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골프대회

고진영이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Golf Australi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2018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 고진영(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세계 골프사에 남길 첫발을 디뎠다.

18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호주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슈퍼루키'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였다.
첫날 7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를 꿰찬 뒤 2, 3라운드에서도 단독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고진영은 나흘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무서운 10대' 최혜진(19)의 거센 추격을 3타 차로 따돌린 채 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정상급 실력을 인정 받은 고진영은 지난해 비회원 신분으로 출전한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올해 LPGA 투어 풀 시드를 확보했다.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우승자 박인비에 이어 준우승했다. 이처럼 초청 선수로 LPGA 투어 대회에 나선 경험은 있었지만, 이번 호주여자오픈은 LPGA 투어 멤버 자격으로 처음 나서는 공식 데뷔전이었다.

아울러 고진영은 LPGA 투어에서 무려 67년 만에 신인이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두 번째 선수로, 명예로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베벌리 핸슨(미국)이 지난 1951년 LPGA 투어 이스턴 오픈에서 그 유명한 베이브 자하리아스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 어떤 선수도 이 진기록을 세운 적이 없었다.

1~3라운드 선두였던 고진영은 4타 차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으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완성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 대회에 초청 출전한 최혜진의 추격이 매서웠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1번과 2번홀(이상 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한때 2위와 6타로 벌어져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고진영에 5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최혜진은, 고진영이 3, 7번홀(이상 파3)에서 보기로 주춤하는 사이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줄여 1타차까지 따라붙었다.

고진영이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하늘을 향해 입 맞추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Golf Australia


이후 9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한숨을 돌린 고진영은 13번홀(파4)에서 쉽지 않은 4.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3타 차 여유를 찾았다. 반면 최혜진은 후반 들어 다소 기세가 꺾였다.
파 행진을 이어가던 최혜진이 16번홀(파5) 버디로 반격을 시도했으나 고진영은 17번홀(파4)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내리막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여유 있게 18번홀에 들어섰다. 마지막 홀 그린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고진영은 우승을 확정한 직후 하늘을 향해 입 맞추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번 대회 나흘 동안 고진영은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도 부담감을 잘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마친 뒤 인터뷰에서 "내가 미국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대회도 해봤지만, 데뷔전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느낌을 오랜만에 가졌다. 굉장히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됐고, 설레기도 했다. 여러 복잡한 감정 속에서 플레이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진영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사실 처음에는 부담도 됐다. 하지만 이런 부담은 어떤 선수에게나 똑같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수라면 그런 부담을 안고 있어야 어느 정도 성적이 나는 것 같아서, 부정적인 시각에서 대하기 않고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무대부터 신인왕으로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고진영은 나아가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등 주요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2위로 스타트를 끊었다.

고진영 못지 않게 최혜진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를 몰아친 그는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에서 단독 2위를 기록, 지난해 US여자오픈에 이어 벌써 두 번째 LPGA 투어 대회 준우승 성적을 거뒀다. 처음으로 LPGA 투어 상금 11만8,649달러도 손에 넣었다.

2017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2승을 올린 뒤 지난해 12월 2018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진 효성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최혜진은 올해 국내 무대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한편 '안방'의 이점을 누린 신예 한나 그린과 베테랑 캐서린 커크(이상 호주)가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커크는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15계단 상승했다. 호주교포 이민지(22)는 공동 5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3위 유소연(28)이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쳐 유선영(32), 신지애(30) 등과 함께 공동 7위에 포진했다. 코치와 캐디를 바꾸고 올해 첫 대회에 출전한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공동 19위, 작년 이 대회 우승자 장하나(26)는 공동 27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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