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7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에서 케빈 나가 타이거 우즈의 티샷에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그레고리 샤무스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흔히 두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거나 잘 아우러질 때 '케미가 좋다', '케미가 폭발한다'고 표현한다. '케미'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와 재미교포 케빈 나(36·한국이름 나상욱)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TPC 소그래스 17번홀(파3)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우즈와 케빈 나는 8살 차이가 나지만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냈다. 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레스, 케빈 나는 캘리포니아 다이아몬드바 출신으로, 두 지역은 25마일(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경력도 비슷하다. 케빈 나는 17세, 우즈는 20세에 프로 전향했다.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선수가 이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동반 플레이한 게 놀라울 정도다. 사흘째인 17일(한국시간) 같은 조에 편성된 타이거 우즈와 단 둘이 경기한 케빈 나는 경기 직후 가진 PGA 투어와 인터뷰에서 "오늘 타이거와 우리가 그동안 한번도 같이 시합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농담을 했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이러기도 쉽지 않다'라고 서로 말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둘이 합쳐 3라운드 전반이 끝났을 때 10오버를 치기도 했다(케빈 나는 전반 9홀에서 7오버파, 우즈는 3오버파). 내가 너무 못 치고 있어서 타이거 우즈와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도 잊었을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후반 들어 우즈는 12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했고, 케빈 나는 우즈보다 한발 앞서 11번홀(파)에서 3라운드 처음으로 버디를 잡았다. 이어 케빈 나는 10번, 15번홀(이상 파4)에서 추가한 보기 때문에 15개 홀에서 8오버파를 치고 있었다.
힘들게 경기를 이어가던 케빈 나는 그러나 16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6m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고, 우즈 역시 이 홀에서 2.2m 버디를 홀에 떨어뜨렸다.

기세가 오른 케빈 나와 우즈는 이 대회의 상징과 같은 아일랜드 그린 17번홀에서 '개그쇼'를 펼쳤다. 먼저 케빈 나가 정확한 아이언 티샷으로 공을 홀 1.2m 근처에 떨어뜨렸고, 우즈는 거의 홀인원을 할 뻔한 샷으로 60cm에 붙였다. 이를 지켜본 케빈 나는 우즈의 티샷에 주먹을 부딪히며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케빈 나가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주우려는 장난스러운 행동을 하자, 우즈도 이를 따라하며 관중의 배꼽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공이 홀에 들어가지 전에 집어들면 벌타를 받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다소 과장된 행동으로 공을 재빨리 꺼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