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사진=메디힐 골프단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골프처럼 기복이 심한 스포츠도 드물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조차 라운드마다 타수의 차이가 심할 때가 허다하다. 때로는 한 라운드에서도 냉·온탕을 오가는 일명 롤러코스트 경기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은 우승만큼 꾸준한 경기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샷 연습에 열중한다.

그런 면에서 ‘꾸준함의 여왕’으로 떠오른 유소연(27)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 개막을 앞두고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해석일 것이다. LPGA 투어도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NA 인스퍼레이션을 소개하면서 리디아 고(뉴질랜드교포)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그리고 유소연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디펜딩 챔피언 리디아 고는 작년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날 단독 선두 렉시 톰슨(미국)에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해 노련한 경기를 펼쳤다. 중반 이후 무뎌진 샷을 정교한 퍼트 실력으로 만회한 리디아 고는 18번홀에서 끝내기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18세 11개월이라는 최연소 나이에 메이저대회 2승을 올린 선수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앞서 열린 기아 클래식에 우승에 이어 2016시즌 초반 2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자신의 시대가 한동안 굳건할 것임을 공표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리디아 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0위, 43위를 기록하면서 1인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급기야 시즌 도중 캐디를 교체하고 지난겨울 코치와 클럽까지 바꾼 리디아 고는 올 들어 단단한 각오로 나섰지만, 예전처럼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타이틀 방어에 나선 기아 클래식에서는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리디아 고에게서도 빈틈이 보인 것이다.

그 틈을 파고든 첫 번째 선수는 주타누간이다. 지난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시즌 5승을 거둔 그는 리디아 고를 제치고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독식하며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작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경험 부족 탓에 마지막 3개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끝에 단독 4위에 그쳤다.

27일 세계랭킹 3위로 뛰어오르면서 한국의 에이스 자리를 차지한 유소연은 올해 우승 없이도 상금 랭킹 1위(38만7,000달러)를 달린다. 이번 시즌 배출된 6명의 챔피언 가운데 유소연보다 많은 상금을 모은 선수는 없다. 비결은 꾸준한 경기력과 상위권 입상이다. 이를 입증하는 지표가 바로 평균 타수와 톱10 피니시율,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지난주까지 박성현과 공동 선두였던 평균 타수는 기아 클래식을 기점으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16라운드를 치르면서 14차례나 60대 스코어를 적어내는 등 평균 67.938타다. 혼다 LPGA 타일랜드(2위)에서 시즌을 시작한 유소연은 HSBC 위민스 챔피언스(공동7위), 뱅크 오프 호프 파운더스컵(공동5위), 기아 클래식(공동2위)에서 톱10 피니시율 100%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톱10에 모두 입상한 선수는 유소연 한 명뿐이다.

아울러 유소연은 기아 클래식에서 59경기 연속 컷을 통과하면서 ‘은퇴한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웠던 LPGA 투어 연속 컷 통과 기록(68경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리디아 고는 53경기 연속 컷 통과에서 멈춘 바 있다. 이에 비해 유소연은 2014년 8월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9월 이후로 지금까지 컷 탈락 없이 대회를 소화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안정된 경기력은 빼어난 아이언샷 실력 때문이다. 유소연은 그린 적중률에서 85.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원래 쇼트게임 등 아이언샷을 잘했던 그는 작년보다 더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퍼팅이다. 유소연은 지난 시즌 라운드당 퍼트수에서 30.18개로 투어 최하위였고, 올해도 29.94타로 90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린 적중시 홀당 평균 퍼트수에서도 17위(1.731개)에 머물러 있다.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통산 3승째를 기록한 뒤 우승 시계가 멈춘 유소연이 최근의 상승세를 타고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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