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에밀리아노 그리요의 인스타그램. 아래 사진은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이 혹시나 날아올지 모를 미사일 공포에 혼비백산했다.

현지시간 13일 오전 8시 7분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을 포함한 체류객에게 휴대폰으로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로 향하고 있으니 대피처를 찾으라"는 잘못된 경보가 발령됐다. 같은 시간, 소니오픈 3라운드를 앞둔 투어 선수들 대부분 숙소에서 아침을 맞고 있었다.

이로부터 13분 후 하와이주 정부는 "미사일 위협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에게 경보 취소 문자 메시지가 오기까지는 38분이 더 걸렸다. 그동안 경보가 실수로 발령된 줄 알 수 없었던 선수들은 실제로 대피처를 찾는 등 소동에 휘말렸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호텔 지하실에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린 J.J. 스펀(27·미국)은 "호텔 지하실에 있다"며 "라디오나 TV로 확인된 내용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존 피터슨(28·미국)은 3개월 된 갓난아이와 함께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아내, 아기와 함께 욕조에 있는 매트리스 아래에 있다"며 "제발 이 미사일 위협이 진짜가 아니었으면…"하는 글을 올렸다.

윌리엄 맥거트, 스티브 위트크로프트(미국) 등 다른 선수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상황을 SNS에 공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이자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미셸 위도 "하나님 맙소사!!!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남겼다.

경보가 잘못된 게 알려지자, 선수들은 안도감과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지난해 소니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오늘 아침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잘못된 경고를 받았다. 이는 정말 엄청난 실수"라며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SNS에 게재했다.

지난해 11월 RSM 클래식 챔피언 오스틴 쿡(미국)은 "살면서 받아본 가장 무서운 경보였다"며 "다행히 실수였지만 작은 실수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피터슨은 "어떻게 그런 (경보 전송) 버튼을 실수로 누를 수가 있느냐"고 기가 막혀 했다.

아찔한 순간이 끝나고 여유를 되찾은 선수들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조너선 랜돌프(미국)는 트위터에 "보통 아침엔 알람시간을 몇 번이나 연장해서 더 자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튜어트 싱크의 캐디 테일러 포드는 경보 당시 다이아몬드 헤드를 오르는 중이었다. 포드는 "산을 하이킹하고 있을 때 미사일 발사 경고를 받았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며 "오늘 오후 3라운드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오픈 3라운드는 오전 11시 5분에 첫 조가 티오프한 뒤 차질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소동의 여파 때문인지, 일부 선수는 순위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미사일 발사 오경보에 놀란 탓일까. 특히 36홀까지 공동 2위로 선전했던 피터슨은 사흘째 경기에서 4타를 잃고 공동 40위(6언더파 204타)로 38계단 추락했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 4개와 트리플보기 1개를 기록했다.

피터슨은 미사일 오경보에 가장 크게 놀란 선수 중 하나였다. 비교적 일찍 거짓 경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안도한 선수들도 있지만, 그는 하와이주 정부의 발표가 나오고도 한참 동안 알지 못했기 때문.

역시 호텔 지하로 대피하는 소동을 치렀던 스펀과 맥거트도 순위가 각각 11계단, 9계단 하락하면서 공동 59위, 공동 72위에 그쳤다.

반면 쿡은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이면서 전날보다 35계단 상승했다. 중간합계 7언더파 203타 공동 28위. 토머스도 4타를 줄여 공동 9위로 8계단 올라섰다.

이날 토머스는 미사일 알람을 직접 받지 못하고 전해 들었는데, 3∼4분 후에 뉴스를 통해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 비교적 평온한 아침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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