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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헐크' 디섐보를 어떻게 해야 하나?…놀란 R&A와 USGA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골프대회에 출전한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브라이슨 디섐보(27)를 어떻게 해야 하나?

대포를 쾅쾅 쏘게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포를 못 쏘게 할 것인가.

세계의 골프 관련 규칙을 총괄하는 R&A(영국왕립골프협회; Royal & Ancient Golf Club)와 USGA(미국골프협회; 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가 디섐보 때문에 난제를 떠안았다. 

디섐보는 9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멀린GC(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어린이병원 오픈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2타를 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자신의 18홀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디섐보는 7번 홀(파4, 381야드)에서 티샷을 바로 그린에 올렸다. 이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린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퍼트하려던 체이슨 해들리(33·미국)는 디섐보의 티샷 온 그린에 “놀라진 않았지만 비거리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그는 5번이나 이글 퍼트 기회를 맞았다. 이글은 못했지만 모두 버디를 챙겼다. 그는 장타자로 소문난 캐머런 챔프(25), 매튜 울프(21)와 함께 라운드했는데 세 선수가 28차례나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장타 쇼를 펼쳤다. 

2라운드에선 첫날의 무서운 기세가 주춤했다. 그래도 380야드 7번 홀(파4)과 532야드의 16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4타를 줄여 공동선두(4명)와 1타차로 3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디섐보는 대회 직전 열린 프로암 대회에서도 이글 1개와 버디 10개로 59타를 쳤다. 13번 홀(파5)에선 티샷이 421야드(약 376.7m)나 나갔다. 전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는 드라이버로 친 샷이 360야드 거리의 펜스를 넘어 주차장에 있던 차를 맞히는 바람에 다른 선수들보다 40야드 뒤로 이동해 연습해야 했다.

디섐보가 한창 테스트 중인 48인치짜리 드라이버를 들고나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불허다. 그는 11월 마스터스 대회 전에는 48인치 드라이버 티샷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움직이는 실험실’ ‘잔디 위의 물리학자’ ‘야디지북에 논문 쓰는 골퍼’ ‘골프 머신’ ‘괴짜 골퍼’ ‘필드의 철학자’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디섐보는 골프 팬들에게는 흥미 만점의 스타지만 세계의 골프 룰을 관장하는 R&A나 USGA로선 박수만 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R&A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골프협회다. 

1754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22명의 귀족과 신사들이 ‘세인트앤드루스 골퍼스 클럽’을 결성했다. 1834년에는 영국 국왕 윌리엄 4세가 오늘날의 ‘Royal and Ancient Golf Club’(왕립골프협회)이란 이름을 쓰도록 허락했다. 골프 규칙을 제정해 골프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11개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 2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여성회원의 가입도 허용했다. 

스코틀랜드의 골프는 19세기 후반 미국에 소개돼 1888년에 뉴욕주의 욘커스에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클럽(St. Andrews Golf Club in Yonkers, NY)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졌다. 골프클럽 대표들이 1893년 뉴욕 욘커스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존 레이드 챔피언십 메달 토너먼트를 계기로 영국의 R&A를 참고해 골프규칙을 제정했다. 전반적인 규칙과 벌타 규정, 에티켓, 골프장비에 대한 규정 등을 담았다. 

USGA가 제정한 골프 규칙은 처음엔 미국과 멕시코에, 나머지 지역은 R&A의 규칙이 적용되었으나 두 협회가 공동보조를 취하며 협력하면서 세계의 골프 룰을 선도하고 있다. 

롱 퍼터를 사용하면서 퍼터의 끝을 몸에 대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두 단체의 합의로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롱 퍼터의 사용제한을 포함한 골프 장비에 대한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도 두 협회가 골프가 지나치게 장비에 의존하면서 골프의 근본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창조적인 실험정신으로 비거리를 늘리는 것은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의 창조적 실험적 아이디어가 골프 장비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두 협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꿈의 스코어가 나오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 멋진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선호한다. 유명 골프코스들이 전장을 늘이고 난이도를 높이는 것도 터무니없이 긴 샷으로 골프의 묘미와 긴장감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많은 선수들이 디섐보처럼 단백질 식단으로 몸을 불리고 특별히 고안한 장비로 공을 쾅쾅 쏘아댄다면 과연 골프에 대한 인기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헐크들의 차력대회와 무엇이 다를까. 

R&A와 USGA가 디섐보가 던진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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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10-10 09:3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