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박성현(24)이 올 시즌 5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중 마지막에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긴 하루를 보냈다.

현지시간(이하) 14일 프랑스에서 개막한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가 기상 악화로 경기 시작 2시간 20분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다가 결국 취소됐다. 에비앙 레뱅에는 이날 새벽부터 폭우와 강풍이 시작돼 경기를 시작한 지 2시간 가량이 지났을 무렵에는 바람이 더 강해지고 비의 양도 많아졌다.

기상 상황을 지켜보던 LPGA 측은 이날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속개’ 대신 ‘1라운드 취소’를 선언하고, 15일부터 사흘 동안 3라운드 54홀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즉,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이튿날 이어서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첫날 경기가 '없었던 일'이 됐다는 얘기다. 14일 출전 선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0명 정도가 경기를 시작했으나 1라운드를 끝까지 마친 선수는 없었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티오프한 선수들 가운데 예상 밖의 실수로 최하위로 밀려난 박성현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회가 다시 온 셈이다.

14일 오전 조에 편성돼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70야드) 10번홀부터 출발한 세계랭킹 3위 박성현은 초반인 11번홀(파4)에서 기준 타수보다 무려 5타를 많이 치는 '퀸튜플(quintuple)' 보기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두 번째 샷으로 페어웨이로 나왔으나 서너 번째 샷이 잇따라 그린 주위 벙커를 오가며 흔들렸고, 결국 9타만에 홀아웃했다.

12번(파4)과 1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5오버파' 충격을 벗어내려고 노력한 박성현은 그러나 14번홀(파3)에서 다시 트리플 보기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5개 홀을 끝낸 시점에서 6오버파까지 추락했다.
예상 밖의 실책과 뜻밖의 행운으로 이번 대회 우승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박성현은 시즌 평균 타수에서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이 54홀로 단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역시 첫날 폭우를 동반한 악천후로 한 시간도 채 못되어서 경기가 일시 중지, 결국 점수는 무효화됐고 금요일 경기가 재개되면서 3라운드(54홀)로 진행됐다. 당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최종합계 10언더파의 성적을 거두면서 아마추어였던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8언더파), 3위 렉시 톰슨(미국, 6언더파)을 제치고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해 데뷔해 앞서 17개 대회를 치르면서 한 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는 박성현은 7월 US여자오픈 첫 승에 이어 지난달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승째를 차지했고, 이후 2개 대회를 건너뛰었다.
평균 타수에서 1위 톰슨(68.88타)에 근소한 차로 뒤진 2위(69.00타)를 달리는 박성현은 이날 '참사가 될 뻔한 성적'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더라면 베어트로피 경쟁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으로서는 1라운드 취소가 다소 아쉬운 결과가 됐다.

첫날 전반 13·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유소연은 5개 홀(10~14번홀)을 도는 동안 중간 성적 2언더파를 기록, 제시카 코르다(미국)와 함께 리더보드 맨 상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소연과 박성현은 작년 에비앙에서 나란히 공동 2위에 입상했었다.

박성현, 유소연과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세계랭킹 2위 렉시 톰슨은 5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내 이븐파를 기록, 상위권에 자리잡으며 최근의 상승세를 확인했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고, 톰슨이나 박성현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유소연으로부터 1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즉 셋 가운데 누구든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한편 첫날 경기가 취소된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은 1·2라운드가 하루씩 순연돼 진행되고, 이틀 동안의 중간 결과를 기준으로 컷 통과 선수들을 가려낸 뒤 최종 3라운드에서 메이저 우승자를 결정한다.
이로써 박성현과 유소연은 15일 열리는 이 대회 1라운드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23)는 오후 조에 편성되면서 첫날 출발하지 않았다.



<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 주요 선수 조편성 및 출발시간 >

15일 출발시간(한국시간)--출발 홀--조 편성

오후 3시18분--10번홀--유소연, 박성현, 렉시 톰슨

오후 3시29분--10번홀--김인경, 리디아 고, 브룩 헨더슨

오후 3시40분--10번홀--김세영, 다니엘 강, 찰리 헐

오후 3시51분--10번홀--이미림, 수잔 페테르센, 저리나 필러

오후 4시13분--1번홀--김효주, 브론테 로(잉글랜드), 클라라 스필코바(체코)

오후 7시47분--1번홀--허미정, 노무라 하루, 캐리 웹

오후 7시47분--10번홀--최운정, 앨리슨 리, 사라 제인 스미스

오후 7시58분--1번홀--전인지, 아리야 주타누간, 펑샨샨

오후 8시9분--1번홀--양희영, 이정은, 크리스티 커

오후 8시20분--1번홀--최혜진, 카를로타 시간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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