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컴퓨터에서 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햅틱(Haptic) 기술은 컴퓨터를 벗어나 그 영역이 무한정으로 넓어지는 분위기다. 

햅틱(Haptic)은 그리스어로 ‘만지는’이라는 뜻인 형용사 'Haptesthai'에서 유래됐다. 만지는 것과 관련된 촉감, 터치감을 의미한다.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재질감(texture), 딱딱함(hardness), 무게감(weight), 온도(temperature), 모양(shape) 등으로 표현되는 햅틱은 소비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운동량으로 따지면 골프는 축구 배구 같은 구기 종목이나 마라톤이나 장거리달리기 같은 육상 종목과 비교되지 않는다. 쾌감 또한 사격 야구 승마 등에서 얻는 것보다 진하다고 할 수 없다.
역동성이나 관객의 열광성 면에서도 뒤진다. 마치 안 해도 그다지 아쉬울 것 없는 느슨한 취미활동처럼 보인다. 여기에 사회적 괴리감을 일으키는 눈총받는 스포츠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골프의 묘미는 바로 조금씩 모자란 듯한 것들의 절묘한 조합에서 잉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육상이나 구기 종목, 격투기, 등산처럼 많은 칼로리를 요구하는 운동도 아니면서 슛, 스파이크, 펀치, 배팅처럼 강렬함도 약하다. 프로골퍼를 제외하곤 관중으로부터 주시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제각각의 스윙, 그다지 빠르지 않은 걷기, 충분히 짊어질 수 있는 골프 백과 장비,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경기규칙 등 얼핏 보면 골프는 이렇다 할 특색이나 역동성이 없는 스포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골프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햅틱적인 요소에 있지 않을까. 골프의 핵심은 접촉에서 얻는 쾌감이 아닐까.

골프는 그 자체가 항상 새로운 것들과의 조우다. 그것도 계절, 날씨, 골프장, 골프 장비, 파트너, 캐디 등이 엮어내는 수많은 조합과의 조우다. 그래서 한 번도 같은 느낌은 없다. 라운드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이유다.

조우는 만남, 접촉이다. 접촉은 어떤 형태로든 느낌을 준다. 스포츠의 궁극적 쾌감도 승패가 아닌 접촉의 느낌에서 나온다. 작렬하는 펀치로부터 전해지는 짜릿한 쾌감, 가벼운 터치의 상쾌함, 네트를 떠난 셔틀콕의 느낌, 발등을 떠난 공이 골네트를 가르는 모습을 보는 쾌감,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는 순간의 느낌 등은 성적인 쾌감과 마찬가지로 촉감에 가깝다.

골프야말로 철저한 ‘haptic game’이다. 골프는 달리 보면 손과 골프채, 볼, 그리고 지면과의 접촉에서 쾌감을 얻는 스포츠다. 골프채가 아가위나무나 감나무에서 철, 티타늄, 카본 같은 복합소재 등으로 발전하는 것도, 골프공의 소재가 끊임없이 개발되는 것도 보다나은 촉감을 얻기 위함이다. 골프와 관련된 모든 공학은 결국 촉감과의 싸움이다.

접촉에서 얻는 쾌감은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골프코스, 동반자나 캐디, 날씨 등도 넓은 의미의 햅틱적인 느낌을 제공한다. 
도구에 얼마나 친숙하며 주변 환경에 얼마나 조화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운동이 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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