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티안 버자이드넛.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열리지 않은 지난 26~29일(현지시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리라네의 레오파드 크릭 컨트리클럽(파72·7,249야드)에서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이 펼쳐졌다.

1995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그 동안 어니 엘스(남아공),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애덤 스콧(호주),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찰 슈워젤, 브랜든 그레이스(이상 남아공) 등 한국 골프팬들에게도 익숙한 정상급 선수들이 역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륙간 이동이 불편해지면서 PGA 투어 멤버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나흘 동안 유일하게 60대 타수를 작성한 크리스티안 버자이드넛(26·남아공)이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69-68-68-69)의 성적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54홀 선두였던 아드리안 메롱크(폴란드)에 3타 뒤진 단독 3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버자이드넛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엮어 3타를 줄였고, 4명의 공동 2위를 4타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난해 6월 안달루시아 마스터스에서 신고한 첫 승 이후 1년 5개월 만에 추가한 유럽투어 2승째다. 우승상금은 25만2,639 유로(약 3억3,000만원).

현지에서는 버자이드넛이 밝힌 아픈 개인사가 화제다.

어렸을 때 우연히 버려진 음료수 병에 든 내용물을 마셨는데 음료수가 아니라 쥐약이었던 것.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신경 일부가 손상돼 말더듬이 후유증이 생겼고,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때문에 또래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그는 누군가에게,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 심리적인 압박이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해준 불안장애 치료제를 복용했는데, 이것이 또 문제가 되었다. 2014년 영국에서 열린 브리티시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첫날 경기를 마친 후 도핑 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그가 복용한 약이 세계반도핑기구가 정한 금지 약물이었던 것. 해당 대회는 물론 장기간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았고, 아마추어 남자골프의 최고 명예인 '아이젠하워 트로피'도 놓쳤다.

그러나 버자이드넛은 포기하지 않았다. 

징계 기간이 끝난 뒤 남아공 미니투어를 거쳐 2016년 남아공 정규투어인 선샤인투어에 데뷔했다. 그해 10월 정규투어 생애 첫 우승과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7년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특히 2019년 세르히오 가르시아 재단이 주최하는 안달루시아 마스터스에서는 존 람(스페인)과 우승 경쟁 끝에 유럽투어 첫 우승을 따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디오픈 챔피언십부터 올해 PGA챔피언십, US오픈, 마스터스까지 4개 메이저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또한 이번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 우승으로 30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41위로 20계단 급등했다.

버자이드넛은 우승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기뻐하며 "이 대회는 처음 출전 때부터 가슴에 와 닿았다. 항상 이기고 싶었던 토너먼트였는데, 오늘 그것을 해내서 나에게 정말, 정말 특별한 사건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2014년 약물 사건 이후 불안장애 치료제는 한 번도 복용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제 남 앞에서 더듬거리며 말해도 꺼리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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