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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사찰에서의 전통적인 식사 의식이다. 발우(鉢盂)의 발(鉢)과 우(盂)는 산스크리트어 ‘patra’에서 온 말로 식기와 그릇을 의미한다. 발우는 밥, 국, 찬, 물을 담을 수 있는 네 개의 그릇과 수저, 발우를 싸는 수건이 한 벌이다.

오래전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발우공양을 경험한 적이 있다. 1주일간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수행하는 승려와 비슷한 생활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발우공양이었다. 장방형의 큰 방에 둘러앉아 발우를 펼치고 공양을 한 뒤 발우를 그 자리에서 깨끗이 씻어 보자기에 쌀 때까지의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발우공양 그 자체가 명상이자 수행의 한 과정으로 보였다.

모든 것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죽비 소리에 따라 발우를 펼치고, 밥과 국, 반찬, 물을 각자의 발우에 담은 뒤 오관게(五觀偈)를 외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가능한 한 소리를 덜 내며 침묵 속에서 식사했다.
공양이 끝나면 담아 놓은 물로 그릇을 깨끗이 닦아 그 물을 마셨다. 물론 밥이나 국, 반찬을 남겨서도 안 된다. 발우에 담은 것은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야 한다. 그러니 먹을 만큼만 발우에 덜어놓아야 한다. 

김치나 단무지 조각 등으로 그릇을 깨끗이 닦아 낸 뒤 그 물을 마시고 다시 깨끗한 물로 헹구어 그 물까지 마신다. 이를 위해 김치나 단무지 조각 하나를 남겨두어야 했다.
설거지한 물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지만 내가 먹었던 것을 물로 헹구어 먹는다고 받아들이니 아무렇지 않았다.
그때 음식물 찌꺼기를 전혀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이 환경을 위한 최상의 식사방법이라는 생각에 감탄한 기억이 난다.

그러다 발우공양의 기회가 없어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골프에 심취해 무궁무진한 골프의 밀림을 헤매며 끊임없이 나타나는 목표들과 이 목표들을 통과하면서 이어지는 깨달음의 계단을 밟아가며 발우공양에 담긴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당시 1주일간 발우공양을 한 뒤 나름대로 얻은 깨달음을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첫째 결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둘째 채운 그릇은 반드시 비워야 한다, 셋째 할 일을 끝냈으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우공양에서 얻은 이 깨달음은 신통하게도 골프에도 그대로 통하고 있었다.

발우공양을 할 때 욕심만으로 음식을 받아놓으면 배가 부른데도 억지로 다 먹어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욕심은 제쳐두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만 받아야 남김 없는 깨끗한 공양을 마칠 수 있다.

골프에서도 욕심은 늘 화를 부른다. 자신이 소화해낼 수 없는 상황임에도 욕심을 부리다 최악의 국면을 맞는다. 
받은 음식을 다 처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비워야 말끔하게 공양을 마칠 수 있듯 골프를 할 때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누군가 이기겠다는 경쟁심, 신기록을 세우겠다는 다짐, 지난 홀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욕심으로 마음이 채워져서는 정상적인 라운드가 되지 않는다. 깨끗이 빈 그릇으로 남겨두어야 다음 발우공양을 할 수 있듯 내 마음도 공허하게 비워두어야 새로운 홀을 맞고 새로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공양을 온전히 끝냈다면 공양한 흔적은 없고 빈 발우만 남는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은 골프에서도 진리다. 골퍼로서의 평가는 라운드를 끝낸 후 이뤄진다. 얼룩진 흔적 없이 동반자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골퍼라면 ‘골프의 오관게’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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