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챔피언십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 2015년 처음 출전한 외국 대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골프여제’ 박인비(29)에 밀려 준우승했던 고진영(22)이 2년 후 한결 단단해진 모습으로 첫 우승을 일궜다.

대회 최저타수로 5번째 신데렐라 탄생

‘국내파 자존심’ 고진영이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쟁쟁한 톱 랭커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무대 진출권을 따냈다.

15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2017시즌 28번째 대회인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마지막 날.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면서 나흘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의 성적을 거둬 박성현(24), 전인지(23)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LPGA 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고진영은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의 주인이 되면서 동시에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 사상 다섯 번째 LPGA 비회원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보다 앞서 안시현(2003년), 이지영(2005년), 홍진주(2006년), 백규정(2014년)이 이 대회 우승으로 Q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바 있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LPGA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이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데다 쉽지 않은 LPGA 투어 진출을 단숨에 이뤘다는 점에서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번이 LPGA 투어 대회 9번째 출전이었던 고진영은 대회 최저타인 19언더파로 정상을 밟았다.
종전 기록은 2004년 박지은이 세운 16언더파(제주 나인브리지 골프클럽)이고, 2008년부터 스카이72 골프장으로 옮겨 개최된 이후로는 2015년 렉시 톰슨(미국)의 15언더파였다. 이번 대회에서 2위에 오른 박성현(17언더파), 3위 전인지(16언더파)도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음에도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인자 설움에서 벗어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년째 뛰고 있는 고진영은 지난달 국내 특급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국내에서 통산 9승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대상 포인트 2위, 상금은 4위를 달리고 있다.

KLPGA 투어에서 2014년 김효주, 2015년 전인지, 그리고 지난해엔 고진영이 대상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박성현에 비해 집중이 덜했던 게 사실이다.
데뷔하던 해 우승을 신고했지만 동기 백규정(22)에 밀려 신인왕을 타지 못했고 2년 차 때는 3승을 올렸지만 전인지에 가렸다. 작년에도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7승을 쓸어담은 박성현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리고 올해도 2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나 ‘핫식스’ 이정은(21)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고진영은 박성현, 전인지와의 챔피언조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상대 선수 팬들의 응원과 불안한 출발에도 위축되지 않은 채 정상을 차지했다.


샷만큼 견고한 정신력…에비앙에서의 눈물은 기쁨의 환희로

고진영은 2년 전인 2015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할 뻔했다.

당시 공동 1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12번홀까지만 해도 단독 1위로 앞서갔으나 앞서 경기한 박인비가 14번홀에서 이글을 잡아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오자 흔들렸다. 이후 고진영은 13번홀 보기에 이어 16번홀 더블보기로 우승에서 멀어졌다. 경기를 마친 고진영은 스코어 기록지를 제출한 뒤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고진영은 2년 후 한결 단단해진 모습으로 첫 우승을 일궜다.

이번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첫날 4언더파 공동 9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67타를 적어내면서 공동 2위로 올라섰고, 전날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나섰다.

고진영은 그러나 4라운드 초반에 2번(파4)과 3번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하면서 한때 박성현에게 단독 1위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5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7번홀부터 9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아 선두 자리로 복귀했다.
특히 박성현이 투온으로 이글 찬스를 맞았지만 파에 그친 7번홀에서 고진영은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한 뒤 5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고진영은 "짜릿했다"고 말했다.

후반 들어 고진영은 11번홀(파4)에서 고비를 맞았다. 60㎝ 버디 퍼트를 앞두고 홀 앞에 잔디가 살짝 눌린 게 눈에 들어왔다. 수리가 가능한 볼 자국인지를 문의했지만 아니라는 답을 듣고 그냥 친 퍼트는 홀을 맞고 돌아 나왔다. 고진영은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12, 13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하면서 승기를 잡았고, 승부처인 14, 15, 16번홀에서 우승 라이벌을 앞섰다.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4)에서 고진영은 혼자 파를 지켰고, 박성현은 3퍼트 보기로 1타를 더 잃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무결점 샷감을 보여줬다. 2라운드에서 100% 페어웨이 안착률을, 1, 3라운드에선 88.9%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5번홀까지 버디만 3개를 잡으며 맹추격하던 박성현이 이후 다소 주춤한 경기를 이어간 것도 고진영에게 힘을 실었다.

마지막 날 4타를 줄인 박성현은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에 올랐고, 마지막 홀에서 아깝게 버디를 놓친 전인지는 16언더파 272타 단독 3위를 차지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