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크래스 골프코스 전경. 상단 그림 제공=방민준. 하단 사진=ⓒ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총체적인 혼돈에 빠졌다. 한겨울 유리창 성에처럼 급속도로 번져가는 코로나19로 전 분야가 올스톱 상태다. 

스포츠 분야라고 예외일 리 없다. 취소, 연기, 중단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골프 역시 코로나19 쓰나미를 피하지 못했다.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라운드만 치르고 2라운드부터 무관중으로 진행하려다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이를 시작으로 이후 대회가 줄줄이 취소,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PGA투어 측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이어 4월5일까지 예정된 벌스파 챔피언십, 월드골프챔피언십 매치플레이, 코랄레스 푼타카나 리조트 앤 클럽 챔피언십, 발레로 텍사스 오픈 등 5개 대회를 중단했다. 4월9일 개막 예정이던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도 무기한 연기됐다. 

PGA투어나 LPGA투어의 대회 일정은 1년 전에 미리 짜여진다. 한두 개 대회의 취소나 연기는 전체 스케줄 진행에 큰 영향을 안 미치지만 지금처럼 무더기로 대회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사태가 빚어지면 올 시즌 스케줄이 완전히 헝클어진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 측은 취소가 아닌 무기 연기를 밝혔지만 올 시즌에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른 메이저대회와 국제대회의 일정 때문이다.

5월 PGA 챔피언십, 6월 US오픈, 7월 브리티시오픈 등 달마다 메이저대회가 이어지고 8월 초에는 도쿄 올림픽도 예정돼 있다. 8월에는 1,5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이 걸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대회가 진행되고 9월에는 라이더컵이 열린다. 라이더컵이 끝나면 새로운 시즌인 2020-2021 시즌이 시작된다. 

마스터스 최다 우승자(6회)이자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80)가 개인적인 의견이란 단서를 달고 “다른 대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마스터스는 취소하는 편이 낫다”가 밝힌 것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개최 시기를 다음 시즌으로 넘기는 것도 출전권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마스터스는 지난 1년간 PGA투어 대회 우승자(전년도 마스터스 개최 뒤 열린 대회부터 당해년도 마스터스 직전 우승자)와 대회 개최 2주 전 세계골프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에게 출전권을 주는데 올해 출전 예정이었던 선수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문제다.

LPGA투어 측도 3월 개최 예정인 파운더스컵, 기아클래식, ANA 인스퍼레이션 등 3개 대회와 2부리그인 시메트라투어 2개 대회를 연기했다. 4월2~5일 개최 예정인 ANA인스퍼레이션은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1972년 시작되어 올해로 48회째를 맞는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된다면 2020시즌 LPGA투어 일정이 비어 있는 5월 둘째 주에 ANA인스퍼레이션을 개최할 수 있긴 하지만 대회 역사상 처음 3~4월이 아닌 다른 시기에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LPGA투어 측은 이미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아시안스윙 3개 대회(혼다 LPGA 타일랜드,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블루베이 LPGA)를 취소했었다. 

LPGA투어 측이 이번 3개 대회를 취소하지 않고 연기한 것은 대회가 열리지 않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7월 1·3번째 주, 8월 1·2번째 주, 9월 3·4번째 주, 10월 2번째 주, 11월 3번째 주에는 대회가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폐막이 예정된 11월 넷째 주 이후에도 연기된 일정을 소화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대회 연기 및 취소 사태에 가장 당황하는 쪽은 선수들이다.

선수들 역시 대회 일정에 맞춰 1년간의 출전 스케줄을 짜고 개인별로 신체적 기량적인 컨디션 조절 계획에 나섰을 텐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혼다 클래식 우승에 이어 급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임성재(22), 지난 시즌 부진했다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 라운드에서 공동 2위에 올라 2017년의 우승 영광 재현을 꿈꾸었던 김시우(25), 꾸준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안병훈(29)과 이경훈(29)으로선 맥이 끊겼다.

특히 올해 마스터스 첫 출전권을 얻은 임성재로선 남다른 각오가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LPGA투어 선수들은 더 심각하다. 

정상급 한국 선수들 중에는 개인의 훈련 및 재활 스케줄에 따라 시즌 초반 대회를 건너 뛴 선수가 많은데 무더기 대회 취소 또는 연기로 실전 기회를 놓치게 됐다.

개개인의 생체리듬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대회 일정도 유동적이어서 대회에 맞게 워밍업 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도쿄 올림픽 출전을 고대해온 선수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올림픽은 세계랭킹 15위 이내일 경우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선수 순위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필두로 박성현(3위) 김세영(6위) 이정은6(10위) 박인비(11위) 김효주(13위) 유소연(18위) 허미정(19위)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진영을 빼면 앞으로의 대회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니 선수들의 마음이 산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비상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넘기느냐에 따라 대회가 재개되었을 때 선수들의 대회가 극과 극으로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선수에겐 코로나사태가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선수에겐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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