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세계 최고(最古) 골프대회인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이탈리아인으로 처음으로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했다. 앞서 이탈리아는 디오픈을 포함해 어떤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골프 영웅으로 부상한 몰리나리는 2004년 프로 전향해 유럽프로골프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해왔지만, 2015년부터 PGA 투어와 유럽투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골프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의 몰리나리(1982년 11월생)는 만 35세에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봄부터 무서운 경기력을 뽐내면서 최정상급 유명 스타들과 맞대결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시즌 '핫'한 선수로 떠오른 것.

몰리나리는 올해 5월 유럽프로골프투어 특급대회 BMW PGA챔피언십에서 54홀 13언더파를 기록,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공동 선두로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이미 2014년 이 대회 정상을 밟았던 매킬로이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몰리나리가 3타를 줄인 매킬로이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 2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퀴큰론스 내셔널을 제패해 71년 만에 이탈리아에 PGA 투어 우승을 안긴 몰리나리는 16일 존디어 클래식에서도 준우승했다.

그리고 디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날. 사흘 동안 잠잠하던 바람이 불어오자 숨겼던 발톱을 드러낸 커누스티에서 몰리나리의 인내심과 전략이 통했다. 공동 선두에 3타 뒤진 단독 5위로 출발한 몰리나리는 공교롭게도 공동 6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와 한 조에 편성됐다. 우즈가 4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2개를 골라내며 한때 단독 선두로 올라서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우즈에게 쏠렸다.

이후 우즈가 11번홀과 12번홀(이상 파4)에서 더블보기-보기를 기록하는 등 선두권 선수들의 샷이 흔들리면서 러프와 벙커로 굴러 들어가는 상황이 많아졌고, 버디를 추가하는 선수보다 타수를 잃는 선수가 더 많았다. 반면 아이언샷이 강한 몰리나리는 무려 13개 홀에서 파 행진을 벌이며 타수를 지켜냈다. 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절묘한 쇼트게임과 정교한 퍼트로 막아냈다.

가만히 앉아서 공동 선두로 올라선 몰리나리는 14번홀(파5)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고, 18번홀(파4)에서 2m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1타 차로 추격하던 잔더 셔펠레(미국)도 17번홀(파4) 보기로 스스로 무너졌다. 셔펠레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면서 우승자가 확정되자 연장전에 대비해 연습 그린에 있던 몰리나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타이거 우즈와 동반 플레이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한 몰리나리는 2010년과 2012년 라이더컵에서 두 번 모두 우즈와 싱글 매치에서 대결했다. 2010년 첫 대결에서는 4홀차로 대패했지만, 2012년에는 무승부를 끌어냈다. 몰리나리는 "우즈와 동반 플레이는 부담이 적지 않다. 워낙 팬이 많고 시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성공적으로 이겨냈다"고 기뻐하면서 가장 먼저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넨 선수 역시 우즈였다고 밝혔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기상 예보를 듣고 파세이브에 주력한 몰리나리는 선두권 선수 가운데 혼자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끝에 고국 이탈리아에 첫 메이저 우승을 선사했다.

몰리나리는 우승 인터뷰에서 "2007년 디오픈에 처음 출전했을 때 대회장이 커누스티였다. 최악의 경기 끝에 컷 탈락했던 기억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가능하면 당시 끔찍했던 경험은 떠올리지 않고 샷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국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TV로 오늘 경기를 봤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골프에 새로운 부흥을 기대했다.

한편 몰리나리의 2살 많은 형 에도아르도 역시 이탈리아 주니어 무대를 석권한 신동이었다. 프로 무대에선 몰리나리가 형보다 더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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