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스튜어트 싱크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남녀노소에 같은 규칙을 적용하더라도 경기가 성립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스코어의 편차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70대 할아버지가 20대 손주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 외에 뭐가 있을까. 할아버지와 손주, 장인과 사위, 아버지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어떤 조합으로도 경기가 가능하고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골프의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48세의 노장 스튜어트 싱크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PGA투어 RBC 헤리티지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를 끈질기게 추격했던 공동 2위 헤럴드 바너 3세(30·미국)와 에밀리아노 그리요(28·아르헨티나)와는 4타 차이의 여유 있는 승리였다. 경기를 마친 뒤 바너는 “나이 먹은 싱크가 모든 사람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며 노장의 우승을 축하했다. 

싱크는 1, 2라운드에서 무려 16언더파를 쳐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한 뒤 3라운드 2언더파, 4라운드 1언더파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2000년과 2004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싱크는 17년 만에 다시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보탰다. 지난해 9월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11년 만에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던 싱크는 7개월 만에 1승을 추가, 2020~2021시즌에만 2승째를 올리는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했다. 

2020-2021시즌 2승을 올린 것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 이어 싱크가 두 번째다. 그는 또 50년 만에 두 번째로 48세 이상의 나이로 한 시즌에 두 번 우승한 골퍼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이번 대회에는 둘째 아들 레이건이 캐디를 맡고 유방암을 이겨낸 아내 리사와 큰 아들 코너 등 가족이 대회 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니며 응원해 부러움을 샀다. 특히 아버지의 백을 멘 레이건은 지난해 조지아공대를 나와 델타항공에 취업했음에도 아버지가 PGA투어에서 은퇴하기 전 투어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며 캐디를 자청, 우승을 일궈냈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골프대회 공동 2위를 기록한 헤럴드 바너 3세와 에밀리아노 그리요. 그리고 챔피언조에서 스튜어트 싱크에 맞선 콜린 모리카와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실 스튜어트 싱크는 노장으로 부르기엔 젊은 축이다.

PGA투어에서 젊은 선수들과 우승경쟁을 벌이는 필 미켈슨은 50세고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하며 PGA투어에도 가끔 출전하는 비제이 싱(피지)과 프레드 커플스는 각각 58세, 61세다.

당대 최고의 골프영웅들인 아놀드 파머(1929~2016)나 잭 니클라우스(81)도 60대까지 골프채를 휘두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타이거 우즈(45)와 함께 PGA투어 통산 우승(82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샘 스니드(1912~2002)는 가장 많은 나이에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샘 스니드는 1965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 오픈에서 우승했는데 이때 나이 52세 10개월이었다.

PGA 투어에서 50세 이후 우승한 선수는 7명밖에 없다. 필 미켈슨이 부활한다면 여덟 번째 50대 우승자가 될 것이다. 

40대 이후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비제이 싱이다. 2000년대 초반 타이거 우즈와 팽팽한 대결을 펼쳤던 싱은 40대 이후 무려 22승을 올렸다. 샘 스니드가 40대 이후 18승을 기록했다.

메이저의 경우 우승 당시 나이가 가장 많았던 기록은, 1968년 줄리어스 보로스가 PGA 챔피언십 우승 당시의 48년 4개월이다. 45세를 넘어 메이저를 우승한 선수는 올드 톰 모리스(1867년 디오픈·영국), 줄리어스 보로스, 잭 니클라우스(1986년 마스터스) 3명뿐이다. 47세 이상으로 2승 이상을 올린 선수는 샘 스니드, 줄리어스 보로스, 케니 페리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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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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