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열린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50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파5) 그린 주변에서 칩샷을 하는 박성현의 몸짓 하나하나에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부가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가파른 그린을 가진 이 홀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박성현의 샷을 벼르고 있었다.

세 번째 샷이 예상보다 길어 그린을 벗어나자 박성현은 짧은 시간 복잡한 표정으로 그린 주변을 오가며 공략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첫 우승의 운명이 걸린 최종 판단을 내린 박성현의 행동은 군더더기 없이 명쾌했다. 어프로치샷의 정석을 보여주는 가벼운 샷으로 볼을 핀 가까이 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또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챔피언조의 추격자 펑샨샨(중국)은 자신이 사전에 제시했던 세 가지 플랜 중에 가장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성현과 동반 플레이하면서 메이저 첫 우승을 노렸던 양희영(28)의 버디 퍼트가 결국 들어가지 않았고, 박성현과 양희영은 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성현은 결국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의 성적을 적었다. 17번홀까지 중간 성적 9언더파를 기록했던 펑샨샨을 2타 차로 앞서며 홀아웃한 셈이다. 우승자로 유력해졌다.

그리고 펑샨샨의 샷에 관심이 쏠렸다. 세 번째 샷을 박성현과 비슷한 실수로 그린을 넘긴 펑샨샨을 그러나 첫 번째 어피로치 샷이 실패하면서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무너졌고, 결국 박성현의 우승이 확정됐다.

지난해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그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 대회 전까지 13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준우승 1회, 3위 1회, 4위 2회 등을 기록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것. 하지만 LPGA 투어 데뷔 첫 승을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신고하면서 ‘남다른’ 실력을 과시했다.

더욱이 이번 US여자오픈 골프대회의 관심사 중 하나는 거액의 우승 상금을 누가 차지할지 여부였다. US여자오픈은 1946년 시작돼 현존하는 여자프로 골프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절대 권위는 물론, 상금 규모 또한 최고액이다.

특히 72회째를 맞은 올해는 총상금 500만달러에 우승 상금은 무려 90만달러(약 10억2,000만원)가 걸렸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를 제외한 일반 대회의 총상금은 이번 시즌 130만달러에서 225만달러 사이다. US여자오픈을 뺀 4개 메이저대회 중 가장 상금이 많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의 경우, 총상금 350만달러에 우승 상금 52만5,000달러임을 감안하면 US여자오픈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달러)에서 정상에 오른 유소연(27)의 당시 우승 상금은 40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였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 전까지 우승 없이도 상금 55만636달러를 벌어 시즌 상금 부문 13위를 달렸다. 이번 우승 상금을 보태면 145만636달러가 되면서 상금왕 경쟁에도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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