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게인브리지 LPGA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아니카 소렌스탐, 쩡야니.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오는 2월 26일(한국시간)부터 3월 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게인브리지 LPGA 대회에 친숙한 두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스웨덴계 미국 국적의 아니카 소렌스탐(50)과 대만의 쩡야니(32)다.

아니카 소렌스탐은 LPGA투어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12세 때 골프를 시작해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뒤 1993년 프로로 전향해 LPGA투어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열었다. 2008년 결혼을 위해 은퇴하기까지 15년간 이룬 업적은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금자탑이다. 

그는 1997년 데이비드 애시와 결혼했으나 이혼하고 2009년 1월 자신의 매니지먼트 일을 맡았던 마이크 맥기(전 PGA투어 선수 제리 맥기의 아들)와 결혼에 두 아이를 두고 있다.

LPGA투어 통산 72승(메이저 10승 포함), LET(유럽여자골프투어) 17승, 일본 JLPGA투어 2승, 아시아여자골프투어(ALPGA) 4승, 기타 대회 3회 등 생애 통산 93승을 거뒀다. 

캐리 웹(46·호주), 박인비(32) 등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7명 중 하나다. 물론 LPGA투어의 각종 상을 휩쓸며 LPGA 명예의 전당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렌스탐은 올 1월 올랜도의 포시즌스 골프 스포츠 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에 선수가 아닌 저명인사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선수로 출전하는 것은 2008년 은퇴 후 13년 만이다.

무엇이 소렌스탐을 다시 LPGA투어로 불러들였을까. 

홈 코스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에서 그는 유명인사 부문 참가자 53명 중에서 남녀구분 없이 9위를 했다. 후배선수들이 놀랄 정도로 기량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는 특히 두 아이가 골프선수로서의 엄마 모습에 행복해하는 것을 보곤 올여름 US 시니어 여자오픈에 뛰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니어투어 선수로 제2의 골프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쩡야니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LPGA투어에서 은퇴한 해에 신인으로 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신인으로 메이저인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012년까지 5년간 무려 15승(메이저 5승)을 올렸다. 2011년엔 메이저 2승(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7승을 올려 소렌스탐의 기록을 뛰어넘어 100승에 도달한 유일한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109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 2008년 LPGA투어 신인상, 2010년과 2011년 LPGA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2년 3승(혼다 LPGA 타일랜드, LPGA 파운더스컵, 기아클래식)을 거둔 뒤 쩡야니의 우승행진은 멈추었다. 한때 1위였던 세계 랭킹은 현재 919위까지 떨어졌다.

그의 슬럼프는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불가사의했다. 골프 전문가는 물론 자신도 정확히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우울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일이 있나?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나도 왜 그런지 알고 싶다”고 대답한 뒤 코스에서 울기도 했다. 

그는 “연습 때는 잘 되다가도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 스윙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봄에는 허리 부상에 따른 통증이 왼쪽 다리까지 번지면서 대회 출전조차 못했다. 지난해 투어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대만을 떠나지 못했다. 

마음 치유를 위해 대만의 명상원에서 지내기도 했던 그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골프를 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나를 계속 힘들게 하며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마음을 돌렸다. 대만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를 갤러리로 관전하며 자신이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자신이 돌아갈 곳은 LPGA투어임을 확인한 것이다.

쩡야니는 2009년 소렌스탐이 올랜도에 갖고 있던 집을 샀었다. 그때 그는 ‘집 안에 설치된 트로피 케이스를 언제 다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LPGA투어에 발을 들여놓고부터 아버지가 세운 ‘골프여왕 프로젝트’에 따라 오직 승리와 성공을 좇던 그에겐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 수를 따라잡겠다는 욕심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쩡야니는 2년 전 그 집을 팔고 캘리포니아주로 이사했다. 그에게 부담을 안겼던 소렌스탐의 집을 팔고 이사했으니 쩡야니도 이제 승리만 좇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보람으로 골프를 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컷 통과가 2018년 10월이었고 대회 출전 자체도 2019년 4월 롯데 챔피언십이 마지막이었던 쩡야니가 1년 10개월 만에 경험하는 대회인 게인브리지 LPGA에서 9년간의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 힘찬 부활의 날개를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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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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