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에도 딸에 헌신했던 이정호, 2년 만에 라켓 잡아 값진 은메달
"장애인 아빠 내색하지 않았던 딸…고맙다"

KLPGA 신인왕 출신 이정은의 아버지이자 장애인 탁구선수인 이정호가 19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식 종목에서 공을 넘기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장애인탁구선수 이정호(52·전남연맹)는 25톤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1990년 3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생계를 꾸려 나가면서도 딸 이정은(21)이 골프에 소질을 보이자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파트 대출을 받으면서도 딸이 기죽을까 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는 딸의 운전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장애인용 승합차를 구매해 대회 때마다 기사 역할을 맡았고, 딸 이정은은 이런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필드 위에서 기량을 펼쳤다.

아버지의 헌신과 이정은의 노력은 지난해 결실을 보았다. 이정은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엔 시즌 3승, 상금 랭킹 1위(8억5천500만원)를 달리고 있다.

정상급 골프 선수가 된 이정은은 최근 아버지 이정호에게 "아버지만의 꿈을 이루시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사실 이정호는 장애인이 된 뒤 재활과 취미 삼아 탁구 라켓를 잡았는데, 남다른 실력을 과시하며 딸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그는 2012년과 2013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장애인체전) 복식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정은의 프로 데뷔로 인해 참가 대회가 매우 많아지자 자신의 운동은 그만두고 딸의 운전기사 역할에만 집중했다.

이정호는 19일 전화통화에서 "(이)정은이가 건강과 꿈을 위해 다시 한 번 장애인체전에 도전해보라고 하도 권유를 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라며 "대회 기간 내내 딸의 운전사 노릇을 못해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 CLASS3(선수부)에서 딸의 경기가 아닌,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소감을 묻는 말에 "사실 다른 선수들의 부모님들과 비교가 많이 돼 상처도 받았을 텐데, 그런 내색 없이 묵묵히 운동에 전념해준 (이)정은이에게 매우 고맙다"라며 "이젠 다시 (이)정은이 뒷바라지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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