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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미국 대통령들의 못 말리는 골프사랑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07년 9월 캐나다에서 열린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참석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타이거 우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의 41대 대통령 조지 H.W. 부시의 타계로 미국과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추모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골프계 전체가 그를 추모하며 애도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왠지 낯설게 비친다. 

11월 30일(한국시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례적으로 골프계가 추모대열에 앞장섰다. 미국골프협회(USGA), 영국왕립골프협회(R&A) 등 골프 관련 단체는 물론 톰 왓슨, 타이거 우즈, 저스틴 토머스, '백상어' 그렉 노먼,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 등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추모의 글을 올렸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부시의 이름은 골프 그 자체였다”며 “골프계와 미국은 진정한 신사이자 친구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1996년 프레지던츠컵을 계기로 부시 전 대통령을 알게 된 우즈는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골프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그를 그리워하게 될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도 “그는 열렬한 골프 팬 그 이상이었다”며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직접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골프계에는 큰 의미였다”고 골프계에 미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저스틴 토마스는 트윗을 통해 “2004년 라이더컵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전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내게 보여줬던 그 특유의 다정함을 잊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여자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도 “그는 강하고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며 애도했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골프와의 인연을 알고 나면 이 같은 골프계의 추모 분위기에 납득이 간다. 그는 예일대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 중 스포츠를 가장 사랑한 인물이었고 특히 골프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2011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인 1996년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 명예의장을 맡기도 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명예회원, 미국골프협회(USGA) 박물관 명예회장, 골프 관련 재단 퍼스트티 명예회장 등도 역임했다. 1997년 PGA 공로상, 2008년 USGA 밥 존스 상(球聖으로 불리는 영원한 아마추어 바비 존스를 기려 제정한 상), 2009년 PGA투어 공로상 등도 받았다.

지나칠 정도의 그의 골프 사랑은 가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외할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는 1920년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지냈고 미국과 영국·아일랜드 연합팀간의 대항전인 워커컵 대회를 창설했다. 할아버지 프레스콧 부시 전 상원의원도 1935년 USGA회장을 지냈다. 

이런 가문의 전통 때문에 그에 이어 아들 조지 W. 부시(43대 미국대통령)의 골프사랑도 남달랐다. 아버지 부시의 골프 실력은 공식 시니어대회에 참가해 71타를 칠 정도의 수준급이었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골프계와 끈끈한 유대를 이어갔다. 골프와 관련된 아버지 부시의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그의 선전포고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전투기가 암흑 속 중동 사막을 날기 시작하면서 ‘사막 폭풍(Desert Storm)’ 작전이 시작된 1991년 1월17일 새벽 그는 골프장에 있었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 8월2일에도 부시는 메인주 해변의 케너벙크코트 골프장에서 프로골퍼와 함께 골프 망중한을 즐겼다.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 재임 시절인 1995년 2월 클린턴과 아버지 부시, 포드 등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 부시가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근처 나무에 맞고 튀어 갤러리들이 모인 곳으로 날아갔다. 볼은 한 여성 갤러리의 선글라스에 맞았고 여성은 왼쪽 눈 아래에 열 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세 대통령의 골프는 중단되지 않았다. 부시는 92타를 쳤고, 클린턴은 93타, 포드는 100타를 쳤다. 

아들 부시도 아버지에는 못 미치지만 골프를 좋아했다. 이라크와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워싱턴 외곽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쳐 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부시 집안의 골프는 속전속결형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아들 부시가 18홀을 도는데 1시간 42분밖에 안 걸린 적도 있다. 부시 집안은 대신 규칙을 잘 지켰다. 미국골프협회장의 후손들이니 그랬으리라. 멀리건과는 거리가 멀고 기브도 잘 받지 않았다고 한다.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도 재임 기간 꾸준히 골프를 즐겼다. 그렉 노먼, 타이거 우즈, NBA스타인 마이클 조던,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 등 유명인사들을 불러 자주 라운드를 했다. 공이 OB지역으로 날아가면 멀리건을 남용해 '빌리건'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퇴임 후 자신이 만든 재단을 통해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인 휴매나 챌린지를 후원하는 등 남다른 골프사랑을 보였다.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골프를 즐긴 대통령들이다.

