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1라운드에서 공동 2위에 오른 최나연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일반적으로 골프대회에서 우승자를 축하하기 위한 샴페인(혹은 물) 세례는 일요일 최종 라운드 18번홀 그린에서 이뤄지지만, 최나연(32)은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1라운드에서 샴페인 세례를 받을 만큼 충분히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나연이 11개월 만에 돌아온 LPGA 투어 첫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7언더파 65타를 휘둘러 첫날 선두권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동료 선수인 신지은(26)은 최나연이 경기를 끝낸 뒤 통로를 따라 홀아웃하자 한 손에는 샴페인 컵,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최나연을 향해 우승 세리머니처럼 샴페인을 부었다.

최나연은 1라운드가 끝난 뒤 LPGA와 인터뷰를 통해 "투어에 복귀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떨렸지만, 핀 가까이 붙이고 좋은 퍼트를 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5년 6월 말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을 달성한 최나연은 지난 4년간 허리 부상과 싸우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허리에 통증을 처음 느낀 것도 아칸소 챔피언십 때였다. 부상을 알고도 연이어 열린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최나연은 이후 10주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그해 가을 아시안스윙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 후 3년 동안 고통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최나연은 LPGA와 인터뷰에서 "(부상에도) 계속 골프를 하다가 스윙이 점점 나빠졌다"고 당시를 돌아보면서 "부상 때문에 드라이버 입스가 있었던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나연은 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두고 통산 1,0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메이저 챔피언이다. 거의 4년 연속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었고, 세계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2016~2018년 시즌은 가혹했다. 단 4차례 톱10에 들면서 세계랭킹은 486위로 미끄러졌다. 정신적인 충격은 육체적 고통만큼 견디기 어려웠다.

최나연은 그때를 떠올리며 친구들이 자신에게 "너에겐 휴식이 필요해"라고 말했다면서 먼저 몸을 만들어야 골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2018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해 컷 탈락한 최나연은 바로 다음 대회였던 LA오픈을 기권하고 부상 회복에 집중했다. 일단 골프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되었다. 유럽에서 2주 동안 버스와 기차를 타고 6개국을 여행한 경험은 최나연이 투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투어에만 집중한 11년간 누리지 못했던 자유였다.

"박스 안에 갇혀 사는 로봇처럼 골프를 쳤던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본 최나연은 "골프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골프만 하고, 또 골프만 하고, 100% 골프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번 아웃 된 것(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지은과 최나연 프로(사진출처=신지은의 인스타그램, 최나연의 인스타그램)


최나연은 휴식시간에 허리 재활치료를 받았다. 필라테스를 했고, 코어 근육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서자 비로소 투어에 복귀했다. 그는 투어에서 5개월 가까이 떠났을 때 "갑자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골프가 그리웠다. 골프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윙을 다시 하기 위해 클럽을 잡고 한국의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당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는 최나연은 직업적인 게임이 아니라 흥미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과 자주 골프를 했다.

오랜만에 LPGA 투어로 돌아온 최나연은 파운더스컵 첫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료들 사이를 걷는 단순한 즐거움만으로 충분했다. 좋은 성적은 보너스였다.

7언더파 공동 2위의 성적을 거둔 최나연은 "물론 내 점수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저 페어웨이에 있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것이 행복할 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동료들은 최나연이 돌아온 것을 마음껏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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