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2013 신지애에 이어 한국 두 번째 우승
이민지·주타누간·노무라 등 공동 3위… 리디아 고는 공동 46위

장하나(25)가 19일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절정의 샷 감각을 앞세운 '세리머니의 여왕' 장하나(25)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시즌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마지막 날 짜릿한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펼쳤다.

세계랭킹 6위로 이번 대회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장하나는 19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더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3·6,681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4타를 줄였다.

어려운 코스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장하나는 2위 난나 코에츠 매드슨(덴마크·7언더파 285타)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올해 첫 출전한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이뤄냈다. LPGA 투어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를 받았다.

장하나는 미국 무대 3년차인 이번 시즌을 시작하기 전 '재도약'을 내걸었다.

장하나는 시즌 초 그의 아버지가 전인지(23) 허리 부상의 발단을 만들었다는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일명 '싱가포르 공항 가방 사건'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고, 늘 필드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그였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몸도 나빠져 한 달 넘도록 일부 대회를 건너뛰어야 했다. 작년에 최대 목표였던 올림픽 출전 티켓 경쟁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러나 악재 속에서도 장하나는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코츠 챔피언십, HSBC 챔피언십, 푸본 대만 챔피언십에서 총 3승을 거둬 지난해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9승 중 3분의1을 책임졌다. 아리야 주타누간(5승), 리디아 고(4승) 외에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선수가 바로 장하나였다. 올해 한국인 첫 LPGA 투어 우승도 그의 몫이 됐다.

지난겨울 무더운 베트남에서 40일간의 전지훈련을 가뿐하게 소화한 장하나는 지난달에는 메인 스폰서 비씨카드와 재계약하면서 재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던 리젯 살라스(미국)에 4타 뒤진 공동 7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장하나는 이날 1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이후 12번홀까지 파로 막아내며 안정된 샷감을 선보였다. 침착하게 기회를 노리던 장하나는 선두권 경쟁자들이 주춤한 후반 들어 13번과 14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막판 집중력이 돋보였다. 행운의 17번홀(파5)에서 15m 먼 거리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장하나는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18번홀(파4)에서 버디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장하나가 홀아웃할 때 아직 라운드를 끝내지 않은 선수들이 남아있었지만, 그는 주먹을 불끈 쥐는 힘찬 세리머니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단독 2위를 달리던 매드슨이 3타 차 간격을 좁히기에는 남은 홀이 없었고, 챔피언조 선수들은 오히려 타수를 잃고 격차를 벌리면서 장하나는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1974년 창설됐지만 중간에 몇 차례 열리지 않아 올해가 26회째였던 호주여자오픈에서 2013년 신지애 우승에 이어 장하나가 두 번째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또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장은 창립 125주년을 맞은 올해 호주여자오픈을 두 번째로 개최했다. 1994년 이곳에서 열린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역시 장하나와 같은 스코어인 10언더파를 적어냈다.

호주교포 이민지(22)와 주타누간, 지난해 우승자 노무라 하루(일본), 사라 제인 스미스(호주)가 최종합계 6언더파 286타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민지는 마지막 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였고, 최종 라운드 한때 선두로 치고나가기도 했던 주타누간은 결국 이날 2타를 더 줄였다. 특히 주타누간은 2라운드까지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3·4라운드에서 상승세를 그려놓고 대회를 마감, 기대감을 높였다.

아마추어로 출전한 여고생 최혜진(18)은 4라운드 난코스에서 버디를 6개나 뽑아내는 등 2타를 줄이는 선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호심배, 송암배, 네이버스컵 친선경기 등에서 우승을 휩쓴 골프 유망주답게 공동 7위(5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감하며 세계적인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살라스는 후반 12번홀부터 3개홀 연속 보기를 비롯해 하루에 5타를 잃고 공동 7위로 미끄러졌다.

최운정(27)과 호주교포 오수현(21)은 나란히 최종합계 4언더파 288타,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한편 코치와 캐디, 클럽을 모두 바꾸고 스윙에도 변화를 시도하며 새 시즌을 맞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교포)는 나흘 연속 퍼팅감이 회복되지 않았고, 샷 감도 들쭉날쭉하는 등 호된 적응기를 거쳤다. 4라운드에서는 버디 없이 보기만 2개 적어내며 공동 46위(2오버파 294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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