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프로. 사진제공=US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에서 개최된 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던 박성현(24)은 4라운드 18번홀(파5)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선두에 1타 뒤져 있었다.

드라이버 티샷을 원하는 곳에 보낸 박성현은 역전 우승을 위한 마지막 선택을 했다. 그의 ‘닥공’ 스타일대로 곧바로 그린을 노리는 것. 하지만 홀까지 220야드를 남기고 17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날린 샷은 야속하게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져 버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박성현은 "우승을 못해서 당연히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 LPGA 멤버로 출전한 박성현.

그는 대회 개막을 앞둔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비회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며 "올해는 긴장도 더 많이 되고 주위 기대도 더 크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성현이 느낀 부담과 압박감은 대회 초반에 여실히 드러났다.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중위권인 공동 58위에 머물렀고, 2라운드에서 순위를 공동 21위로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단독 1위였던 펑샨샨(중국)과는 7타 차이가 났다.

박성현의 클럽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압박감을 내려놓은 3라운드 후반부터였다. 9개 홀에서 버디만 6개를 몰아치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던 것. 9언더파로 선두를 달렸던 펑샨샨을 3타 차로 압박하며 단독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때문에 박성현은 마지막 날 챔피언조가 아닌 바로 앞조에서 다소 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 추격하는 입장이 됐다.

게다가 미국 무대에서 늘 약점으로 지적됐던 퍼트와 쇼트게임이 최종 라운드 결정적인 고비마다 든든한 힘이 됐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손베리크릭 클래식을 건너뛴 박성현은 US오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난 뒤 한 주 쉬면서 어프로치샷 연습을 많이 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습을 통해 좋은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쇼트게임이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내보인 바 있다.

더욱이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는 그린을 놓쳤을 때 어프로치샷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로 최종 라운드 승부처가 된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갔다.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었던 긴장된 상황. 그러나 박성현은 멋진 어프로치샷으로 타수를 지켜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박성현은 우승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18번홀 네 번째 샷을 남기고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캐디인) 데이비드가 '항상 연습하던 거니까 믿고 편하게 하라'고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연습하던 대로 샷이 나와서 저도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LPGA 투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무관’의 설움을 겪은 박성현은 치밀하게 코스를 분석하고 기량을 닦으면서 US여자오픈을 준비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전략대로 경기를 이끌어간 끝에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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