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와 페르닐라 린드베리. 제니퍼 송.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우승컵과 '호수의 여왕' 타이틀은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2일(한국시간) '골프여제' 박인비(30)와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가 4차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도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달러, 약 19억원) 우승컵 주인을 가리지 못했다.

승부를 가지리 못한 4차 연장, 일몰과 순연

올해도 변함 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니아 쇼어 코스(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박인비는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 재미교포 제니퍼 송(29·한국이름 송민영), 린드베리와 함께 동률을 이뤘다.

정규 라운드 18번홀(파5, 493야드)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아 연장에 합류한 셋은 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 1, 2차전에서 모두 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3차 연장에서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버디를 기록한 반면, 제니퍼 송이 파에 그치면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18번홀에서 계속 진행된 4차 연장은 해가 저물어 라이트를 켜고 진행됐으나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모두 파를 적으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그때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30분. 일몰로 더는 경기를 이어갈 수 없게 되자 경기운영위원이 두 선수에게 5차 연장이 다음 날로 순연됨을 알렸다. 오전 8시(한국시각 3일 0시)에 재개된다.


마지막 18번홀의 극적인 버디

전날 3라운드까지 박인비, 박성현(25·KEB하나금융) 등과 중간합계 10언더파 공동 3위였던 제니퍼 송은 4라운드 17번홀(파3)까지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골라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약 2.5m 버디 퍼트에 힘입어 15언더파에 올라서며 먼저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박인비는 4라운드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해 중간성적 13언더파까지 밀렸으나 17, 18번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는 뒷심으로 연장전 합류를 두 번째로 확정했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쪽은 오히려 3라운드까지 3타차 단독 선두였던 린드베리였다. 중간합계 14언더파로 4라운드를 출발한 린드베리는 초반 3개 홀에서 보기 2개를 적어내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8번(파3)과 10번홀(파4) 버디로 14언더파를 회복했고, 이후 17번홀까지 거의 매 홀 3m 안팎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남겼으나 그때마다 이를 지킨 끝에 역시 18번홀 버디로 연장전을 일궈냈다.


ANA 인스퍼레이션 최초의 '3자 연장'

1972년에 처음 시작돼 198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3명이 연장전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박인비는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서드샷이 물에 빠질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언덕에 걸리면서 극적으로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앞서 두 차례 연장전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박인비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이번엔 서드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경기를 끝내는 듯했지만, 린드베리가 약 2.5m의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에 성공해 연장 네 번째 홀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조명을 켜고 치른 연장 네 번째 홀에서는 박인비가 시도한 10m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 갔고, 이후로도 약 2.5m 파 퍼트 거리가 남아 위기였다. 반면 린드베리의 파 퍼트는 채 1m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인비가 먼저 어려운 파 퍼트에 성공했고, 린드베리도 파로 마무리하면서 '포피 폰드'의 주인공은 다음날 정해지게 됐다.


LPGA 투어 메이저 7년만에 월요일 우승자는?

한국시각 3일 0시에 재개되는 5차 연장은 10번홀(파4)로 옮겨 진행되고, 6차 연장으로 넘어가면 17번홀(파3)에서 경기가 이어진다. 7차 연장이 필요할 경우 다시 18번홀로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까지 가도 연장전이 안 끝나면 다시 이 순서로 진행된다.

LPGA 투어 메이저 대회가 현지 날짜로 월요일에 우승자를 정하는 것은, 지난 2011년 7월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이후 처음이다.

당시 US여자오픈 파이널 라운드는 악천후에 이은 일몰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서희경은 4라운드까지 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끝냈지만, 유소연은 3개 홀을 마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몰로 경기는 다음날 오전으로 미뤄졌고, 유소연은 잔여 3개 홀에서 1타를 줄이면서 서희경과 연장 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3개 홀 연장전에서 유소연이 서희경을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012년 9월에는 신지애가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폴라 크리머(미국)와 역시 이틀에 걸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사례가 있다. 당시 신지애는 전날 8차 연장 혈투에도 크리머와 승부를 결정내지 못했고, 현지 날짜로 월요일에 열린 9차 연장 대접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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