPGA 투어 통산 72승을 쌓은 '전설'이고, 크게 빛을 보지 못한 동생 샬로타는 1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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