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좌측부터 파운더스컵 우승을 확정할 때.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이상 블레이드 스타일 퍼터). 휴젤-JTBC LA오픈 1라운드(말렛 스타일의 퍼터).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개최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헤드가 일자형인 앤서(Anser) 스타일의 새로운 퍼터를 들고 나온 '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는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LPGA 투어 개인 통산 19승을 달성했다.

당시 박인비는 "(헤드가 반달 모양인) 말렛(Mallet) 스타일의 퍼터에 익숙해져 내가 어떤 점이 잘 안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아내기 위한 교체"라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퍼터를 교체한 뒤 3라운드에서 퍼트 수 27개, 4라운드에서는 28개를 적었다.

이후 일자형 퍼터를 들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나온 박인비는 새 퍼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3, 4라운드에서 각각 퍼트 수 25개와 26개를 기록한 것. 다만 마라톤 연장전으로 끌려간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메이저 우승은 무산됐다.

새 퍼터를 들고 세 번째 출전한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에서 퍼트 수 2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새 퍼터의 플라시보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특히 선두를 맹추격하던 최종 라운드에서 일자형 퍼터가 말을 듣지 않았다. ‘퍼팅 달인 박인비’답지 않게 17, 18번홀에서 연달아 1m 안팎의 짧은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에서 멀어졌고, 세계랭킹 1위 기회도 날렸다.

그리고 박인비는 새 퍼터를 바꾼 지 한 달 만에 예전에 사용하던 말렛 스타일 퍼터로 돌아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 컨트리클럽(파71·6,4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신설대회 휴젤-JTBC LA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첫날, 박인비는 오디세이 투볼 퍼터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미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퍼터를 바꿀 것임을 밝힌 바 있다.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2위 마리나 알렉스(미국)에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서며 시즌 2승과 투어 통산 20승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모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퍼트 수는 이날 28개를 기록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롯데 챔피언십 4라운드(31개)보다는 3개가 줄었다. 사실 1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것은, 퍼터보다는 정교한 아이언샷의 도움이 컸다.

10번홀에서 렉시 톰슨(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나란히 티오프한 박인비는 12번홀(파3) 첫 버디를 시작으로 15번홀(파5)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17번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었다. 후반에는 2번(파5), 5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이번 시즌 상금과 올해의 선수, CME 글로브 레이스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는,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세계랭킹 1위 복귀를 바라볼 수도 있다. 23주째 세계 1위를 지킨 펑샨샨(중국)은 3오버파 74타에 그쳐 공동 74위로 밀렸고, 세계 2위 렉시 톰슨(미국)은 3언더파 68타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경기를 마친 박인비는 LPGA 투어와 인터뷰에서 "오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소 쌀쌀했지만, 경기를 잘 치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처음 쳐 보는 코스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몰랐는데, 코스 상태가 좋고 비교적 나와 잘 맞는 코스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어렵다"면서 "전체적으로 샷감도 좋았고 퍼트도 좋아서 수월하게 경기를 했다. 이번 주는 그린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오늘 그린 적중률이 좋아서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뀐 퍼터에 대해 박인비는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에서) 퍼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했는데, 이번 대회에는 오래 사용하던 퍼터로 교체해서 나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했다"며 "오늘은 짧은 퍼트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주 퍼트 난조에 대해 "바람이나 그린 상태를 탓하고 싶지 않다"며 "아마 퍼터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6개 대회에서 아시아 스폰서가 맡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올해 대회가 신설된 것에 대해 박인비는 "외국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 팬들이 찾아주신 것은 처음"이라며 "거의 고향에서 경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고 말했다.

일명 '웨스트 코스트 스윙'을 즐기고 있는 박인비는 "이번 주에는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원하는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기뻐했다.

필드 밖과 달리, 그러나 코스 안은 느긋함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박인비는 "바람이 불면 매우 어려운 코스가 될 수도 있다"며 "오늘처럼 남은 사흘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골프는 너무 길고 아직 사흘이나 남았기 때문에 내일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우승에 대한 기대는 일요일 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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