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안젤라 스탠포드.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40대 메이저 챔피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없지는 않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헨릭 스텐손(스웨덴)이다. 스텐손의 우승 당시 나이는 만 40세. 앞서 1990년 US오픈에서는 45세 헤일 어윈(미국)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골프 메이저 우승자의 주류는 20~30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남자보다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 퀸'에 등극한다.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을 때 나이는 만 18세 4개월 20일. 올해 LPGA 투어 5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 가운데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조지아 홀(잉글랜드)는 나란히 22세, 박성현은 24세로 20대 초반이 3명이다. 그리고 페르닐라 린드베리는 32세.

16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의 주인공인 안젤라 스탠포드(미국)는 그런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0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 당시 40세) 이후 나오지 않았던 40대 메이저 퀸을 부활시켰다.

2001년 LPGA 투어 데뷔해 18년 차가 된 안젤라 스탠포드는 2012년 2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까지 LPGA 투어에서 통산 5승을 기록했지만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 에비앙까지 메이저 대회에만 76차례 출전했다. 이 대회 전까지 75번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개인 최고 성적은 2003년 US여자오픈 공동 2위였다. 스탠포드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인터뷰에서 "2003년 연장에서 패했는데, 투어 3년차였던 당시 내가 얼마나 메이저 우승에 근접했었는지 알지도 못했다"고 15년 전 당시를 돌아봤다.

특히 76번째 메이저 출전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것은 남녀 골프를 통틀어 안젤라 스탠포드가 최초다. 여자는 2009년 브리티시오픈 매슈가 52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종전 기록이었고, 남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자신의 74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201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사례가 있다.


동료 선수 에이미 올슨(미국)의 실수로 벌어진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올슨에 5타 뒤진 공동 4위에서 출발한 안젤라 스탠포드는 15번홀(파5)에서 뽑아낸 이글로 처음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바로 16번홀(파3)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더블보기를 기록, 다시 선두와 2타 차로 멀어졌다.
스탠포드는 17번홀(파4)에서 7m가 넘는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1타 차로 따라잡았으나 18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에 실패하며 홀아웃,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이미 경기를 마친 스탠포드에게 기회가 온 것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에이미 올슨의 18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였다. 최종라운드에서 잠시 공동 1위를 허용하긴 했지만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올슨은 마지막 홀에서 12m 파 퍼트에 이어 2m 보기 퍼트를 연달아 놓치는 바람에 선두 자리를 스탠포드에게 내주며 공동 2위로 밀려났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던 안젤라 스탠포드는 믿기 어려운 상황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크리스천으로 밝힌 스탠포드는 "신의 계획이라면 메이저 우승 없이 은퇴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되니 신은 유머 감각도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우승을 바라봤던 에이미 올슨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스탠포드는 "나는 단지 올슨이 18번홀에서 느꼈을 감정을 짐작할 뿐이지만, 그에게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또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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