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을 입은 패트릭 리드가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컵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의 핵심은 파5 홀인 2번, 8번, 13번, 15번 홀이다. 이 4개 홀을 제대로 공략한 선수가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다."

"첫날 1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해야만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나흘 동안 더블보기를 기록하면 마스터스 우승에서 멀어진다. "

세계 최고의 인기 골프대회인 '명인들의 열전' 마스터스에서 지금까지 영예의 그린재킷을 입은 선수들이 대체로 보여준 우승 공식이다.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막을 내린 올해 첫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이 불문율은 맞아떨어졌다. 1라운드부터 파5홀만 집중력으로 공략해 버디를 쓸어담은 패트릭 리드(28·미국)가 결국 그린재킷을 입으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자축했다.

별명 '핑크 독우드'로 불리는 마스터스 2번홀과 '옐로 재스민' 8번홀, 티 박스에서 그린까지 오거스타 골프장의 대표 꽃인 철쭉이 피어 있는 '아잴리아' 13번홀, 그리고 올해 대회 1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다섯 번이나 공을 물에 빠트리면서 '옥튜플(octuple) 보기(+8)'를 적어낸 '파이어손' 15번홀.

1, 2라운드 이틀 동안 8개의 파5 홀에서 완벽하게 8개의 버디를 잡아낸 패트릭 리드는 36홀이 지났을 때 오거스타 내셔널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작업 리드보드 맨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2타차로 2위를 따돌리며 자신감이 붙은 리드는 전날 3라운드에서는 좀 더 공격적이었다. 13번과 15번홀에서 2개의 이글, 8번홀에서는 버디를 추가했다. 54홀을 돌면서 12개의 파5 홀에서만 이글 2개와 버디 9개를 잡아내 13타를 줄인 셈이었다.

이에 힘입어 3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패트릭 리드. 메이저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4라운드 파5 홀에서는 버디를 잡지 못했지만, 앞서 사흘 동안 파5 홀에서 벌어둔 타수가 든든한 힘이 됐다.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줄인 리드는 리키 파울러와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69-66-67-71)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적은 선수는 없는 이번 마스터스에서 리드가 유일하게 1~3라운드에서 연속으로 60대 타수를 쳤다.

이 대회 직전까지 세계랭킹 24위였던 패트릭 리드는 지난 2016년 8월 플레이오프(PO) 1차전 바클레이스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째 우승을 기록했다.

리드는 2014년에 마스터스에 첫발을 디딘 이래 올해가 5번째 출전이다. 지난 4년간의 개인 최고 성적은 2015년 공동 22위고, 작년에는 컷 탈락하는 등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이전에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12라운드(2번은 컷 탈락)를 돌면서 60대 타수를 친 적이 없었던 리드는, 하지만 올해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기어코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전에는 오거스타에서 아내가 캐디를 맡았지만, 올해는 처남이 메이저 우승을 도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선 리드 못지 않게 조던 스피스와 리키 파울러의 추격이 거셌다.

3라운드까지 리드에 9타차 뒤진 9위(5언더파)에 머물러 있었던 스피스는 '우승 후보 1위'답게 마지막 날 1번(파4), 2번홀(파5) 연속 버디로 심상치 않은 출발을 보이더니 전반에만 5타를 줄여 순식간에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아멘 코너'인 12번(파3)과 13번홀(파5)에서도 잇달아 버디를 낚은 스피스는 급기야 리드와 공동 선두까지 치고 나왔다.

이후 리드가 12번홀(파3) 버디로 다시 선두를 되찾자, 스피스도 15번홀(파5) 버디로 추격에 재시동을 걸었고, 16번홀(파3)에서는 10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리더보드 최상단을 공유했다.

이후 리드는 14번홀(파4) 버디로 다시 1타차로 앞서며 한숨을 돌린 반면, 스피스가 18번홀(파4) 티샷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티샷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177야드밖에 날아가지 못해 버디 기회를 잡기 어려워졌고, 약 2m 파 퍼트까지 놓치면서 리드와 간격이 2타차로 벌어진 채 먼저 경기를 마쳤다.

스피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파울러가 맹추격에 나섰다. 파울러는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14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내 리드를 1타차로 압박했다. 하지만 리드는 마지막 4개 홀에서 파 행진으로 침착하게 타수를 지키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파울러는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5언더파 67타를 쳐 마스터스 개인 최고 성적인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고, 스피스는 무려 버디 9개를 쓸어담고 마지막 홀에서 보기 1개를 추가해 8타를 줄여 단독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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