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우승컵과 '호수의 여왕' 타이틀은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와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가 이틀에 걸쳐 8차까지 가는 연장 대접전 끝에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달러, 약 19억원) '연못 다이빙' 주인을 가렸다.

1박 2일 연장전

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변함 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니아 쇼어 코스(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5일째.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10번홀(파4)을 시작으로 17번홀(파3), 18번홀(파5)을 돌며 이어진 5∼7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10번홀로 옮겨 치른 연장 여덟 번째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린드베리가 약 9.1m 먼 버디 퍼트가 성공한 반면, 박인비의 3m 버디 퍼트는 왼쪽으로 빗나갔다.

원래는 전날 나흘째로 끝났어야 하는 대회였다.

하지만 2일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동률을 이룬 박인비는 린드베리, 재미교포 제니퍼 송(29)과 18번홀에서 연장전을 벌였고, 3차 연장에서 제니퍼 송이 먼저 탈락했다. 이후 일몰로 어둠 속에서 4차 연장까지 승부를 내지 못해 이날 현지시각 오전 8시 5차 연장부터 경기가 재개됐다.

2013년 ANA 인스퍼레이션(당시 대회명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5년 만에 대회 패권 탈환에 도전한 박인비는 경기 내내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생애 첫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인 린드베리에게 아깝게 분패했다.

반면 2010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한 린드베리는 앞서 출전한 191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이 없다가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우승 상금 42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받았다.


시즌 출발 좋은 박인비

박인비는 2015년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또 대회 개막 전 "아빠에게 '갤러리 그랜드 슬램' 꿈을 이뤄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었지만, 1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박인비가 이번 ANA 대회를 제패했더라면 LPGA 투어 통산 20승을 달성하고, 메이저 8승과 시즌 2승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었다.

아쉬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박인비는 그러나 최근 2년간의 부상과 부진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으로 명승부를 만들었다. 최근 2년간 허리, 엄지손가락 등 부상에 시달리면서 두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일찍 마감했다. 2013년 6승, 2014년 3승, 그리고 2015년 5승을 쓸어담았던 박인비는 2016년에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부상 투혼으로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시즌을 접어야 했고, 작년에도 초반에 1승을 거두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무엇보다 박인비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컴퓨터 퍼팅 살아나며 남은 시즌 기대를 키웠다. 3라운드에서 퍼트 수 25개, 4라운드에선 26개로 막아냈다.

박인비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LPGA와 인터뷰에서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퍼트가 짧았고 실수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주 경기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생애 첫 우승을 이룬 린드베리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여유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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