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골프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재임 중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골프광으로 알려진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래 최다 골프장 방문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9년 대통령 취임 후 퇴임할 때까지 5년간 158차례 골프를 쳤다. 그는 휴가기간의 대부분을 골프로 보냈는데 한 차례 라운드에 6시간 정도 걸리는 슬로 플레이어로 안정된 보기 플레이를 추구했다고 한다. 

2011년 5월1일 일요일 오후 2시4분. 매릴랜드의 앤드루 공군기지를 출발한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22km 떨어진 백악관으로 황급히 귀환했다. 앤드루 공군기지 영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던 오바마는 CIA국장으로부터 미국의 특수요원인 네이비씰(Navy Seal)이 오사마 빈 라덴 집으로 잠입에 성공해 곧 그를 체포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알 카에다의 수장 빈 라덴을 체포할 경우 미국으로 이송할 것인가, 현장에서 사살한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순간에 오바마는 비바람 치는 9홀에 있었다. 한 손엔 골프채를, 다른 한 손엔 햄버거를 쥔 그는 두 번째 샷을 하려다 동작을 멈추고 “체포하는 즉시 현장에서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대통령의 명령은 즉각 파키스탄 현장에 전달됐고 빈 라덴은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체포 즉시 현장에서 사살됐다. 

부인 미셸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오바마는 타수를 정직하게 적고 벙커샷을 한 뒤 꼭 스스로 정리하는가 하면 멀리건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오바마의 골프 사랑도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 앞에선 빛을 잃는다. 

‘아이크’란 애칭으로 불린 그는 8년 재임 기간에 무려 800여 차례 라운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일과 일요일 18홀씩 매주 36홀을 돌았고 아무리 바빠도 연습과 라운드 시간을 일정에 집어넣었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고도 석 달 뒤 다시 연습을 재개하는가 하면 18일 연속 라운드를 한 기록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전쟁터에서도 골프를 즐겼다. 1942년 연합군 사령관으로 영국에 주둔할 당시 영내 골프장을 만들어 매일 3~4홀을 돌고 출근하는가 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뒤 프랑스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사택으로 사용하며 골프와 가까이 지냈다.

싱글 골퍼인 그는 특히 조지아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좋아해 무려 50회 이상 라운드를 했다. 그는 오거스타의 17번 홀에서 드라이브로 친 볼이 매번 페어웨이 한가운데 있는 나무에 맞고 떨어지자 “저 나무를 베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오거스타 측은 “대통령이라도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코스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고 거절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골프대통령’으로도 불린 그는 당연히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다.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 곳곳에 자신 소유의 골프코스를 갖고 있는 골프재벌로서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은 골프광이다. 

스스로 골프를 터득한 것에 자부심이 강한 트럼프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골프를 하는 스타일. 스코어가 잘 나온 날이면 직접 기자에게 연락해 소식을 전하는 취미가 있다고.그의 골프매너에 대해선 부정적 평판이 자자하다. 자신 소유의 골프코스라는 이유로 카트를 티 박스나 그린 위까지 몰고 가는가 하면 자신의 미스샷을 용납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미스 샷을 내고 난 뒤 아무렇지 않게 공을 다시 내려놓고 치는 등 자신에 대해 매우 관대한 골퍼로 소문나있다. 

자신이 핸디캡 2.8의 싱글 골퍼라고 자랑하지만 그와 실제로 라운드 해본 선수들에 따르면 실제 핸디캡은 8이나 9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들이 이처럼 온갖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골프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골프의 불가사의성(不可思議性)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12-04 07:0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