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 프로와 로리 매킬로이, 존 람, 잰더 쇼플리.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5월 중순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줄줄이 연기 및 취소되었는데, 그 중에는 특급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도 포함됐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세계 정상급 64명이 출전해 박진감 넘치는 샷 대결을 벌였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PGA 투어는 실제 경기 대신에 전문가 10명의 투표로 가상 매치 플레이를 진행했다. 또한 세계랭킹이 조를 만들거나 매치 순서를 정하는 참가 시드가 됐다. 

그 결과, 세계랭킹 23위를 달리는 임성재(22)는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세계 2위 존 람(스페인), 세계 12위 잰더 쇼플리(미국)와 함께 4강에 진출했다. 

투표 규칙은 간단하다. 각 전문가에게 매치에서 이길 선수를 뽑으라고 요청했고, 과반수 득표의 골퍼가 승리하는 것이다. 

참가한 10명의 전문가는 골프베트의 제이슨 소벨, 골프TV의 제이미 케네디, PGA 투어 커뮤니케이션의 톰 앨터와 짐 맥케이브, 판타지 인사이드 롭 볼튼, PGA투어닷컴의 작가 벤 에버릴, 숀 마틴, 마이크 맥칼리스터, 카메론 모피트 등이다.

가상 매치 플레이도 실제 대회 포맷과 동일하다. 64명의 선수를 추려 한 조에 4명씩 묶인 조별 리그에서 임성재는 저스틴 로즈(14위·잉글랜드), 맷 월리스(43위·잉글랜드), 버바 왓슨(53위·미국)을 상대했고, 가볍게 3연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임성재는 메이저 챔피언 로즈, 왓슨과의 전문가 투표에서 각각 8대2로 압승했고, 월리스와 투표에서는 몰표를 받았다.

16강부터는 서든데스 방식의 일대일 매치다. 콜린 모리카와(44위·미국)를 만난 임성재는 전문가 투표에서 5대5로 박빙이었으나, 연장전 성격의 팬 투표에서 56%의 지지율로 승리했다. 모리카와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신인왕을 놓고 다툰 데뷔 동기다. 

'PGA 투어의 가장 영리한 두 명의 젊은 스타들 간의 매치'라고 표현한 마이크 맥칼리스터는 임성재를 선택한 이유로 퍼팅을 꼽았다. "올 시즌 퍼팅에서 임성재는 스트로크 게인드 36위에 오른 반면 모리카와가 174위"라고 답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8강에 올라온 애덤 스콧(호주)을 상대한 임성재는 전문가들로부터 6대4 판정승을 거뒀다. 카메론 모피트는 스콧과 대결에서 임성재는 선택한 이유를 "가끔씩 퍼팅이 완전히 흔들리는 스콧보다 '골프 머신' 임성재를 택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0일(한국시간) 발표된 4강 결과는 임성재의 패배였다. 4강에서 존 람을 상대해 전문가 투표에서 4대7로 졌고, 팬 투표에서는 33%대67%였다. 이어진 3-4위전에서는 잰더 쇼플리에 2대8로 완패했다. 4강에서는 임성재가 이 대회 데뷔전이라는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 

우승은 준결승에서 매킬로이를 6대5로 꺾은 람이 차지했다. 팬 투표에서는 매킬로이가 81%, 람이 19%였다. 전문가들은 세계 1, 2위의 맞대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했다. 오스틴CC에서 둘의 이전 기록도 비슷했다. 하지만 람이 최근 상승 중이고, WGC 첫 승을 노리는 람의 투지 등이 높게 평가 받았다.

물론, 이 매치는 가상이고, 한정된 수의 전문가들이 정한 것이라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PGA 투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임성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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