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와 남편 남기협 코치.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세계랭킹 1위가 다시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솔직히 세계 1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은 뒤 지난달 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복귀한 ‘골프여제’ 박인비(30)가 여러 차례 밝힌 말이다.

올해 1월 1일자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 13위로 새해를 출발한 박인비는 지난달 중순 한때 세계 19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시즌 두 번째 출전이었던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직후 세계 9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톱10에 재진입했다.

박인비는 이후로도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준우승,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 3위에 입상하면서 세계 3위로 도약했고, 23주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펑샨샨(중국)과 간격을 좁혀나갔다.

그러자 골프팬들뿐 아니라 LPGA 투어도 매 대회 세계랭킹 1위 향방에 대해 리포트하며 관심을 보였다. 박인비는 1주일 전 하와이에서 우승을 하거나 단독 2위를 했다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4라운드 막판에 잇달아 퍼트 실수가 나오면서 잠시 세계 1위 탈환을 보류했었다.

그리고 닷새 만에 다시 나온 필드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일(한국시간)부터 23일까지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 박인비가 대회 첫날부터 단독 선두에 나서자 LPGA 투어는 이번 대회에서 펑샨샨과 세계 2위 렉시 톰슨(미국), 세계 4위 박성현(25), 세계 5위 유소연(28)의 성적에 따라 박인비가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2라운드에서 공동 4위로 다소 주춤했던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2타 뒤진 3위로 소폭 상승하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날 4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모리야 주타누간(태국), 고진영(23)과 정면 승부를 펼친 박인비는 마지막 18번홀(파3)에서 그림 같은 티샷으로 공을 홀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3위에서 공동 2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경기를 마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

대회가 끝나자, LPGA 투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세계랭킹 3위 박인비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23일(현지시간)자 롤렉스 랭킹에서 1위에 오르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여자골프 세계 1위를 상징하는 초록색 캐디빕의 주인이 됐다.

지난 2013년 4월 한국선수로는 신지애에 이어 두 번째로 생애 첫 세계 1위에 올랐던 박인비는 2014년 6월까지 59주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이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1위 자리를 주고받는 등 접전을 벌였다.

총 92주간 세계 1위에 올랐던 박인비는 2015년 10월 리디아 고에 세계 1위 자리를 넘긴 뒤 부상으로 1인자에서 멀어졌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던 박인비는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LPGA 투어 통산 18승째를 거뒀으나 작년에도 시즌을 일찍 접으면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 탈환에 크게 의식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3라운드를 마치고 LPGA 투어와 인터뷰에서 "내가 바라는 건, 좋은 골프를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기에 현재 순위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박인비는 세계 1위에는 초연하지만 좋은 골프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지난 한 달간 두 차례나 퍼터를 바꿀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팬들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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