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시즌 첫 우승
대회 2연패 성공…9개월만에 일본 통산 21승째

이보미가 JLPGA 투어 캣 레이디스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사진제공=르꼬끄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부진으로 지난 몇 개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보미(29)가 만 29세 생일을 앞두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17시즌 24번째 대회인 캣 레이디스(총상금 6,000만엔) 마지막 날 경기가 20일 일본 가나가와현 다이하코네 컨트리클럽(파73·6,704야드)에서 열렸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몰아친 이보미가 사흘 최종 합계 12언더파 207타를 기록, 공동 2위인 배희경(25), 키쿠치 에리카(일본)를 3타 차이로 따돌리며 대회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아울러 우승 상금 1,080만엔을 받아 시즌 상금에서는 지난주 21위에서 16위(3,767만6,800엔)로 올라섰다.

작년까지 2년 연속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메르세데스 랭킹1위)을 차지했던 이보미는 지난해 11월 이토엔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우승 이후 9개월 만에 시즌 첫 승이자 JLPGA 투어 통산 2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1988년 8월 21일 생인 이보미에게 만 28세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던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는 ‘부활과 감사’를 상징한다.

이보미는 경기를 마친 뒤 JLPGA와 인터뷰에서 "제가 우승에서 멀어지고 있는 동안, 갤러리와 팬 여러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열심히 격려해 주셨다.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했는데, 오늘 우승을 그분들께 바치고 싶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깨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는 이보미는 "몸이나 컨디션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집중력이 강한 여왕, 이보미는 마지막 날 모처럼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1타 차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디펜딩 챔피언 이보미는 5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한때 공동 2위로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6번홀(파5). 14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을 잡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이 핀 2m 안에 떨어져 이날 첫 버디를 잡아냈다. 기세를 올린 이보미는 9번홀까지 4연속 버디에 힘입어 비교적 쉽게 혼전에서 벗어났다. 우승 경쟁자들보다 3타나 앞서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17번에서 마지막 18번홀로 이동할 때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했을 뿐 들뜬 모습 없이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보미는 "후반 9개 홀은 보기를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퍼팅감이 굉장히 좋았지만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마지막 날 3퍼트 실수는 하나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했던 이보미는 올 시즌 초반부터 샷의 리듬이 깨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이번 대회 첫날 선두에 나선 뒤 그 동안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실수가 두려워 도망을 쳤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부딪혔고, 이번 대회에서 원하는 대로 샷을 할 수 있었다”고.

이보미는 올해 경기가 풀리지 않자 생각이 많아졌고, 그것은 경기에 악영향으로 돌아왔다. "샷을 치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또 샷에 실수가 나오면 그린 위에서도 그 생각을 계속했다”면서 “그렇게 되니 자연히 퍼팅 집중력도 떨어졌고,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서도 골프만 생각하고 경기가 없는 휴일에도 골프로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슈퍼스타의 고독’이었다.

이날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보미는 “앞으로 나이를 더 먹겠지만,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면서 "나쁠 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빨리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는 안 한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며 기쁜 마음으로 29세 생일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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