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이미림(27)이 공동 2위 두 명의 선수에 무려 6타나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이미림의 행동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면서 화제를 모았다.

허미정(28)과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이미림은 마지막 홀에서 10m가 넘는 먼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남겼고, 허미정의 두 번째 샷은 그보다 짧은 거리에 떨어졌다. 이어 이미림이 먼저 시도한 버디 퍼팅은 홀에 살짝 미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이미림과 허미정은 8타 차로 벌어진 상황이라 사실상 우승자가 결정돼 있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1위 선수가 공이 놓인 자리에 마크했다가 동반자의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챔피언 퍼트'를 하게 된다. 마지막 조에서 우승자를 확정하는 챔피언 퍼트는 갤러리들의 축하와 스포트라이트를 오롯이 한 몸에 받는 일종의 관례이자 특권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벗어나 이미림은 곧바로 퍼터로 공을 툭 갖다 대 파로 마무리했다. LPGA 투어 루키 시절인 2014년 2승을 거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우승한 것을 감안하면 ‘싱거운’ 챔피언 퍼트였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동료 선수들의 뛰어나와 물 세례를 하면서 '왜 챔피언 퍼트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이미림은 허미정의 퍼트 라인에 공이 걸려 있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버디 기회였던 허미정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추가했다면 최종합계 13언더파로 단독 4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즉 이미림은 멋진 우승 세리머니보다 동반자를 배려해 빨리 경기를 마치는 매너를 보여준 셈이다.

또 이미림은 우승 기자회견에서는 "오랜만에 우승 기회라 다소 긴장했지만 경기에만 전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아비아라 코스는 티샷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였는데 이후 다른 선수를 생각하기보다 내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2015년 크리스티 커(미국)가 우승할 당시 20언더파와 같은 성적으로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을 세운 이미림은 "그런 사실은 알지 못했고 그저 우승해서 기쁠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2년 전에도 이미림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당시 4라운드에서는 커에게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 아쉬움을 날렸다.

이미림은 "2015년에 내가 못해서 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2년 전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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